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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틈 Jul 20. 2022

무기수가 된 나는 오늘도 엉엉 울었다

울고 있는 나를 모른 척해줄 수 없겠니?


네가 태어나고부터 생각했었다. 나는 매일 너에게 죄를 짓는 무기수가 되었다고.


딤플 의심 진단, 음낭수종, 두혈종까지. 낯설고 생소한 단어들로 너의 상태를 설명하던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병실에 앉아 펑펑 울었던 날. 너를 40주까지 키워 주지 못해서 그랬나, 아니면 가끔씩 마시던 디카페인 커피가 문제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만삭까지 일을 했기 때문이었을까, 너를 아프게 한 원인을 나에게 찾기 위해 애썼던 것 같다.


그 이후로도 네가 모유를 잘 먹지 못할 때도, 배가 아파할 때도, 하물며 잠을 깊게 잠들지 못했을 때도 나는 너를 내 속에 품었다는 이유로, 내가 네 엄마라는 이유로 매일 자책했고 슬퍼했다.


오늘, 네가 넘어지며 눈가를 다쳤다. 분명 지켜보고 있었고, 넘어질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당황했지만 그것도 잠시, 터져 나오는 너의 울음에 너를 안아 들었다.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어.”


너에게 빌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너의 눈물에 빌었다. 네가 넘어진 것도 내 탓인 것 같고, 네 눈물이 나 때문인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빌었다. 그리고 나도 울었다.


너는 오늘도 울고 있는 나를 바라보았다. 나의 슬픔을 아는 것 같은 너의 눈빛에 나는 또다시 무너져 버렸다.


나는 죄인이다.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고, 오늘도 나는 나를 탓하며, 꾸역꾸역 죄를 짊어지고 견뎌 내는 죄인. 너를 향한 사랑만큼 엄마라는 삶이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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