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무너지지 말자고 생각했다
철이의 오래된 친구는 몇 년 전, 다리 수술을 했었기 때문에 오래 걷는 게 힘들다고 했다. 그런 다리로 정장 구두를 신고 있는 그를 보니, 참 열심히 살아오고 있구나 생각했다. 소개팅 아닌 소개팅이 된 우리의 만남은 카페 usine으로 이어졌다. 철이는 유가네 닭갈비에서 나오자마자 자신은 집에 가겠다는 말과 함께 인파 속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커피 한 잔 어때요?”
그가 제안했고, 내가 식당에서 멀지 않으면서 붐비지 않는 카페로 이끌었다. 우리는 마주하고 앉아, 직업이 뭔지, 뭘 좋아하는지 등 시시할 수 있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런데 신기하게 시시할 수 있던 이야기를 세 시간 가까이 나눈 후, 우린 헤어졌다.
그는 또 연락하겠다는 말과 함께 나를 집 앞까지 바래다주었다. 나는 혹시 아픈 다리가 나를 데려다주고 가는 일로, 더 불편한 건 아닌지 걱정스러워져 그가 눈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가 보이지 않을 때, 그가 알려 준 전화번호 이름에
‘어깨남’이라고 적어 주었다.
집에 돌아와 다이어리에 적어 두었다.
‘착한 거 같음. 몇 번 더 만나 볼 마음 있음.’
그런데 이건 내 생각이었을 뿐, 현실은 달랐다. 하는 일이 바쁜 그였기 때문에 몇 번 더 만나 보려던 내 마음에게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저는 일이 너무 중요해요. 그래서 연락이 늦어질 때가 많아요. 미리 말하려고요.”
우리 사이는 그 어느 것도 기대할 수 없고, 정의 내릴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그에게 괜찮다고 대답했다. 많이 기대한 사람은 언제나 상처받는 법이니까,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았던 나는 그의 연락도, 그와의 만남도 기다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고마웠던 건 그는 언제나 늦은 답장을 꼬박 보내 주었다는 것이다.
“누나. 저 이번주 토요일에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시간 괜찮으세요?”
첫 만남 이후로 그와 약속을 정했다. 딱 한 달 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