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심장은 뛸 수 있는가; 간접고용이라는 착취

[칼럼] 편집위원 서연

1. 월급이 증발했다


2025년 기준 최저시급 1만 30원, 월급으로 환산하면 209만 6,270원이다. 사람들은 최저임금만 받아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 이유로 대한민국 법령에는 「최저임금법」이 있고, 「근로기준법」에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만 준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209만 6,270원이라는 월급이 물가상승률에 비해 모자란 것은 차치하고, 사용자는 최저임금이라는 유일한 기준만 지켜 노동자를 착취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최저임금은 노동자에게 최후의 보루가 될 뿐이지 최선의 안전장치가 되지 못한다. 노동자들은 착취당하고 있다.


지난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김용균 씨는 하청업체 소속의 직원이었다. 원청은 김용균 씨에게 월 1,000만 원의 임금(직접노무비)을 책정했지만, 김용균 씨 손에 돌아간 것은 420만 원, 매달 60% 정도의 돈을 빼앗겼다. 그리고 5년이 지난 2025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는 또 한 명의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김충현 씨는 김용균 씨와 같은 끼임 사고로 사망했다. 2019년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서부발전은 한전KPS에 1인당 월평균 1,007만여 원의 직접노무비를 지급하기로 계약했다. 즉 근로자의 노동 대가는 1,007만 원이었으나, 그 중 530만 원은 재하청업체에 돌아갔고, 하청업체에서 김충현 씨에게 준 돈은 393만 원 뿐. 똑같이 60%가량의 임금이 증발했다.


이렇게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임금이 반토막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쉽게 말해 임금을 ‘증발’시키는 것이 위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간의 누군가가 노동자의 몫을 가져가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용역업체가 그 예시다. 용역업체는 상품이 아닌 서비스(용역)를 위탁받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업체를 말한다.[1] 물론 용역업체가 일자리를 알선하고, 용역업체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노동자의 월급에서 작게는 30%, 크게는 80%까지 떼가는 현실은 아주 기형적이다.


노동자의 월급에서 용역업체 및 직업소개소가 떼갈 수 있는 돈을 제한하는 법률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근로기준법」제9조(중간착취의 배제): 누구든지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득하지 못한다.
「직업안정법」19조: 직업소개소가 받을 수 있는 수수료는 임금의 1퍼센트. 노동력을 사용한 회사, 건설사로부터는 임금의 10퍼센트까지 받을 수 있음. (법률의 세부내용이 많아서, 원문을 인용하지 않고 내용을 정리해 적었다.)


이런 조항이 있는데도 ‘중간착취’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문제의 근원은 근로자-하청 업체/ 하청업체-원청이 만들어 내는 간접고용 구조에 있다.


기본적으로 용역업체는 원청의 현장에서 근무하지만, 원청과 근로계약을 맺지는 않는다. 따라서 법률로 정의되는 근로관계가 붕 떠 있게 된다. 원청은 용역업체에 약속한 ‘일’의 대가를 지급한다. 그 이후의 과정에는 간섭하지 않는다. 용역업체는 원청과 계약한 도급 계약서대로 업무를 수행할 것은 노동자에게 지시하고, 근로계약서대로 임금을 지급하면 된다. 즉, 원청이 도급 계약서에 명시한 돈이 얼마든 간에, 근로계약서에 적힌 돈만 주면 되는 것이다. 대부분 그 돈은 최저임금을 웃도는 돈이며, 원청이 부여하는 특별 상여금이나 성과급 역시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당연하듯 노동자의 돈을 빼앗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2. 파견과 도급, 그리고 어려운 단어가 너무 많은데요?


간접고용은 기업의 필요로 타인의 노동력을 이용하지만, 노무 제공자와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하지 않고 제3자에게 고용된 노동자를 이용하는 고용 형태이다. 간접 고용된 노동자들은 용역, 파견, 민간 위탁, 사내하청, 하도급, 아웃소싱 등의 업무를 수행하지만, 근로 계약의 정의와 구조가 복잡하고 어려워서 노동자 자신이 무슨 형태의 근로계약을 맺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이것은 노동자에게 분명한 약점이다. 노동자가 자신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법망을 이리저리 피해 가며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침해한다. 결론적으로 간접고용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사용자가 노동자의 돈을 가로채고, 노동자의 권리를 무시할 수 있는 것은 파견, 도급과 같은 ‘간접고용’이 만들어낸 계약의 이중구조 때문이다. 간접고용은 직접고용의 반대말이다. 그리고 세부적으로 파견, 도급, 용역과 같은 말로 표현된다. 문제상황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다음 단어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간접고용에 있어 파견법상 파견을 빼면 전부 도급의 형태를 띈다. 법적으로 파견과 도급의 가장 큰 차이는 노동자의 관계에 있어서 누가 지휘·명령권을 행사하는지 여부에 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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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제664조에 따르면, 도급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해 대가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이다. 뉴스에서 자주 마주치는 용역, 민간위탁, 사내하청, 하도급 모두 도급 계약의 일종이다.


다음으로, 파견계약은 원청과 파견업체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계약의 일종이다. 원청은 파견 업체를 통해 노동자를 공급받고, 일을 직접 지시한다. 원청 소속 직원과 파견 업체 소속 직원이 구분되지 않고 일하기 때문에 원청은 파견 노동자에게 발생한 사건 사고뿐만 아니라 고용 안정성을 유지함에 있어서도 다음과 같은 책임을 진다.


