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던졌니?"
엄마가 내게 물었다.
"네, 그렇지만 실험이었어요."
난 차분히 대답했다. 내 답변 이후 얼마간 정적이 흘렀다.
"동생이 그랬다고 하자."
엄마가 내게 권했다.
"그래도 될까요?"
난 애써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며 되물었다.
"그래야 해. 넌 과학자가 될 사람이니까."
엄마가 다시 말했다.
"맞아요. 전 꼭 과학자가 될 거예요."
난 힘이 났다.
"엄마는 너의 실험을 이해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어."
엄마는 또박또박 재차 설명했다.
돌아보니 그게 나의 '진짜' 실험 인생 중 시작점이었다.
그 실험 며칠 뒤 동생과 엄마가 경찰서를 들락거렸다. 내 남동생은 그때 10살이었다. 선천적으로 말을 못하며 지적장애까지 앓고 있었다.
내가 아파트 13층에서 벽돌을 내던져 아주머니가 사망한 사건은 그렇게 동생의 일로 일단락됐다. 어린 나이와 지적장애라는 결함은 동생을 처벌할 수 없는 사람으로 분류했다. 신문과 방송에서 떠들어댔지만 그뿐이었다.
시끄러운 일들은 2주면 충분했다. 나는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는데 중력과 무게에 따른 물체의 힘을 직접 실험해보고 싶어 벽돌을 아래로 던졌다. 사실 내 실험 주제는 '벽돌이 1층 집 화단의 화초를 얼마나 강한 힘으로 찍어 누를 수 있을까'였다.
그런데 지나가던 아주머니의 풍성한 파마머리를 보는 순간 우발적으로 그쪽에 벽돌을 던졌다. 아주머니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사실 하지 못했다. 아주머니가 쓰러지는 순간 옆에 있던 고양이는 잽싸게 어디론가 튀었다.
어릴 적부터 내 꿈은 과학자였다. 유치원 사슴반 시절에도 난 항상 장래희망에 과학자라고 썼다. 엄마는 그런 내 꿈을 무척 좋아했다. 엄마는 내가 잘 먹는 불고기를 줄 때마다 "우리 선우는 커서 꼭 아빠 같은 과학자가 돼야 해. 알았지?"라고 말했다. 엄마의 칭찬을 들으면 난 항상 뛸 뜻이 기뻤다.
아빠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엄마가 환하게 웃는 건 내가 '과학자'라는 단어를 말할 때뿐이었다. 그때부터 난 과학자가 되어 엄마와 나란히 아빠 산소에 가는 꿈을 꿨다.
과학자가 된다는 것은 내 꿈을 이루는 동시에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 엄마를 기쁘게 해주는 것이기도 했다. 특히나 엄마는 "동생 몫까지 선우 네가 열심히 해야 해. 그게 엄마와 아빠와 동생을 가장 기쁘게 해주는 일이야"라며 내 꿈을 독려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나는 과학자가 되기 위해선 모든 걸 실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틈만 나면 벽시계를 분해하거나 고장 난 휴대폰을 뜯어봤다. 한때는 과학상자 조립에 심취했다. 금붕어 해부와 개구리 해부 같은 것에 오랜 기간 흥미를 느꼈다.
금붕어 부레를 물속에 가라앉힌 뒤 어디까지 터지지 않고 기능하나 직접 실험해봤다. 살아있는 개구리의 뒷다리를 잘라내 그걸 다른 개구리에게 먹여보기도 했다.
학교에서 하는 단순한 실험이 성에 안 차 "엄마 금붕어랑 개구리 좀 많이 사주시면 안 돼요? 실험 때문에 그래요"라고 했을 때 엄마는 봉지 한가득 금붕어랑 개구리를 사다 주기도 했다. 그건 곧 내 실험에 대한 엄마의 지지이자 꿈에 대한 응원이었다.
교과서에서 본 것 중 집에서 실험할 수 있는 것들은 집에서도 해봤다. 바퀴벌레를 잡아 라이터 불로 살짝 지진 뒤 곧장 분무기로 찬물을 뿌려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도 실험해봤다.
하루는 개미의 집단생활과 그들의 집 구조에 대해 배웠는데 학교에서 돌아온 나는 당장 놀이터 구석으로 가 개미집을 찾았다. 그런 뒤 그 개미집을 파헤치고 또 파헤쳐 여왕개미가 알을 들고 도망가는 것을 보면서 진짜 과학자처럼 공부했다고 뿌듯해했다.
어느 날 학교에서 선생님은 내게 "선우야 실험도 좋지만 생명에 대해서도 생각할 줄 알아야 해"라고 했다. 하지만 엄마는 이런 내 실험 얘기를 들으면 항상 칭찬해줬다. 엄마는 내게 최고의 지지자이며 여전히 그 사실은 지금도 유효하다.
올해 대학생이 된 나는 더 많은 실험을 하려 한다. 요즘 흥미를 느낀 주제는 인육이다. 1학년 학부 수업 중 생명학을 듣던 중에 문득 DNA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서 이 주제에 관심이 생겼다. DNA가 비슷해 맛있으며 비슷한 것을 먹기 때문에 인육이 맛있다는 막연한 추측을 실험으로 체험할 참이다. 과학은 실험이며 난 미래의 과학자다.
문제는 인육을 얻기 위해 다소 은밀한 '작업'을 해줄 사람이 필요한데 과거의 벽돌 사건이 떠올랐다는 거다. 당시 내 동생처럼 어린 나이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아이가 내 실험을 위해 필요하다.
그래서 요즘 난 보육원을 전전하고 있다. 마땅한 아이를 찾아 엄마에게 입양을 요청할 것이다. 아마도 동생의 장애를 활용하면 입양 조건이 되지 않을까 막연한 추측을 하고 있다.
그 이후엔 그 아이가 우발적으로 인육 체취를 저질렀노라고 결과를 만든 뒤 미래의 과학자인 나를 위해 '진짜' 실험을 할 생각이다. 아마도 엄마는 이번에도 날 지지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