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이 재난이다”

[시선] 편집위원 하영

지난 7월 7일, 경북 구미의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한 베트남 노동자가 체온 40.2도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일 최고기온은 약 38도로, 한국인 노동자는 단축근무를 시행해 13시에 퇴근한 반면, 이주노동자는 오후에도 작업을 이어서 계속해야만 했다. 해당 사건이 크게 화제가 되자, 17일에는 체감온도 33도 이상인 장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2시간에 20분 휴게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산업안전보건규칙 개정안이 시행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4일에는 제초작업을 하던 네팔 노동자가, 사흘 뒤에는 에어컨 없이 공장에서 일하던 미얀마 노동자가 숨졌다. 실제 현장에서 고용주에게 귀속된 이주노동자는 ‘폭염 휴식권’을 제대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법정 휴식을 보장받는 노동자는 절반이 되지 않음에도 “일감을 잃을까 두려워서”[1] 작업 중단을 요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주노동자뿐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택배 및 배달기사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나 플랫폼 노동자는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폭염 휴식권을 사용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배달의민족은 하루에 한번 라이더들에게 ‘틈틈이 쉬라’는 안내 메시지만 보낼 뿐이다. 이주노동자와 배달노동자와 같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가 당장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은 더위 쉼터 확충이다. 하지만 현재 쉼터는 주로 수도권에 몰려 있으며, 서울시 내에서도 11개 자치구에는 쉼터가 아예 없다.


한편 폭염으로 인해 죽거나 다치는 것은 인간만의 일이 아니다. 중앙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올해 5월 20일부터 7월 10일까지 폭염으로 인해 폐사한 누적 감금동물은 60만 4636명이다. 돼지, 소, 닭과 같은 동물뿐 아니라, 양식장의 물살이도 집단 폐사했다. 이에 양식장의 물살이가 죽지 않도록 바다로 대거 방류하는 경우도 있었다. 공장식 축산 및 어업 시스템의 밀집 사육으로 인해 이들은 폭염 속에서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다.


내리쬐는 폭염으로도, 쏟아지는 폭우로도 많은 인간과 비인간이 죽고 다쳤다. 더 이상 기후재난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당장 눈 앞의 현실이다. 그러나 재난은 모두에게 똑같이 찾아오지 않는다. 이번 폭염이 드러내는 바는, 우리가 맞서야 할 것은 기후가 아니라 불평등이라는 사실이다.



편집위원 하영 | choibook04@naver.com




[1] [한마당] 폭염 휴식권 (2025.07.31.). 국민일보.




참고문헌


온라인 기사

남지현 (2025.07.31.). ‘근로자’ 아니라는 라이더, 폭염에 무방비 노출… “플랫폼 책임 강화”. 한겨레. Retrieved from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210836.html?utm_source=copy&utm_medium=copy&utm_campaign=btn_share&utm_content=20250811

최용락 (2025.08.04). 땡볕 아래 살인적 비닐하우스 노동에 방치된 이주노동자… “폭염 규칙? 여긴 그런 거 없어요”. 프레시안. Retrieved from http://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080410533982078

한승주 (2025.07.31.). [한마당] 폭염 휴식권. 국민일보. Retrieved from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53860479&code=11171211&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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