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31일 이란전 리뷰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라고 했다. 감독과 선수들이 먼저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비겼다. 5-4로 이기든 1-0으로 이기든 발로 넣든 엉덩이로 넣든 골을 넣어야 했다. 축구에서 0대 마이너스 1이라는 점수가 없으니 어떻게든 1골 이상을 넣고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그런데도 비겼다. 다른 때였으면 <뉴스룸> 보다가 <썰전> 보기 전에 잠시 시간 좀 보냈다고 생각하고 넘어갔을 거다.
그런데 정말이지 교체 타이밍 때문에 답답함이 가시지 않는다. 언제까지 70분 넘어 감독의 '한 수' 같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선수 교체를 봐야 하는가. 특히 엉뚱한 모험과 이해하기 힘든 영웅 심리를 자주 보였던 신태용 감독이라서 더욱 분통 터진다.
두 번의 이른 교체 타이밍이 있었다. 김신욱이든 이동국이든 이렇게 막판에 넣을 거였으면 아예 후반 시작과 동시에 한 명쯤은 투입 가능했다. 그다음으론 상대 선수가 퇴장당했을 때였다. 그 흐름 그대로 교체 카드 하나 써서 변화를 주는 동시에 상대를 심리적으로도 압박할 수 있었다. 오늘 교체 타이밍은 마치 비겨도 되는 팀이 적절히 현재 상황을 고수하며 다음 경기를 위해 선수들 컨디션 조절해준 모습이다.
이동국이라는 선수 한 명을 놓고 보면 더 화가 난다. 사연 많은 베테랑인 그를 신태용 감독이 직접 선발했으며 그에 따라 모든 관심이 이동국에게 집중됐다. 감독이 자기 입으로 '정신적 지주'가 아닌 '골을 넣어줄 수 있는 선수'라서 선발했다고 했다. 이동국도 축구 외적으로 뽑히는 것이라면 합류하지 않는 게 낫다고 말했더니 신태용 감독이 전략상 필요해서 뽑았다고 말했다는 사실을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런데 그런 이동국에게 주어진 역할은 6분간의 롱볼 싸움이었다. 2선 선수들의 움직임을 살려줄 수 있으며 좌우로 벌려 뛰어줄 수 있는 선수라고 극찬했던 감독이 말과 다른 행동으로 6만 관중 앞에서 선수 하나를 바보 만들었다.
이처럼 온갖 바람 다 잡아놓고 출전시간 10분도 주지 않은 처사는 선수 사기만 떨어트려 놓는 행위다. 우즈벡전을 위한 포석이라고 변명할지도 모르겠는데 선수도 감정이 있다. 특히 이동국이라는 사연 많은 선수는 더 큰 상처를 받을 수 있고 오히려 조급함만 더해질 뿐이다.
게다가 지금 대표팀엔 김남일 차두리 코치가 있고 손흥민 기성용 구자철 같은 선수들이 주축이다.
솔직히 아주 솔직히 예전에 해외파 운운하며 논란 일으켰던 당사자와 그 주변 아닌가? 그 가운데 이동국은 지금 대표팀 내에서 철저히 비주류 아닌가?
그런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베테랑 선수 입지를 감독 스스로 좁혀 버린 거다. 이동국 입장에서 무슨 면이 살고 무슨 힘이 실리겠는가. 오늘 같은 이런 운영은 경기 내적인 부분과 다음을 위한 선수단 사기 부분에서도 최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