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역 거리에는 우동 세트를 파는 포장마차가 있다. 평일 새벽 1~2시에 포장마차는 택시기사와 대리운전기사로 가득 찬다. 그들은 500원짜리 어묵 몇 개와 3000원짜리 우동어묵세트 중 하나를 골라 허기를 달랜다. 단골 택시기사는 포장마차 주인과 농담 따먹기를 하며 기어코 우동어묵세트에 어묵 하나를 추가로 받아낸다. 주인은 남는 것도 없는데 심심하면 저렇게 하나씩 더 빼먹는다고 못 이기는 척 푸념한다. 그러나 그들의 대화와 웃음 속엔 대낮 합정역 사람들한테서 이따금 볼 수 있는 가식적인 웃음기가 전혀 없다.
한쪽에선 대리운전기사가 스마트폰을 응시한 채 그 떠도는 말에 맞장구를 친다. 대리운전기사의 스마트폰은 젓가락이나 어묵꼬치를 잡고 있는 순간에도 반대편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밥줄이다. 그 스마트폰에서 보내오는 신호들은 대리운전기사의 수입이자 이름 모를 술 취한 이들의 외침이다. 대리운전기사가 몇 차례의 신호를 받다 3500원을 포장마차 주인에게 건넨 뒤 뛰어나가면 택시기사의 마음도 덩달아 급해진다. 대리운전기사가 나간 뒤 택시기사도 곧장 먹던 어묵을 대충 입에 넣고 차에 몸을 싣는다.
가만히 이런 장면을 보고 있으면 벌어야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어야 벌 수 있는 것의 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그들과 나는 포장마차에서 함께 밤을 살찌우지만 공간적 공통점 외에는 다른 화면 속에 있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포장마차는 어디론가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