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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정혁 Aug 12. 2018

EPL 유료 중계 실험

스포티비 유료 결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이번 주말 개막했다. 월드컵 직후라 국내 열기도 예년보다 더 뜨거울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대다수 일반 팬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혼란에 빠졌다. 'SBS스포츠'가 중계권 협상 무산으로 중계하지 않으면서다.

이 자리를 '스포티비'가 대체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유료 결제' 때문이다. 스포티비는 기대가 쏠린 일부 경기를 자사 스마트폰 유료 애플리케이션 중계로 돌렸다. 한마디로 케이블 스포츠채널에서 프리미어리그를 이전처럼 무료로 보기는 불가능해졌다. 최소 올 시즌은 주머니를 열어 유료 중계를 결제해야 프리미어리그 시청이 가능하다. 그게 아니라면 편법으로 해외 스포츠 중계 사이트에 접속해 경기를 봐야 한다.


이제 국내에서도 '빅매치'로 불리는 스포츠 경기를 돈 주고 봐야 하는 시대로 가느냐의 갈림길에 섰다. 그 실험에 스포티비가 도화선을 당긴 셈이다. 이미 스포티비는 자사 유료 애플리케이션을 몇 년 전부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지난해 유료 중계로 화제가 됐던 '엘 클라시코'가 대표적이다.


이는 스포츠 자체 문제를 넘어 경제 문제로 이어진다. 국내 인구가 스포츠 중계에 돈을 쓰느냐 마느냐 하는 단계다. 단순히 팬들의 충성도가 유료 결제 소비로 이어질 것으론 긍정할 수 없다. 스포티비 유료 채널 구독료가 1만 2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하다는 소리도 있지만 성급히 싼 가격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우선 국내 콘텐츠 소비가 유독 유료에 인색해서다. 언론사 유료 모델이 일반적인 외국과 비교해 '공공성'이 일반 소비층에 유독 강력히 인식돼 있다. 이른바 '볼 권리' 또는 '알 권리'가 콘텐츠를 유료로 소비해야 한다는 시장 논리에 앞서 있다. 월드컵과 올림픽을 공중파 3사가 경쟁적으로 중계하는 것도 그러한 인식에 한몫했다.


이런 상황에서 TV라는 전통 매체에서의 유료 결제 시도는 더욱 가시밭길이다. 하물며 그것이 모두가 쉽게 즐기는 것으로 인식된 스포츠라면 얘기는 더욱 달라진다. 이미 외국에선 '페이퍼뷰(경기당 과금)'라는 시스템으로 스포츠 중계의 유료 결제가 일반화돼 있다. 이는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외국 사례가 국내에서도 직접 신용카드를 긁는 소비자의 결제를 담보하는 건 아니다.


조심스럽게 예상자면 이 행보는 어느 순간 멈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프리미어리그 중계권료가 폭등하고 있는 것과 국내 사례를 단순 연결하기는 힘들다. 이런 시스템이 성공을 거둘 것이었으면 일찌감치 외국에서 페이퍼뷰가 일반화됐을 때 최소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어야 했다. 그런데도 방송사들이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았던 것은 스포츠 판 대내적인 경쟁뿐만 아니라 다양한 즐길 거리의 대외적인 환경도 고려했기 때문이다.


스포티비 유료 애플리케이션 결제금 1만 2000원이 누군가에겐 적은 돈일 수도 있지만 이는 영화·드라마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 또는 '왓챠'와 비교해 결코 저렴한 금액도 아니다. 국내에서 야구팬을 제외하면 그 모든 걸 제쳐두고 이러한 금액을 낼 의사가 있는 소비자층이 어느 정도인지는 쉽게 추정할 수 없다. 그러니 스포티비 같은 매체가 시도하는 것엔 의의가 있지만 그와 별개로 나는 성공을 어둡게 보는 입장이다.


같은 맥락으로 스포티비의 유료화가 얼마나 많은 이익을 거둘지도 의문이다. 결론적으로 유료화하면서도 이익을 내지 못한다면 또 다른 채널이 나서서 수익을 포기하는 대신 중계에 뛰어들 수도 있다. 이미 월드컵이나 올림픽 중계는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렇게 됐다.


작은 균열이 생긴다면 시장 논리에 따라 특정 채널의 유료화 행보는 금세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미 수년간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진 SBS스포츠가 다시 판에 뛰어드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혹은 SBS스포츠가 부분 유료화를 내걸 수도 있다. 이 경우 오히려 스포티비보다는 기존의 익숙한 SBS스포츠가 더 큰 호응을 받을 가능성도 높다.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프리미어리그 국내 중계 시간대를 보면 현지처럼 스포츠 펍에 모여 보기도 힘들다는 점에서 들여다봤다. 유료화가 옳으냐 옳지 않으냐를 떠나서 콘텐츠 유료 소비에 인색한 국내 환경 속에서는 차라리 가격이라도 낮춰 보는 게 현재로선 현실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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