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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정혁 Jul 02. 2017

두산베어스 뇌물 의혹과 의심 지점

두산베어스가 최규순 심판에게 300만원을 준 게 2013년 10월이다. KBO는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를 확인한 후 "금액이 많지 않고 개인 간 거래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해 추가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두산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일단 발을 뺐다. 마지막으로 문체부는 지난달 29일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며 KBO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여기까지가 '프레시안' 단독 보도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파악된 사실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사건이 시작된 2013년 10월이란 날짜다. 우연일 수 있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만큼 눈에 띈다.


여기서부터는 개인적인 추론이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체육계 부역자로 판명 난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이 '어공'이 된 시기와 이때가 겹친다. 대학교수였던 그는 2013년 9월 문체부 2차관이 됐다. 지금 결과를 놓고 볼 수 있듯이 그는 권력을 잡자마자 각종 부정 인사와 무리한 정책 추진으로 체육계 1인 집권 체제를 확고히 다졌다. 그런 면에서 보면 그가 막 준비했던 것들을 추진하던 찰나에 이런 두산베어스의 뇌물 의혹이 시작된 것이다. 이를 그가 알았다고 가정한다면 '혹시 알고도 감추지 않았을까?'란 추론도 일단은 합리적 의심이 된다. 조금 뒤늦게 알았더라도 그렇다.


그럼 그가 알았을 것이란 추정의 근거는 뭔가. 김종 전 차관은 1991년부터 1994년까지 두산베어스 전신인 OB베어스 홍보팀에서 일했다. 그 이후에는 국정농단 사태에서 그와 최순실 사이의 연결고리로 불리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995년부터 1996년까지 KBO 총재 자리를 차지했다.


이런 정황만으로는 앞에 내놓은 의심이 다소 약하지 않은가. 그래서 하나 더 덧붙인다.


김종 전 차관이 문체부에 들어간 이후 뒤에서 가장 공들여 만든 게 '프로스포츠협회'다. 한 나라 각각의 프로스포츠를 하나의 단체로 묶어 150억원 이상의 돈을 갖고 그들을 좌지우지하겠다고 만든 단체다. 말이 안 되는 조직이라 출범 직후부터 지금까지도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김종 전 차관은 이 단체 조직을 추진하면서 이에 반하는 여론을 잠재우려 부단히 노력했다. 실제로 단체 출범 이후 각종 인사가 이곳에 낙하산으로 떨어졌으며 제자들도 많이 취업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을 때 이 단체 사람은 나한테 직접 "긍정이든 부정이든 아무런 기사도 나오지 않는 게 가장 좋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런 정황을 앞에 의심과 덧붙이면 김 전 차관이 두산베어스 뇌물 건을 알고도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덮었을 가능성도 높다고 의심할 수 있다. 제주도에 있던 '야구인의 마을' 활동까지 할 정도로 야구를 자신의 본거지이자 중심축으로 뒀던 그가 KBO까지 알았던 두산베어스의 심판 뇌물 사건을 몰랐다고 보기엔 그 가능성이 작다. 이 외에도 대한야구협회 표적 수사부터 특정 인물 회장 추천과 배제까지 충분히 야구계 구석까지 그가 보고받았다는 정황은 더 있다. 모든 게 진실이라면 조직적 은폐 가능성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 글의 대다수는 아직 추론에 가깝다. 그런데 상식선에서 시작된 의심이 새로운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진야곱 건'이나 '현 KBO 총재의 김기춘 보좌관 경력' 등을 일단 제외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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