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라는 칼

[RE;] 편집위원 서연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은 49.42%의 득표율로 대한민국의 제 21대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당선 확정 이후 “내란을 확실히 극복하고 다시는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을 겁박하는 군사 쿠데타는 없게 하겠다.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주권자로서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겠다”[1]며 광장의 힘을 얻어 대통령이 되었음을 확실히 했다. 이재명의 거침없는 행정력과 추진력은 많은 사람들이 그를 지지하는 이유일 것이며, 이것이 그의 탁월함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탁월함에 머무를 수만은 없다. 취임 후 이재명이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모든 주권자가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질문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차별금지법이 민생보다 중요하지 않다며 입법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심드렁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재명이 택한 국무총리인 김민석은 2023년 “모든 인간이 동성애를 택했을 때 인류가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2]라는 발언에 대해 어떤 해명도 하지 않았으며, 책임 또한 지지 않았다. 국회 역시 후보자의 차별적 언행을 문제시하지 않았다. 이는 어떤 정체성을 지니든 함께 연대해 어려움을 뚫고 나가자던 광장의 연대와 대단히 어긋나는 행보다.


이뿐만 아니라, 이재명 정부의 장관 내정도 광장의 뜻과는 사뭇 다르다. 이재명 정부는 양곡법에 반대 표를 던진 송미령, 윤석열 정부 당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하기로 결정했다. 현재는 사퇴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을 ‘사퇴’시키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가 보좌진에게 변기를 고쳐달라는 비상식적인 갑질을 저지르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임에도 비동의 강간법이나 차별금지법 의제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음에도 그를 ‘임명’할 것처럼 시간을 끌었다. 전치영 공직기강비서관은 ‘버닝썬 사건’을 적극 옹호한 것으로 밝혀진 인물이나 대통령실은 “변호인 시절 수임한 사건을 문제삼기 어렵다”고 변호했다.


문제는 이 모든 ‘선택’이 예정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응은 대선토론 때의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과연 차별금지법 제정이 사회적 합의의 문제냐. 결단의 문제”라며 “광장에서 멀어지면 안된다. 나중이 아니라 지금 한다고 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방향은 맞다고 보지만 현안들이 복잡한 게 많이 얽혀있어서 이걸로 새롭게 논쟁, 갈등이 심해지면 지금 당장 새롭게 해야 할 일을 하기 어렵다”고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권 후보는 “알겠다. 영원히 못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재명은 민주당이 보수정당임을 밝히며 중도보수 유권자를 견인하려 하기도 했다.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유권자들은 알고 있었다. 이재명은 진보 후보가 아니라는 것을. 그럼에도 당장 해결해야 하는 계엄 사태에 대한 처벌, 경제, 안보, 이 모든 문제를 아우를 수 있는 것은 이재명이라고. 하지만 이재명이 정말 이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는가는 지켜봐야 하는 문제다.


이재명은 변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런 행보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많은 유권자들은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조금 더 강하게 요구한다면 이재명을 ‘진보’적인 칼로 쓸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이재명과 수많은 정치인들이 광장에 나와 모두의 행복을 위해 싸우겠노라 외쳤을 때, 우리 중 어느 누구는 그 ‘모두’에 자신의 이름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정권 교체’의 대의를 위해 이재명을 지지했을지도 모른다.


6월 10일, 이재명은 여성가족부에 ‘남성 차별’을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여성과 소수자가 직면하고 있는 차별 문제에는 ‘민생’을 꺼내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대비된다. 문제를 빠르게 진단하고 속전속결로 해결하는 이재명은 관료주의의 ‘칼’로 불리며, 자신이 당사자였던 노동과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하지만, 여성, 젠더, 환경과 농산물 등에서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다. 필요한 대화들을 능수능란하게 피한다.


이재명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 생각하는 차별과 혐오는 진정 무엇인가. 이재명을 ‘괜찮은’ 지도자로 착각하게 만들었던 추진력과 행정력은 방향을 잃었다. 완전히 잘못된 곳을 짚어내고 있다. 이재명은 잘 드는 칼도 아닐 뿐더러 우리가 잘 잡아 쥘 수 있는 칼도 아니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재명은 우리의 유일한 정답도, 모든 것을 재건설할 완벽한 해결책도 아니다. 이는 슬프면서도 기쁜 단 하나의 사실이다. 잘 잡히지 않는 칼이라고 하더라도 칼은 칼인 법. 이재명을 제대로 잡아 쥘 수 있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저항 뿐이다. 우리가 원하는 의제에 대해 목소리 높여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이재명이 우리의 목소리에 ‘진정으로’ 응답할 때까지, 우리는 두 눈을 부릅 뜨고 지켜보는 것을 넘어 저항해야 한다.



편집위원 서연 | waveandwavy@korea.ac.kr




[1] 이재명, 21대 한국 대통령에 당선...최종 49.42% 득표로 승리 (2025.06.04.). BBC.

[2] [단독] 김민석 “모든 인간이 동성애 택하면 인류 지속 못해” 과거 차별금지법 반대 발언 (2025.06.16.). 경향신문.





참고문헌

기사 및 인터넷 자료

김양진 (2025.06.26.). ‘농망법’ 발언 송미령 장관 유임… 농민단체들 “사죄 방법은 사퇴뿐”. 한겨레 21. Retrieved from https://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7574.html

김한솔 (2025. 05. 18.). 권영국, 이재명에 “차별금지법, 영원히 못할 것 같다”. 경향신문. Retrieved from https://www.khan.co.kr/article/202505182224001

박광연 (2025.06.16.). [단독] 김민석 “모든 인간이 동성애 택하면 인류 지속 못해” 과거 차별금지법 반대 발언. 경향신문. Retrieved from https://www.khan.co.kr/article/202506160600111

최하얀 (2025.07.22.). 민주, 대놓고 ‘강선우 두둔’…보좌관들 “같이 일해야 하는 게 절망적”. 한겨레. Retrieved from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209207.html

BBC (2025.06.24.). 이재명, 21대 한국 대통령에 당선...최종 49.42% 득표로 승리. BBC. Retrieved from https://www.bbc.com/korean/articles/cvgvl0nln7x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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