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학생들에게

[특집 '고려대분회'] 고려대분회 분회장 서재순

안녕하세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고려대분회 분회장 서재순입니다.


저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12년간 고려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르바이트로 시작해서 2010년에 청소노동자 비정규직 직원이 되었습니다.

같은 해 10월에 당시 근무하던 곳의 관대표가 되었고 2010년부터 2011년 교육부장,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사무장으로 활동하였습니다.

2014년부터 2015년 전임 아닌 부분회장,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전임 부분회장을 거쳐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째 고대분회의 분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저희 고대분회는 2004년 7월에 출범해서 민주노총 서경지부가 서울지부로 변경된 지금까지 18년을 활동하고 있습니다.

고대분회 출범 이후 분회의 조합원들은 하루 8시간 노동하며 최저 시급만 받았습니다.

그런데 2009년, 고대분회의 투쟁에 있어 중요한 지점이 되는 파지 투쟁이 있었습니다.

당시 저희는 각 관마다 나온 쓰레기를 분리수거해 고물상에 팔아 인당 2~3만 원씩을 받았습니다. 그 돈을 보태 쌀을 사고 반찬은 각자 가지고 와서 함께 아침, 점심 두 끼를 해서 먹었는데 갑자기 학교에서 파지도 학교 재산이라면서 파지 처분권을 용역회사에 넘겼습니다. 저희는 어쩔 수 없이 쌀값을 달라고 파지 투쟁을 시작했고, 원청인 학교에서 농성을 하였습니다.

투쟁 끝에 파지 처분권 대신 식대 25,000원을 쟁취하게 되었습니다.

그다음 해인 2010년 11월 교섭을 시작으로 저희는 최저 시급이 아닌 생활 임금을 달라고 매년 투쟁을 벌였고, 그게 올해 시급 투쟁까지 이어졌습니다.


매년 그렇듯이 저희 시급 몇백 원 올리겠다고 목숨 걸고 투쟁을 합니다.

이번에도 시급 400원 때문에 작년 2021년 11월부터 2022년 2월 말까지 12번의 교섭을 했습니다. 올 3월 초에는 고용노동부까지 가서 조정 3차를 거쳤지만, 그 과정에서 단 10원의 임금 인상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 조합원 투표를 거쳐서 3월 14일부터 몸자보를 입고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3월 30일부터 고대분회 전 조합원들이 민주광장에서 집회를 시작했습니다. 학생들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중간에 중앙광장으로 옮겨 매일 오전 9시부터 10시, 오후 12시부터 1시에 햇빛이 나거나 비가 와도 매일 집회를 했습니다.

7월 5일이 될 때까지 원청 면담도 7번 했지만, 면담을 가도 원청은 저희를 투명인간처럼 취급하고 용역회사와 똑같은 말만 했습니다. 7월 6일 날에는 본관 문도 열어주질 않고 면담조차도 밖에서 하자고 하니 화가 났습니다.

그 길로 본관 복도를 점거해서 농성을 시작한 지 28일 만에 농성을 해제, 7월 28일 시급 400원을 쟁취하면서 원청에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매년 하는 집회와 투쟁이지만 올해만큼 집회만 3개월하고 본관 점거 농성도 28일, 총 137일 투쟁을 한 적은 없습니다.

너무 힘들고 지치는 시급 투쟁이지만 수많은 학생이 저희 투쟁에 연대를 해주신 덕분에 저희 노동자들은 항상 힘이 납니다. 감사드립니다.


매년 그렇듯이 비정규직이란 이름이 저희 앞에 벽을 치고 있어서 원청인 고려대는 저희에 대한 책임을 용역회사에 떠넘기며 저희 청소·주차·경비 노동자의 사용자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래서 매년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저희 노동자들은 원청인 고려대에서 집회와 투쟁을 반복합니다.


특히 올해 투쟁은 정말 힘들고 쉽지 않은 투쟁이었음에도 고대분회 전 조합원님들, 고려대 학생들, 서울지부 임원들 3박자가 잘 조화를 이루어서 투쟁하는 동안 너무 행복했습니다. 저희는 저희 시급을 올리려고 하는 투쟁이지만, 학생들은 아무 조건 없이 저희 투쟁에 하루도 빠짐없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많은 단체분들, 고려대 동문들. 고대병원의료연대,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 고대지부, 고대문화 편집위원회, 수레바퀴, 생활도서관, 여학생위원회, 정경대·문과대·사범대 학생회, 고대 대학원 노조 개개인.

위에 빠진 고대 학생분들도 있을 거예요. 여기에 다 쓰진 못해도 수많은 단체가 고대분회 투쟁을 지지해주신 덕분에 저희 고대분회는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학교와 교섭이 잘 되면 좋겠지만, 교섭이 잘 안돼서 힘들고 지치는 집회와 투쟁이 있을 겁니다. 고대문화처럼 수많은 학생들이 함께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올해 3월 30일 처음 집회하는 날부터 7월 28일 점거 투쟁이 끝나던 날까지, 처음과 끝을 함께해주신 고대학생 여러분! 고대분회 분회장으로서 정성을 다해 감사드립니다.


역대 선배님들께서 고대분회의 정신을 잘 물려주신 덕분에 올해도 고대분회 노조원들과 고대학생들이 잘 해냈듯이, 내년에도 학생들과 함께 할 거라 믿고 저도 힘차게 투쟁과 파이팅을 외쳐봅니다.


저에게 이 글을 쓰게 해 주신 고대문화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좋은 책 만드시길 기원합니다.

고려대 학생 여러분, 감사합니다.


2022년 8월 29일.

고려대분회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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