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문자메시지 끝에 우린 연인이 되었고
“안녕.”
그는 오늘도 일을 하고 온 걸까. 수술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걸어도 되는 걸까, 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다소 어색한 공기가 맴도는 우리 사이에 짧은 인사만 오갈 뿐이었다.
식사를 하기엔 애매한 밤 8시. 자연스럽게 우리는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합정역과 상수역 사이에 있는 달콤한 거짓말이란 카페 2층에 앉아 우리는 맥주 두 병을 시켰다. 그는 나처럼 술은 거의 마시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떤 마음이었는지 내가 맥주를 권했고, 그는 흔쾌히 좋다는 의사를 밝혔다.
‘쨍‘ 하고 어색하고 쑥스럽게 병을 부딪치며 건배를 했다. 맥주 한 모금을 마시고 그동안의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계단을 한 발씩 오를 수 없을 정도로 아직은 다리가 불편한 모양이었고, 어제 퇴원하자마자 나를 보러 왔다는 말을 했다. 그 말에 용기가 생겼던 걸까, 아니면 얼마 마시지 않은 맥주에 취기가 올랐던 걸까. 그에게 나는 그의 연락을 기다렸다고 이야기했다. 연락이 없는 동안 서운했었다는 말도 함께.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앞으로는 내가 더 신경 쓰도록 노력할게.”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바보처럼 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에 서운했던 마음이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렸다. 맥주 한 병을 다 비운 후, 우리는 헤어졌다. 그리고 그날 새벽, 그에게 메시지가 왔다.
-누나. 누나가 어떤 사람인지 진지하게 알아가고 싶어.”
메시지를 읽는 순간, 가슴 떨렸다. 나에게 또다시 연애라니, 덜컥 겁이 났지만 그에게 느낀 이 설렘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 나도 그러고 싶어. 앞으로 잘 지내보자.
답장을 보내자마자 그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 내일 가고 싶은 곳 있어? 첫 데이트는 누나가 가고 싶은 곳에서 만나자.
- 삼청동 가고 싶어.
내일 보자고, 아침에 연락을 하겠다는 그의 메시지가 왔을 때, 우린 연인이 되어 있었다. 8월, 뜨거운 열대야마저 불쾌하지 않게 느껴진 새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