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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정혁 Jan 22. 2018

북한이라서 남북 단일팀을 비판하는 게 아니다

진영논리자들은 물 타서 오버하지 말아라

며칠 전 쓴 글에 왜곡된 해석이 따라와서 쓴다. 우선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준비 과정은 잘못됐다. 여기엔 의견 변화가 없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절차와 과정의 문제이지 '단일팀' 그 자체는 아니라는 걸 확실히 밝힌다. 이전에 쓴 글 어디에도 남북 단일팀 자체를 부정한 메시지는 없다.


지금 정부는 전 정부가 알맹이만 빼먹고 내다 버리려던 올림픽을 평화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건 정치냐 스포츠냐의 문제를 떠난 얘기다. 당장 한반도 긴장 완화와 올림픽을 통한 2차 3차 다른 교류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완벽한 합격점이다. 일단 전쟁을 막아야 정치든 스포츠든 할 것 아닌가. 전쟁이 정말 저 멀리 있을까? 평화를 유지하는 게 쉬울까? 당장 추운 날 GOP 철책선에서 1시간만 북쪽 보고 있어봐라. 정치고 스포츠고 뭐고 눈앞에 펼쳐진 삼엄한 풍경 앞에서 아찔하다. 당장 내 자식 세대만은 이런 시대의 아픔을 겪지 않고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단 생각만 든다.


이번 정부가 올림픽으로 남북 관계 개선과 미국의 제스처까지 따낸 건 얻은 게 훨씬 많은 일이다. 생각해보자.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지 않았다면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축사는 그의 몫이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남북 스포츠 교류와 단일팀 추진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일말의 아쉬움이 있다는 거다. 이번 단일팀 협상 과정에서 선수들 의견과 현장 분석 등 아래에서의 의사 수렴 과정이 선명하지 못했다. 지난 대선 과정을 지켜보면서 너무도 그런 것들을 잘했기에 나오는 배부른 소리라면 할 말은 없다. 지난 두 번의 정부는 어느 분야에서도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는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1번가 같은 정책 쇼핑몰 운영 도입과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활성화 등 열린 소통을 내놓았다. 여기서 남북 단일팀 추진 과정과 비교해 틈이 생긴다. 사실 물밑에서 대한체육회와 아이스하키협회가 어떤 수준까지 정부와 교감했는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도 사안의 중요성에 비교해 밖에서 보기엔 이전과 같은 의견 수렴 과정보다 미흡했다.


진짜 문제는 이를 통한 나경원 등의 진영 논리자와 이들과 소스를 주고받고 공식화해 먹고사는 일부 몰지각한 언론이 북을 치고 있는 점이다. 이 때문에 마치 남북 단일팀 문제를 지적하거나 "큰 뜻은 지지하지만 과정에서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라고 하면 북한에 대한 인식이 드잡이 되는 동시에 '그쪽'이냐고 버럭 비판받는 일도 있다. 모든 걸 듣고 싶은 대로 듣고 보고 싶은 대로 보겠다는 확증편향들이야 어찌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게 마치 모 아니면 도인 것처럼 비치는 건 곤란하다. "단일팀을 통한 평화"를 얘기하면 이번 정부 지지자가 되고 "큰 구상은 지지하지만 그 과정에서 조금이나마 미흡한 점이 있다"라고 꼬집으면 무조건 반대론자가 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스포츠를 먼저 보고 이해한 뒤 정치를 내다보는 이들은 '북한'이라서 단일팀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이 부분은 사실 이경렬 활동가와 얘기하던 중 확실히 잡은 해석이다. 일부에서 "요즘 젊은이들은 북한 주민을 남 취급하고 통일에 대한 생각이 없어 단일팀도 삐딱하게 본다"라고 하는 것과는 온도 차가 있다.


어느 종목 어떤 형태로든 단일팀을 긍정한다. 그를 통한 올림픽의 평화 기여는 몇 번이고 찬사를 보낸다. IOC의 정치 논리 개입 여부가 발생하지만 그들도 허용하지 않았나. 하지만 아주 예전부터 내걸었던 대통령 공약이 조금은 거칠게 구현돼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아쉽다. 이때다 싶어 모든 것을 너는 어느 쪽이냐고 프레이밍 하는 자들이 아쉽다.


여자 아이스하키가 원래부터 비인기 종목이며 철저히 메달권 밖인데 이번에 오히려 관심받게 됐다는 지적은 그래서 너무도 폭력적이다. 심지어 역사적인 남북 단일팀의 일원이 됐는데 오히려 영광스러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는 지극히 위에서 아래로 굽어보는 시각 아닌가? 단일팀 준비 과정이 매끄러웠으면 이러한 의견들은 당연히 타당성이 더 높았을 것이다. 그러나 과정은 그렇지 못했다.


과연 누가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속내를 정확히 알 수 있을까. 준비 과정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을 때 물었으면 그나마 솔직한 반응이 나오지 않았을까. 이미 정해진 뒤 어느 누가 불편함을 꺼낼까. 평화라는 절대 가치를 위한 개인의 희생은 완벽한 절차가 아니더라도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가. 그렇다면 그러한 권리는 누구한테 있을까. 단일팀을 지지하지만 과정에서 아쉬움이 남으며 그 때문에 이러한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노파심에 또 쓰지만 단일팀 그 자체가 가져오는 가치와 효과엔 이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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