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편집위원 혜인
팔레스타인 땅에 정착민 식민주의 국가로 세워진 이스라엘의 인종청소 프로젝트는, 2023년 10월 이후 본격화된 집단학살의 방식으로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이 기간 이스라엘에 의해 살해된 가자 주민은 6만 명을 넘는다.
2025년 3월 18일, 두 달 가까이 위태롭게 유지되던 휴전 협정을 이스라엘이 가자 전역을 기습하며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학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후 이스라엘은 자국 안보를 위한 ‘완충지대’ 조성을 명분으로 가자의 70% 이상을 ‘킬존Kill Zone’으로 선포했다. 이 지역에서는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 발포가 허용된다.
가자 주민 230만 명은 이제 전체 가자지구의 30%도 채 되지 않는 좁은 지역에 몰려 있다. 이곳은 ‘안전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폭격은 계속된다. 주민들은 수용 한계를 훨씬 넘긴 임시 구호소에 밀집해 있으며, 전기와 식수 같은 기본 생존 조건조차 갖추지 못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나아가 이스라엘은 3월 이후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하고 모든 구호품의 유입을 차단했다.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자, 5월부터는 미국과 공동 설립한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이라는 이름의 ‘가짜 구호단체’를 통해 극히 제한적인 배급만을 허용하고 있다. 기존에 400여 개에 달하던 배급소는 단 4곳으로 줄었으며, 이마저도 킬존 안에 위치해 주민들의 안전한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5월 말부터 두 달간 식량 배급 과정에서만 1,000여 명이 사망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가자지구 인구 중 약 47만 명이 기근 최악 단계를 의미하는 IPC 5단계 수준의 굶주림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2023년 10월 전쟁 발발 이후, 최소 147명이 기아로 사망했다. 이 중 63명이 7월 한 달 사이 숨졌고, 영양실조로 사망한 5세 미만 아동은 88명이다.
그럼에도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가자에 기아는 없다”며, 식량 부족은 하마스가 조장한 것이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구호품을 약탈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미국 국제개발처(USAID)조차 조사 결과 하마스가 구호품을 탈취한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가자에 대한 식량 보급을 위해 서방 국가들의 ‘식량 공중 투하’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다수의 구호단체는 이 방식이 가중되는 기아 위기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기괴한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공중에서 투하된 식량은 극소량이며, 무작위로 떨어져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위험까지 더하고 있다.
2023년 10월 이후 가자에서 벌어지는 일은 ‘이-팔 분쟁’도, ‘전쟁’도 아니다. 가자의 기아는 ‘인도주의 위기’ 따위로 포장될 수 없다. 우리는 지금 명백한 제노사이드를 목격하고 있다. 그리고 2025년 3월 이후, 이스라엘은 총을 겨누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절멸 방식을 택했다—굶겨 죽이는 것.
쏘아 죽이든, 굶어 죽이든, 그것은 학살이다.
편집위원 혜인 | amekimhyein@gmail.com
참고문헌
기사 및 온라인 자료
― 권영희 (2025.07.28.). "가자에 기아 없다" 네타냐후, 가자 봉쇄 일단 후퇴. YTN. Retrieved from https://www.ytn.co.kr/_ln/0104_202507281311238308
― 정의길 (2025.07.27.). 굶주리는 가자…어린이 사망자 급증해도 이스라엘, 구호 시늉만. 한겨레. Retrieved from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210216.html
― 조 인우드 (2025.07 27.). 가자지구 식량 항공 투하는 '눈속임', 경고하는 인권 단체들. BBC News 코리아. Retrieved from https://www.bbc.com/korean/articles/c9395jvz4z9o
― Al Jazeera Staff. (2025.7.21.). Inside the aid-seeker “kill zone” Israel created in Gaza. Al Jazeera. Retrieved from https://www.aljazeera.com/news/2025/7/21/what-is-the-kill-zone-people-in-gaza-need-to-cross-to-receive-a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