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고백에 나는 덤덤했지만 그는 떨고 있었다
‘장애’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단어였다. 주변에도, 가족 중에도 누구 하나 장애를 가진 사람은 없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 그는 갑작스럽게 그 사실을 고백했다.
“누나. 나 사실 고백할 게 있어.”
“뭔데?”
그는 한참을 망설였다. 손에 땀이 차는지 양손을 자신의 옷에 대충 닦으면서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왜 뭔데? 말을 해줘야 알지."
내 물음에 한참을 망설이던 그의 입이 열렸다.
“사실… 나 장애가 있어.”
“다리 아픈 거?”
“어? 어.. 혹시 알고 있었어?”
그가 다리가 불편하다는 건 그를 처음 만나던 날, 이미 알고 있던 일이었다. 하지만 장애 등급이 있을 정도의 수준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놀라긴 했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나와 알고 지낸 지 두 달이 넘도록 그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던 것 같았다.
“너 다리 불편한 거 처음부터 알고 있었고, 나는 아무렇지 않아.”
그는 내 대답에 다소 놀란 듯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이상하게 이 사람이라면 무엇이든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의 아픈 다리도 전혀 내게 힘듦이 되지 못했다. 그저 삶이 힘들었을 이 사람에게, 삶이 고단한 나를 굳이 꾸미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기분. 조금은 내 삶 속에서 숨통이 생기는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