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 슬픈 건 이번에도 나
그에게 여자가 생겼다는 말을 듣자마자 떨어진 눈물은 동료 강사가 나를 찾으러 올 때까지도 멈추지 않았다.
“선생님. 왜 울어? 무슨 일 있어?”
묻는 말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선생님. 그 오빠 만나지 마. 좋은 사람 아니야. 선생님 마음 갖고 이용하는 거잖아. 자기 심심할 때 연락해서 만나자고 하고. 그게 뭐 하는 거야. “
평소 내게 조언을 해주던 말이 귓속에 맴돌아 더 대답할 수 없었다.
“왜 그래? 어디 아파? ”
“선생님. 저 이제 오빠랑 완전히 끝났어요. 여자친구 생겼대요. “
나보다 일곱 살 많던 동료는 내 말에 내 어깨를 쓸어 주었다. 그리고 울고 있는 나를 대신해서 원장실에 가서 내가 몸이 좋지 않으니, 조퇴를 해야 한다는 말을 전해 주었다. 그 길로 난 가방을 들쳐 메고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발걸음마다 눈물이 떨어져서, 계단을 내려갈 땐 굴러 떨어질 뻔했다.
“차라리 굴러 떨어지면 좋겠다.”
울면서 읊조렸다. 완벽하게 끝내야 하는 내 마음이 아파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게 몸이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리석게도 몸이 아프면 마음 아픈 건 잊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말도 안 된다는 생각과 동시에 지하철에 올랐다. 오후 2시쯤, 지하철 안엔 다행히 자리가 있었다. 다리를 꼬고 앉아, 그 위에 고개를 파묻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주머니 속에 넣어 둔 휴대전화 진동이 울리고 있었다. 혹시나 그의 전화일까 두려워 차마 주머니에 손을 넣을 수 없었다. 망설이는 사이, 진동은 계속 울렸다. 발신자는 대학에서 만나, 내가 처음으로 친해지자고 손을 내밀었던 남자 사람 친구였다. 그래, 얘라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 여보세요.
“철아.“
이름을 부르는 순간, 또다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 야, 울어? 왜 그래? 당황스럽네.
“나 오빠랑 완전히 헤어졌어. 그런데 정말 억울해. 내가 뭘 잘못한 건데. 뭘 잘못했다고 맨날 나만 이렇게 아프고 슬퍼. 지은 죄가 있다면 그냥 그 오빠 많이 좋아한 게 다인데. 좋아하는 것도 죄가 돼? “
한참 동안 하소연을 하던 내 이야기를 듣던 철이는 갑자기 나에게 사람을 소개해 주겠다는 말을 했다.
- 진짜 착한 애야. 우리가 홍대로 갈게. 시간은 카톡으로 남긴다. 그리고 울지 좀 마. 그런 새끼 때문에 우는 게 아깝기도 하지만 넌 못생겨서 울면 큰일 나.
친구의 장난 섞인 말에 슬픔에 젖어 있던 마음이 조금은 희석되어 갔다.
- 22일 토요일, 홍대 5번 출구에서 봐.
전화를 끊고 얼마 후, 메시지가 왔다. 메시지를 읽는 순간,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서 행복하고 있을 그 사람 보다 더 행복해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