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없는 인간 노무현 이야기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를 봤다. 하필 심야로 봐서 새벽 감성에 노 좀 저었다. 보고 나와 도저히 곧장 집에 갈 수 없어 밤거리를 헤맸다. '정치인 노무현'을 걷어내고 잠시나마 '인간 노무현'을 만난 시간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봤을까 싶어 몇몇 감상평을 검색했다. 그러던 중 영화가 지나치게 정치 편향적이라는 글을 봤다.
이런 말은 노무현을 부정하면서 '객관성'이라는 자기 속임수를 쓰는 이들의 수사라고 단언한다. 그만큼 영화는 정치인 노무현보다 인간 노무현에게 초점을 맞췄다. 영화는 정치적 해석에 앞서 인간 노무현이 걸어온 길을 지금 다시 꺼내보자는 취지로 꾸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변호사, 정치인, 대통령까지 왔지만 지위에 맞게 행동이 달라지지 않았어요. 삶의 태도와 방식은 똑같았죠.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 원칙, 상식을 지키려고 했어요. 그걸 위해서 옷을 갈아입었을 뿐이지 인간으로서는 똑같은 길을 걸어왔죠. 제가 만약 김대중 대통령을 영화로 만든다고 하면 정치인 김대중에 중점을 뒀을 것 같아요. 그분과 정치적 업적은 뗄 수가 없거든요.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은 인간으로서 저에게 더 어필이 됐어요. 궁금한 사람이에요. 그 사람의 마음에 대한 호기심이 컸죠. 그래서 들어가 봤는데 참 풍성하고 풍요로운 영혼을 가졌더라고요."
이창재 감독은 '텐아시아'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작진이 정치인 노무현이 아닌 인간 노무현에 집중했다는 걸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영화 줄거리도 국민 경선을 주로 다뤘다.
영화를 보고 나면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최근 왜 '한경오'를 비판하는지도 알 수 있다. '지켜주겠다' '더는 잃지 않겠다' 등등 이런 말들이 어떤 과정에서 피어나 아픔으로 확대됐는지도 영화에서 반추 가능하다.
정치인 노무현을 두고 흔히 했던 "사회 변화 속도보다 지나치게 앞서갔다"라는 평가도 곱씹게 된다. 나는 이런 말들이 눈을 똑바로 뜨지 않았던 이들의 비겁함에서 나온 자기 위안이라고 본다. 인간 노무현을 둘러싼 비극은 시대의 부조리가 상식적인 한 인간을 짓눌러버린 불행이라는 걸 영화에서 재차 봤다.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다. 때로는 현실이 영화보다 더 극적이다. 나는 이런 확신을 영화 <노무현입니다>에서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