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엄마’ 타이틀을 얻고 싶었다
“나 오늘만 나갔다 올게.”
그 말을 남기고 남편은 약속 장소에 가야 한다며 문을 나섰다. 평소 일만 하는 남편이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그리고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다.
오늘따라 아이가 일찍 잠들어 준 덕분에 나만의 시간이 생겼다. 뭘 해볼까, 싶다가도 피곤한 몸에 이끌려 아이 옆에 몸을 뉘었다. 그러자 눈물이 훅 터져 나왔다.
사실은 책을 읽고 싶었다. 자주 듣던 노래도 듣고 싶었고, 육아로 지친 날엔 잘 마시지 못하는 술이지만 시원한 맥주라도 마시고 싶었다. 혹은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뒤척이는 아이가 깰까 봐 조용히 옆에 누워 아이를 힐끗 보며, 뒤척일 때마다 토닥거리는 게 내가 하는 전부일뿐. 그리고 밀려오는 피로감에, 내일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위해 체력을 아껴 놓자 싶어, 하고 싶은 모든 것들을 미뤄 두고 가만히 누워 있기만 했다.
아이를 낳기 전부터 반드시 이 아이의 행복을 지켜 주기 위해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했었다. 어쩌면 그게 내가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내 삶에서 나는 사라졌고, 오로지 아이를 위해 움직이는 나만 남았다. 그 사실이 싫은 건 아니었다. 다만 가끔은 그리웠다. 무엇이 그립다고 정확하게 이야기할 순 없었지만 그리웠고, 언제나 누려 왔던 일상이 꿈처럼 느껴졌다.
지금이 눈물 나게 행복한데 불행하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나쁜 엄마’가 될까 봐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꾹 삼켜 버렸다.
그래야 ‘좋은 엄마’가 되는 것 같아서.
그런데도 나는 왜 이렇게 죄책감이 생기는 걸까.
마음이 눈물에 젖어 깊이, 가라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