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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틈 Jul 13. 2022

누가 낳아달라고 했어? 나도 태어나기 싫었어

그때도, 오늘도 나는 비겁했다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부모님의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두 분 모두 갓 성인이 된 나이에, 어려운 살림에, 서툰 삶 속에서, 어렵게 세 자매를 키워냈다. 그걸 너무 일찍 알았던 우리는 스스로 자라는 방법을 터득했고, 아이처럼 자라진 못했던 것 같다.


그랬던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을 무렵,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엄마와 심하게 다투었던 적이 있었다. 나는 방 안에서 TV를 보고 있었고, 엄마가 거실에서 나에게 소리치고 있던 장면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평생 얌전하고, 착하게 자라 온 내가 그날은 엄마에게 처음으로 소리를 질렀는데, 지금도 내내 그 말이 오래된 체기가 되어 걸려 있다.


“그러니까 누가 낳아 달라고 했어? 나도 태어나기 싫었다고. 이렇게 사는 거, 진짜 지긋지긋해.”


해선   말이었다. 그리고 말을 뱉는 순간 엄마에게 분명히 상처가   알고 있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그리고 그날, 엄마는 눈물을 보였다. 그때 엄마 나이 스물 중반. 그런데도 착한 우리 엄마는 나에게 흔히들 말하는


“너도 나중에 시집 가면 너 같은 딸 꼭 낳아. 그러면 내 마음 알 거야.”


라는 모진 말 따윈 하지 않았다. 그저 울었다.


그래서였나, 나는 정말 예쁘고 착한 아이를 낳았다. 웃음이 많고, 사랑이 가득한 아이. 이 아이가 자라서 내가 했던 말을 나에게 한다면 난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미안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그때의 엄마처럼 아무 말하지 못할까.


때때로, 잘못했던 일들이 생각난다. 그런데도 오늘 또 엄마에게 모질게 대했다. 아이를 임신한 이후부터 엄마에게 부리던 짜증이 오늘도 역시나 이어졌다. 엄마는 이십 년도 더 지난 그날처럼 오늘도 모진 말을 뱉지 않는다.


“엄마 미안해.”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엄마에게 기대 버리면 버텨 온 내 감정들이 주워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쏟아져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앞으로 살면서 밤마다 얼마나 숱한 후회를 끌어안고 살아야 할까. 내가 생각해도 난 비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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