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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정혁 Sep 07. 2017

축구대표팀 논란, 사실을 흐리지 말라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천신만고 끝에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달성했다. 전임 울리 슈틸리케 감독 이후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못한 채 무승부를 거듭한 끝에 가까스로 월드컵 티켓을 손에 넣었다.


축구대표팀은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9차전 이란과 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이후 지난 6일 우즈베키스탄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최종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에도 0-0으로 무승부를 거뒀다. 같은 시간 펼쳐진 경기에서 시리아가 이란을 이겼더라면 자칫 본선행 티켓을 놓칠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을 대표팀은 겨우 통과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대표팀 선수단은 신태용 감독을 헹가래하는 등 대다수 축구팬들이 분통을 터뜨린 것과 다른 모습을 보여 지탄받았다. 앞서 이란전에서 주장 김영권의 본심과 다른 인터뷰가 관중 탓을 하는 듯한 뉘앙스로 전해져 큰 비판을 받던 터라 대표팀을 향한 여론은 안 좋을 대로 안 좋아진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 6일엔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이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싶어 한다는 일부 보도가 나오면서 축구협회를 포함한 고위 관계자들의 인용 멘트로 "예의가 없다"는 식의 해명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사실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데 정반대의 흐름이 나오고 있어 논란은 더욱 꺼질 줄 모르고 커지고 있다.


신태용 감독과 축구대표팀을 냉정히 봐야 할 때인데 정작 눈덩이처럼 불어난 의견들이 이슈를 선점하고 있는 일그러진 양상이다. 대표팀의 최근 경기는 졸전일 수도 있고 결과를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일 수도 있다. 이건 어디까지나 보는 이의 의견 영역이다. 누가 보기엔 잘한 것일 수 있지만 누가 보기엔 답답하다는 평가와 주관 개입 가능 부분이다.


다만 0-0으로 겨우 비겨 월드컵 본선 출전 티켓을 가까스로 따낸 것 역시 사실이다. '헹가래 논란'도 시리아의 경기 결과를 알고 했느냐 모르고 했느냐에 앞서 상황만 보고 논해야 한다. 그 정도까지의 기쁨 표현은 전임 슈틸리케 감독 이후 전혀 달라진 게 없는데 마치 출정식에서 이긴 것처럼 대다수 정서와 어긋난 행동을 했다는 게 여론이 지적하는 지점이다. 사실을 비틀어서 마치 엉뚱한 부분을 신태용 감독과 축구대표팀이 비판받는 것처럼 왜곡해선 곤란하다.


물론 이 모든 상황을 신태용 감독이 앞으로 철저히 준비해서 극복할 수 있는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혼란스러울수록 사실만 봐야 한다. 다른 나라 경기 결과를 보면서 어렵게 월드컵 본선 진출 따낸 게 의견이 개입할 수 없는 선명한 사실의 영역이다.


누군가는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결과와 사실만으로 기뻐할 수 있다. 월드컵 진출한 게 성과이니 앞으로 발전을 기대하면서 응원하자는 관측도 당연히 있을 수 있다. 이건 개인의 의견 표현이자 자유 영역이다. 반면 해당 사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그래서 나올 수 있다. 명확한 사실 인식에서의 비판은 그 자체로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듣기 거북한 소리라고 해서 억지로 사실에서 뻗어 나오는 의견 비판을 언론이나 고위 관계자들의 인용 멘트로 단죄할 수 없다. 국내 축구팬이나 대한민국 국민 수준이 그렇게 낮지도 않다. 축구계가 자랑하는 것처럼 무려 1986년부터 월드컵 진출 보고 살아온 팬과 국민이다. 본질과 사실에 집중한 담론이 곁가지에 불과한 물타기에 가려져선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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