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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정혁 Aug 15. 2018

남북단일팀과 병역원정대

아시안게임 개막에 앞서

남북 단일팀과 특정 선수의 병역혜택 중 어느 쪽이 더 화제가 될까.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두 이슈는 같은 비중의 논평 대상으로 인식될까. 국제 대회에서 국가 교류라는 고전의 가치는 점차 나라 안 국민보다 세계 속 시민의 성격이 짙어지고 있는 현대 스포츠 사회 개인에게 여전히 같은 중요도로 유효한가.


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두고 한쪽에선 남북 단일팀과 동반 입장을 주목한다. 또 다른 쪽에선 그보다 야구대표팀과 축구대표팀의 금메달 여부와 그에 따른 특정 선수의 '병역 혜택'을 주시한다. 이러한 의제는 정치를 볼 것이냐 스포츠를 볼 것이냐의 주제로 대입되어 같은 대회에서 나란히 따로 제 갈 길을 간다. 동시에 대회 자체를 국가와 개인 중 어느 쪽에 포커스를 두고 쳐다볼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남북 단일팀이나 동시 입장 문제는 정치가 스포츠의 순기능을 인정하거나 이용한 뒤 이를 풀어 이룩한 성과다. 같은 면에서 금메달 병역 혜택은 스포츠가 국제대회 승리 어려움과 성과에 따른 국가 이익을 정치에 소구해 따낸 포상이다. 박정희 정부에서 도입된 제도지만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4강 진출'이라는 예외를 인정해 특별함에 특별함을 얹으면서 강화되었다. 이후부터 국제대회 병역혜택은 분명히 스포츠가 그것을 정치에 제안해 얻은 성과로 볼 수 있다.


매번 크고 작은 대회에 앞서 이러한 논의가 양쪽에서 동시에 번지는 것을 보면 하나의 화면에서 두 개의 채널이 전달되는 기분이다. 한쪽에선 평화를 위해 남북단일팀과 동시 입장을 추켜세우고 한쪽에선 그러한 평화가 깨진 상태를 전제 조건으로 한 병역혜택에 집중한다. 남북이 분단되지 않았다면 애초에 단일팀이란 단어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경우 스포츠에서 병역혜택이란 말 또한 찾아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러한 공통 대전제에서 나온 시선이나 비평은 찾아보기 힘들다. 연결하기 힘들거나 묶어서 볼 필요성이 없어서 일수도 있겠다.


엄중하게 보면 분단 이후 스포츠에서 남북 간 평화 진전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진일보했다는 것이 증명되려면 남북단일팀의 정례화나 동시 입장이 당연한 절차가 되었거나 최소한 출전 선수의 병역 문제가 단순히 금메달 병역혜택이 아닌 다른 면에서 해결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남북단일팀이나 동시 입장은 매번 단발성이었으며 다음 대회 확신을 보장하지 않았다. 금메달 병역혜택도 '국가대표 경력 포인트제'나 '입대 연령 연장'이라는 대안 제시 속에서 그 어떤 것도 부분적으로도 받아들이지 못했다. 크게는 스포츠 또는 작게는 국제대회에서만 보면 남북문제는 여전히 분단 직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이다.


하다못해 민간 스포츠 교류라도 정례화된 것이 눈에 띄지 않는다. 최근 상암동에서 열린 남북 노동자 축구대회가 반론으로 제기될 수 있지만 이 또한 큰 판에서 대세엔 영향이 없다. 이 대회의 의미 자체를 축소하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대회 이후의 어떤 것도 담보되지 않았다는 면에서 그렇다.


아시안게임에서 단일팀이 어떠한 영광을 표출하고 동시 입장 기수가 어떠한 퍼포먼스를 내는지에 집중하는 시선과 야구 축구 대표팀의 행보에 따라 특정 선수의 병역혜택이 거론되는 것 사이의 괴리는 이번에도 공명할 게 뻔하다.

남북단일팀의 영광은 영광대로 가고 금메달 뒤에 있는 병역혜택을 향한 특정 선수의 욕망도 욕망대로 간다.

국가는 국가대로 남북 헤게모니를 밀어가고 개인은 개인대로 병역혜택 욕구를 분출해가는 식이다. 국가 안에서의 국민이냐 세계무대 진출이 활발한 종목에서의 세계 속 시민이냐 하는 인식이 여과 없이 따로따로 흘러가는 것이다.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 공단 등 비록 지금은 중단되었어도 다른 쪽에선 분단 이후 나름의 성과가 나왔다. 이것은 말 그대로 중단이어서 언제든 재개만 되면 그간 진행되었거나 운영되었던 것을 이전처럼 돌리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스포츠에는 그러한 경험도 모델도 절차도 없다. 스포츠가 정치 위에 있다는 반증이다. 정치는 스포츠를 이용했지만 스포츠는 정치를 이용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그 가운데 금메달 병역혜택은 군입대 앞둔 이들과 이와 연계된 사람 사이에서 부러움 또는 시기의 대상이 된다. 북한이 등장하는 국제대회는 매번 국가 평화와 개인 영달이라는 두 채널로 인식되며 그 비대함이 나머지를 소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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