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는 만남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
항생제를 달고 살던 그의 손에 들려 있던 립밤
그에게 퇴원하는 날 보자는 메시지를 받았지만 그의 퇴원이 언제쯤인지, 퇴원 이후 그는 걸을 수 있는 건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에게 물을 수도 없었다. 세 번째 수술로 인해 지쳐 있을 사람은 그였을 테니, 기다리자고 생각했다.
그러는 사이, 2주가 넘도록 답장 없는 연락을 할 때마다 혹시나 하고 기대했던 마음이 무너지는 게 반복되고 보니 그와의 관계를 마무리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픈 사람에게 연락을 끊어 버리는 건 해서는 안 될 일인 것 같아서 2주 동안 그랬던 것처럼 답장 없는 메시지를 보냈다.
- 누나. 곧 만날 수 있을 거 같아. 내가 만나러 홍대로 갈게.
일방적인 감정 소모로 지쳤다고 생각했던쯤, 친구들을 만나고 집에 들어가는 길, 그에게 답장이 왔다. 메시지를 받는 순간, 그에게 줄 선물을 사러 신촌 현대백화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기약 없는 만남이라는 것, 포장하고 있는 저 선물은 어쩌면 전해 줄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것, 둘 다 머릿속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언젠간 만나서 립밤을 선물해 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꼭 만나러 올 것 같았다.
- 누나. 나 오늘 홍대로 가려고 하는데 볼 수 있어?
정장 차림, 정장 구두. 그리고 처음 만났던 날 보다 다소 불편한 걸음걸이의 그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