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따위

by 반동희

추위에 벌벌 떨다 길거리 어묵을 잡았다. 간장을 칙칙 뿌리려는 순간, '잠깐 내가 현금이 있었나?'


5초 후 어묵과 간장 분무기를 내려놨다. 지갑 속엔 백화점 상품권과 아메리카노 쿠폰과 신용카드만 있었다. 소비문화의 다채로움이 어묵 하나를 못 잡았다.


애써 어묵 아주머니의 묘한 웃음을 뒤로하고 황폐해진 몸과 마음을 따뜻한 상상으로 비볐다. '요즘 핫하다는 남양주 땅을 사려는데 보유 주식과 부동산을 아직 현금화하지 못해 월요일까지 기다리는 거다.'


뭐 이런 상상을 했다. 그러면서 은행 VIP가 편하게 대출받으러 가듯 집에 가서 맡겨둔 것처럼 돼지 저금통을 따겠다고 결심했다.


비록 500원짜리 어묵 앞에서 헛스윙으로 돌아섰지만 내일은 6개 먹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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