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보법(Natation)의 역할과 의미
기보법은 음악적 사고와 창작의 본질을 탐구하는 데 있어 단순한 기록 도구의 역할을 넘어선 복합적이고도 본질적인 매개체로 기능한다. 이는 음악 작품의 개념적 구상과 실현 과정 사이에서 독자적인 존재론적 지위를 지니며, 음향의 단순한 기술을 넘어 음악의 미학적·철학적 의미를 체계적으로 구성하고 전달하는 도구로 자리매김한다.
작곡적 실천의 특정 측면을 논의할 때, 그 논의의 객관적 기초를 제공하는 예술적 개성의 고유하고 구체적인 미적 태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서는 그 주제의 핵심에 접근할 수 없다. 이는 소재를 다루는 기법들과 마찬가지로 기보법(notation)의 유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기보법은 두 가지 면모를 보여준다. 역사적 발전 측면에서 추적 가능하고 분석 가능하다는 것은 틀림없지만, 특정 예술가가 설정한 실제 목표와 분리할 수 없으며, 원칙적으로도 그렇다.
기보법은 독특한 존재론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단순히 음표나 기호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지각 체계를 직접 참조하는 복잡한 체계이며, 이는 기보가 단순한 매개체가 아니라 지각과 이해를 연결하는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각 기보 시스템은 고유한 제약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음악적 결과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중요한 점은, 기보법이 단순히 소리를 명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소리가 실제로 생성되고 해석되는 이후의 결과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악보의 실현으로 정의되는 음향적 현상의 총체인 소리는 그 자체로 진공 상태에서 자유롭게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악보의 조직적 특성에 의해 정의된 공간으로 회귀해야 한다. 대신, 이는 악보의 원래 조직적 특성이 정의하는 공간 안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이 조직적 특성은 작곡 행위의 최종 단계의 반영으로서 이러한 정의의 과제를 떠맡아야 한다. 즉, 소리가 기보를 통해 자유롭게 나아가되, 그 기원(악보로부터의 조직적 특성)과 연결된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이는 작곡과 실현 사이의 균형을 요구한다. 악보와 소리는 상호 참조를 통해 의미를 생성하지만, 동시에 서로 반대편에 위치하여야 한다. 악보가 음악의 설계도를 제공하지만 그 실현은 소리를 통해 이루어지는 관계이기 때문이며, 두 요소는 서로 대립적이면서도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어떠한 상징적으로 표현적인 지위를 가지든 간에, 어떤 기보법도 자신이 나타내는 음향 현상의 모든 측면을 기록할 수 있다고 가정할 수는 없다. 즉, 기본적으로 기보법이 음악의 모든 요소를 포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 이상적인 기록을 향한 시도는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시도를 통해 음악 작품의 다양한 존재 방식들(예: 악보, 해석, 연주 등) 사이의 본질적인 관계를 탐구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기보법은 가장 즉각적이고 자연스러운 상징적 수단으로서, 음악적 자기 성찰(musical auto-introspection)의 한 가지 가능 영역에 대한 열쇠로 보인다. 특히, 기보법과 실현(실제 연주)의 철저히 재구성된 접근 방식이 작품의 본질적 성격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으며 단순히 닫힌 체계가 아닌, 열린 해석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을 위한 필수 전제는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음향적 풍경 제공 - 기보법은 자신이 나타내는 사건들에 대한 음향적 그림(sound-picture)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2. 재현 지침 - 작품의 본질을 충실히 재현하기 위한 명확한 지침을 제공해야 한다.
3. 이데올로기적 암시 - 단순한 기술적 도구를 넘어, 작곡가의 창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데올로기를 암시해야 한다.
명확한 기보법으로 이데올로기적 흔적을 포함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규정적이 아니라 암시적이어야 하며, 이 미정의된 결과의 영역은 반드시 연주자에게 구체적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이는 연주자가 작품/청중과의 연결 속에서 제공된 가능성의 배열을 탐색하며 자신의 개인적 경로를 기록하여 되돌려주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기보법이 연주자에게 요구해야 할 것은 단순한 해석의 지침이 아니라, 정보를 선택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능동적인 참여이다. 연주자는 기보법에 기록된 정보를 분석하고, 특정 상황에서 중요한 요소를 선택해야 한다. 이는 연주자가 단순히 작곡가의 의도를 따르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작품의 실현 과정에서 창조적 역할을 맡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기보법과 작품 사이에는 단순히 1:1로 대응할 수 없는 차이가 존재한다. 이 비등가성의 영역은 어쩌면 작품이 궁극적으로 자리한 곳으로, 기보법은 이 영역을 탐구하며 "미완의 것"을 명확히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개념적인 구조를 경험적 실현으로 변환하고, 다시 경험적 실현을 통해 개념을 재구성하는 순환적 과정을 가능하게 하여 음악을 단순히 이론적인 설계도가 아닌, 연주와 청취를 통해 살아 숨쉬는 경험적 예술로 작동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