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사는 인생, 처음으로 내 마음 가는 대로
그와 소개팅 아닌 소개팅을 하고 두 달째 되던 7월, 그와 오랜만에 합정역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반팔 셔츠를 입고 온 그를 보면서 여름이 시작되었다는 걸 한 번 더 실감했다. 우리는 여전히 다소 어색했고, 어설펐지만 최선을 다 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 누나한테 할 말이 있어. “
매 번, 만날 때마다 심각한 표정으로 할 말이 있다는 그를 보며 순간적으로 혹시 이 사람한테 잘못 엮인 건가 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응. 얘기해도 돼.”
그는 내 대답에도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애꿎은 컵만 만지작거렸다.
“나 다리 3차 수술을 받게 됐어. 당분간 연락도 어렵고, 아마 몇 달 동안 만나기 어려울 수도 있어. “
또다시 수술이라고? 나를 만나기 이전에 그가 의료사고로 한 달 가까이 깨어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후유증 때문에 재수술을 했고, 오랜 시간 재활치료를 했다는 이야기도. 그렇기 때문에 오래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연락도, 오랜 기다림이 될 것 같다던 만남도 내겐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그의 수술이 언제이고, 회복 가능한 일인지 궁금했다.
“수술은 내일이고, 당분간은 입원해야 할 것 같아.”
수술 전 날, 나를 만나러 와 준 사람. 그저 그 사실만으로도 고마웠다. 이 사람, 매 번 어렵게 말을 꺼냈지만 솔직했다. 그래서 괜찮았다.
“수술 잘 받고 와. 수술 끝나고 퇴원하면 보자.”
우린 그렇게 기약 없이 헤어졌다. 철이를 통해 그의 수술은 잘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그는 내가 보낸 메시지에 연락이 없었다. 처음에는 수술 때문에 힘들었나 보다 이해했다. 그리고 걱정됐다. 하지만 답장 없는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보낸지 일주일이 지나자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내 행동에 의문이 생겼다. 혹시 이런 내 연락이 그를 귀찮게 하는 건 아닐까 싶어 하루는 그에게 연락을 보내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는 내게 연락하지 않았다.
그 사이, 소위 말하는 그와의 썸을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끝이라고 생각한 이후, 연락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희한하게 태어나 처음으로 상대의 마음은 고려하지 않고, 내 마음 가는 대로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에게 생각나는 대로 연락을 했다.
- 누나 미안해. 내가 매일 약 먹어서 약에 취해서 지내. 퇴원하는 날, 보자.
드디어 그에게 답장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