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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정혁 Oct 11. 2017

4년 주기의 월드컵 각설이

감독 한 명 바꾸면 금방 달라지는 것처럼 이성을 잃었을 때 이미 체질 개선 타이밍은 끝났다. 애초 슈틸리케 감독 선임 이유 중 하나가 우리도 대표팀 감독한테 4년 꼬박 준비할 시간 좀 주자는 거였다.


한국 축구 엘리트 코스로 불리는 과정을 두루 밟은 홍명보 감독을 밀어내면서까지 데려온 게 슈틸리케 감독이었다. 다수가 실패했다고 낙인찍은 홍명보 감독을 긍정하거나 높게 평가하는 게 아니다. 그 당시에는 그보다 더 한국 축구를 모르는 외국인 슈틸리케 감독을 데려오면서까지 변화를 모색했다는 걸 말하고 싶다.


그렇게 반짝이는 새 신발을 신은 것처럼 일부는 '갓틸리케' 표현까지 써가며 슈틸리케 옹호론을 펼쳤다. 그런데 그에 호응하던 대중심리가 김이 빠지자 월드컵 본선행을 가를 경기들을 코앞에 두고 급하게 그를 내친 것도 그 여론이었다. 어부지리로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고 일단은 가장 필요한 월드컵 본선 티켓을 손에 넣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는 또 신태용 감독에게 어제 나이키 농구화를 사서 신었는데 왜 점프력이 높아지지 않느냐는 것과 같은 비과학적인 근거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축구를 가볍게 즐기는 쪽에서야 그런 말을 할 수 있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알 만큼 알고 비판의 화살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인지하고 있는 쪽에서도 그런다. 급하게 대표팀 지휘봉 잡고 월드컵 직전 평가전에서 지면 다시 온갖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이 지리멸렬한 4년 주기의 공회전이 답답하다 못해 코믹하다.


담임선생님 하나 바뀌면 평범한 학생이 곧장 다음 전국 모의고사에서 등급 확 오르나? 직장에서 팀장이나 부장 한 명 바뀌면 바로 다음 분기 업무 성과가 급성장하나? 삶에 대입해보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의문들이 유독 축구나 스포츠에선 이상하게 흐른다. 축구를 하는 게 '축구 기계'가 아닌 '사람'이란 걸 지나치게 간과한다.


축구협회 임원 비리나 히딩크 논란을 떼어놓고 봐도 4년 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온 것처럼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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