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특집 '학내인권단체']
1) ‘사람과사람’은 어떤 단체인가요? 간략한 단체 소개와 현재 진행 중인 활동 중 공개 가능한 것들 소개 부탁드려요.
‘사람과사람’은 1995년 가을에 결성된 이래 20년이 넘도록 꾸준히 활동해 온 고려대학교 학내 유일한 중앙 성소수자 동아리입니다. 2003년 동아리연합회의 정식 동아리 인준을 받은 뒤 현재까지 인문과학분과 소속 동아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람과사람은 학내 성소수자들의 안전한 쉼터 역할을 하는 동시에, 고려대학교 학우들과 사회의 인권 의식의 향상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위해 <퀴어영화제>를 개최하는 한편, 《퀴어가이드》를 발간해 더 많은 사람이 퀴어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합니다. 이외에도 동아리 박람회와 가을 축제 등 교내 각종 행사에 참여하여 학내 퀴어들의 존재를 가시화하고자 활동하고 있으며, <퀴어모니터링> 활동을 통해 퀴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성소수자 구성원들의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합니다. 또한 내부적으로 <퀴어세미나>를 정기적으로 진행함으로써 퀴어 이슈나 관련한 주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다양한 존재들을 이해하고 존중하고자 합니다.
2) 코로나 시기에 많은 단체들이 인력난 등 다양한 어려움을 마주했는데요, 사람과사람도 코로나 시기에 어려움을 겪었나요? 위기를 극복하고자 기울인 노력과, 그에 따른 변화가 궁금합니다.
현재 운영진이 코로나 시기 이후에 사람과사람에 들어왔기 때문에 당시의 상황을 정확히 알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코로나 시기에는 많은 사람이 모이지 못했기 때문에, 주요 행사와 활동이 많이 위축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동아리를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 우선 회원 간의 친목을 도모하고자 개강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동아리방에 출석해서 간단한 미션을 수행하는 이벤트를 통해 기존 회원과 신규 회원이 서로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도 했고, 부족한 활동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다른 인권 단체와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학외에서는 앰네스티 ‘다움’ 프로젝트에 참여해 다른 청년 성소수자 단체와 연합해 퀴어퍼레이드 활동을 기획했고 학내인권단체협의회(이하 ‘학인협) 소속으로서 함께 프라이드먼스 행사를 기획하거나 연합 대자보도 작성했습니다.
3) 백래시로 인한 어려움이 있었나요? 있었다면 어떤 형태였는지, 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2022년에 총학생회 중앙비상대책위원회의 서울퀴어문화축제 참가 번복이 있었습니다. 고려대학교 임시중앙집행위원회 인권연대국은 총학생회의 이름으로 서울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할 것임을 공지했습니다. 그러나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성소수자 혐오 여론이 뜨거워지자, 중앙비상대책위원회 임시회의에서는 퀴어퍼레이드 행사 참여에 대한 안건을 상정 및 표결, 결국 참가 취소를 결정하였습니다. 이는 소수자와 연대해야 할 총학생회 인권연대국이 오히려 학내 성소수자 혐오 여론에 힘을 실어주는 결정이었습니다. 또한 2023년에는 총학생회 <새솔>이 학인협이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총학생회 규탄서에 ‘좋아요’를 표시한 학우들을 차단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새솔>이 소수자 의제에 무관심하고 정책이 부족하다며 규탄했다는 이유로 이들을 차단한 겁니다. 이후 올라온 사과문에서는 차단 대상을 명시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며, 혐오를 정당화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백래시에, 사람과사람은 학인협 및 학외 인권 단체들과 함께 연합대자보를 작성하거나 연대 서명으로 이러한 혐오를 알리고 규탄하고 있습니다(사람과사람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구체적인 대자보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백래시와 혐오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입니다.
4) 퀴어 커뮤니티 내에서 대학교 퀴어동아리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위치와 역할이 있는 것 같아요. 다른 대학 퀴어동아리, 혹은 성소수자인권단체와 어떤 관계에 있고, 또 어떤 관계를 지향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대학 퀴어동아리는 다른 퀴어단체와 달리 해당 학교 학생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렇기에 졸업 후엔 활동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른 퀴어인권단체와 다르지만, 인권단체면서 동시에 학교 ‘동아리’이기 때문에 비교적 가입의 진입장벽이 낮습니다. 가입하면 무조건 활동가로서 인권 활동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사람과사람의 많은 회원이 같은 학교 성소수자 친구를 만들기 위해, 나와 같은 사람들과의 편안한 동아리 활동을 위해 동아리에 가입했습니다. 이러한 낮은 진입장벽 덕분에 대학 퀴어동아리는 졸업 후 다른 성소수자 인권단체로 향하는 발판 역할을 수행합니다.
또한 여러 대학 퀴어동아리들은 연대 활동을 통해 다양한 청년 성소수자들을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청년 성소수자들이 각지에 흩어져있다가도 대학동아리 연합이라는 교점을 통해 서로 만나고 연대할 수 있게 됩니다. (청년 퀴어커뮤니티가 대학 밖 청년 성소수자를 어떻게 포용할 것인지에 대한 의제는 현재 대학퀴어동아리 연합 정기회의에서 논의하고 있습니다.) 사람과사람은 이를 위해 매달 타 대학 퀴어동아리, 성소수자인권단체와 함께하는 정기회의에 참여하고 있고, 2024년에도 정기회의 참여, 서울 퀴어퍼레이드 연합부스 참여, 연합 MT 등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5) 사람과사람 출신 김규진 씨의 출산이 올 한 해 한국 퀴어 커뮤니티에서 화제였는데요, 사람과사람 구성원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대학 동아리 특성상 동아리 구성원들의 나이가 대부분 20대에 한정되어 있어 30대 이후의 퀴어의 삶에 대해 들을 곳이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김규진 선배님이 동성 부부의 출산 등을 알리며 퀴어의 가시화에 힘써주신 덕분에, 저희 동아리원도 퀴어로서 지내게 될 미래를 희망을 품고 그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시화에 힘입어 퀴어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힘이 생겼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6) 다른 단체들과 함께 진행해보고 싶으셨던 활동이 있을까요? 이번 지면을 빌려 간단하게 어필 부탁드립니다.
다양한 인권, 기후, 비거니즘 단체들과 함께 소통하는 세미나를 가져보고 싶습니다. 각 단체에서 하나씩 토의해 볼 의제를 제시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며, 잘 알지 못했던 다양한 분야를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성소수자에 관한 의제를 나눠보는 시간도 유익할 것 같습니다. 또한, 올해는 학내 인권주간 행사가 총학생회 주관으로 열려, 학내 다양한 인권 단체와 함께 행사를 더 풍부하게 진행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