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을 모를 때, 인간은 '암'이 된다

호모 사피엔스의 질문 "외계인들아, 너네도 욕심의 끝이 없니?"

by 반동희

우리가 TV 뉴스에서 보는 이들 대다수는 어떤 방식이든 '비범한' 인물이다. 재산이 많거나 명예가 높거나 그것도 아니면 이목을 집중받을 정도로 나쁜 짓을 저질러서 눈길을 끄는 이들이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그들은 '뉴스거리'가 되기에 방송에 잡힌다. 신문 보도에 오르내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평범하지 않으니 미디어가 조명하고 그렇게 조명을 받다 보니 더욱 뉴스 가치가 높은 인사가 된다.


그 가운데 내가 요즘 주목하는 건 '만족'을 모르고 더 갖겠다며 나쁜 짓을 저지른 이들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만져볼 수도 없을 정도로 '억억' 거리는 재산을 가진 이들이 더 갖고자 온갖 편법을 쓰다가 경제 사범이 된다. 자신의 평생을 쏟아부어 한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 명예까지 얻어놓고도 부정한 방법으로 더 많은 재산을 축적하고자 '갑질' 등을 해 끝내 국민 앞에서 고개를 숙인 사람도 있다.


재판 중인 국정 농단 사태 주범들이나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대두된 몇몇 볼썽사나운 오너 관련 일들이 같은 예다.


모두 만족을 못해서 그런 일을 저지르는 것 같다. 한편으론 저 정도로 삶에 불편함 없이 많은 걸 가졌는데도 왜 더 많은 걸 가지려 했을까 궁금증이 증폭될 때도 있다. 인간이란 원래 그런 동물일까? 혹시 내가 저렇게 많은 재산을 가졌더라도 저렇게 했을까?


나는 최소한의 먹고사는 것만 해결되면 복잡한 일들 뒤로 하고 책이나 보며 글이나 쓰고 살고 싶다고 평소 노래를 부른다. 그러다가도 인간의 그칠 줄 모르는 욕망이 저지른 사건을 접할 때면 과연 나도 저 상황이 되면 저렇게 변하지 않을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자문하곤 한다. 이건 로또에 당첨된 이들이 끝내 불행의 늪에 빠진다는 분석과도 연결되는 의문이다. 평생 편히 살다갈 수 있는 돈이 수중에 있으면서도 왜 더 가지려 하는지는 도저히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는 모르는 것일까.


원래 '호모 사피엔스' 자체가 만족을 모르고 욕심의 끝이 없다는 주장이 있긴 하다. 사실 인류의 역사는 '욕심'에서 출발했으며 모든 과학적 편리함과 사회적 합의 역시 좀 더 편안하고 안락하게 살기 위한 인간의 욕심에서 촉발된 발전이라고 나는 본다. 이럴 때의 욕심은 긍정적인 욕심이라고 정의해야 할까?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는데 때론 긍정과 부정이 종이 한 장 남짓의 차이밖에 나지 않기에 어느 시점에서 뚝 잘라 손쉽게 단정 짓기엔 조심스럽다. 지금의 긍정이 나중엔 부정으로 변할 수도 있으며 지금의 선이 나중에 악으로 판명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인간의 욕심이 멈추지 않을수록 지구 상에서 그 존재 자체가 '악'이 될 수도 있다는 데엔 동의한다. 유시민 작가가 쓴 <나의 한국 현대사>에도 내가 희미하게나마 갖고 있던 이런 인식을 뚜렷하게 규정한 부분이 나온다.


"인구감소는 나쁜 일인가?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지구촌 전체로 보든 대한민국만 보든 인구가 줄어드는 게 오히려 바람직하다. 호모 사피엔스는 천적이 없는 종이다. 보이지 않는 세균과 바이러스까지 거의 다 통제한다. 천적이 없는 종이 스스로 개체 증가를 억제하지 않으면 생태계에 재앙을 안겨줄 수 있다. 그런데 호모 사피엔스는 만족을 모르는 동물이다. 개체 수가 70억이 넘었고 날이 갈수록 더 많은 자연의 에너지와 자원을 약탈하고 소비한다. 지구 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 핵물질을 축적했고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지구 대기의 화학적 구성과 기후에 변화를 일으키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구에게 인간은 암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암 환자가 죽으면 암세포도 죽는다. 그런데도 암세포는 이체의 생사를 고려하지 않고 끝없이 자기를 증식한다. 호모 사피엔스의 행동은 암세포의 행동과 똑같아 보인다."


인상 깊은 구절이다. 인간이 지구의 '암'이 될 수도 있다는 비유는 멋지면서도 명쾌하다. 지구를 생명체로 전제하고 나온 표현이자 따뜻한 시선에서 출발한 냉정한 평가다.


오늘 뉴스를 보니 국제 해커집단인 어나니머스가 때아닌 '외계인 논쟁'에 다시 한번 불을 지폈다. 어나니머스는 미 항공우주국인 나사(NASA)가 외계인과 접촉한 사실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NASA 측은 "그럴 일 없다"라고 해명했다.


만약 외계인이 있다면 가장 먼저 "너네도 욕심의 끝이 없니?"라고 묻고 싶다. 그리고 더 갖고 싶은 것은 뭔지도 꼭 덧붙여 질문하고 싶다.


그건 그렇고 질문을 받은 외계인이 "너네는 욕심의 끝이 있니?"라고 반문하면 뭐라고 답해야 할까. 온갖 경제 사범을 보면 "끝이 없어"라고 답할 수 있겠지만 한 평생 검소하게 살다가는 분들의 각종 미담을 떠올리면 또다시 머뭇거리게 된다.


확실한 건 호모 사피엔스는 때에 따라 지구의 '암'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암이 발병 원인부터 치료 과정까지 끊임없이 복잡하듯이 호모 사피엔스도 그 정도로 난해한 특성을 가진 종자다. 파악할 수 있는 사실은 이 정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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