1) 파견직 노동자를 2년 이상 고용 시에 원청은 노동자를 직접 고용 해야한다. (「파견근로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제 6조의

2) 원청 사업장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노동자들과 상여금, 성과금, 복리후생 등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 (「파견근로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제6조의 3, 제21조)

3) 근로 시간, 휴게 휴일등의 노동 조건의 대해서는 원청이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다. (「파견근로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제 2조)


파견과 달리 도급은 원청의 지휘 및 명령을 받지 않는다. 도급계약에서는 원청이 하청에게 일을 통째로 맡기기 때문에 원청은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에게 업무를 직접 지시하지 않고, 하청이 직접 지시한다. 따라서 원청은 도급계약에 있어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사고의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원청은 책임소재가 적은 도급 계약을 선호한다. 도급 계약 안에서 원청은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챙기지 않아도 된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교섭을 시도해도, 원청은 그것에 대답할 의무가 없다. 노동자들이 하청업체에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면, 용역업체는 근로의 ‘현장’이 원청의 것이라는 이유로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늘어 놓는다.


더 큰 문제는 도급이라는 계약 형식이 사용자로서 노동자를 착취하고 법 위반을 숨기는 데에 최적인 ‘사용자들의 아지트’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도급이라는 계약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도급으로 보기 어려운 위장도급에 해당하거나, 파견법을 위반해서 파견사업을 하고 있는 불법파견(이 경우도 위장도급에 해당함)인 경우가 있다.[3] 이 모든 경우에서 착취당하는 것은 노동자다.


위장도급은 사용자의 책임 또는 의무를 면하기 위해 외형적으로는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사이에서 도급 관계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하청기업에게 ‘사업주로서의 실체’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원청기업이 해당 근로자를 직접고용한 것으로 보게 되어 하청기업이 고용한 근로자와 원청기업 사이에 묵시적인 근로계약 관계의 성립이 인정되는 것이다.[4] 쉽게 말해 위장도급은 ‘도급’인 척하는 편법이며, 원청이 도급 노동자에게 원청 노동자처럼 지휘명령을 내렸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위장도급의 가장 큰 문제점은 ‘도급’을 위장하여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2014년, 현대미포조선의 용인기업에 소속된 노동자들은 작업장에서 원청 노동자들과 함께 근무했으나 원청이 노동력을 외주화하는 과정에서 사내하청업체가 폐업하게 되었고, 일순간 일자리를 잃었다. 원청의 현장에서 원청의 지시를 받으면서 근무했음에도, 노동자들은 현대미포조선이 사용자임을 주장할 수 없었다. 따라서 급작스러운 폐업과 불합리한 해고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묻지 못했다. 위장도급은 이런 식으로 노동자들의 시간과 노력을 옭아맨다. 2019년, 대법원은 현대미포조선의 사내하청 계약이 결국 ‘위장도급’임을 밝히면서, 원청의 불법파견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 바 있다. 이 사안은 대법원이 간접고용이라는 불평등한 구조에서 사용자 책임을 짚어내고, 불평등한 구조에서 기인하는 경제적 불평등, 더하여 노동3권의 침해를 지적했다는 의의가 있다. 하지만 당연한 사실을 증명하고 인정받기까지 5년 10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렸음을 생각했을 때 ‘나아졌다’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불법파견은 원청이 파견법을 지키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5] 쉽게 말하면, 파견이 필요한 상황이 아닌데 파견을 한 경우,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기간을 지키지 않은 경우, 파견 기간 2년을 초과했는데도 직고용하지 않은 경우 등이 있다. 앞서 말했듯 이 역시 건강한 도급 계약이 아니므로, 위장도급에 해당한다. 이 경우 파견이라는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도급인 척을 하며 사용자책임이 소거된 형태가 되었다는 점에서 특히 더 문제가 된다.


단순히 책임소재를 생각하면 파견 계약이 도급 계약보다 조금 더 나아 보이겠지만, 도급은 도급대로, 파견은 파견대로 문제가 많다. 파견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불법파견, 그러니 위장도급이 된다. 앞서 언급했듯, 불법파견과 위장도급은 법원에서조차 노동자들을 괴롭히지만, 이를 방지하거나 제대로 규정하는 법률이 부재하다. 정부는 제도적 틀 없이 간접 고용을 장려하고, 사용자들의 편의를 봐주어 간접고용 시장을 키웠다.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노동자가 마주하는 것은 갑을관계 아래의 책임 없는 노동력 사용, 즉 착취다.


노동자가 직고용되지 않을 때, 노동자는 너나 할 것 없이 착취당하고 노동에 대한 제대로 된 값을 받지 못한다. 안정적인 고용환경과 소속감은 어림도 없다. 노동자는 매일매일 해고당할 두려움과 함께 일터에 나가야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임금을 떼먹히고, 심지어는 산업재해와 고용승계에 있어 ‘당연한’ 요구를 할 수 없는 위치에 놓인다.




3. 노동자 그리고 돈돈돈!


간접 고용은 원래 직접 고용하기에 인건비 부담이 크거나 직접 보유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드는 기계 장비들을 수월하게 사용하기 위해 도입되었으나, 대한민국의 간접 고용은 대부분은 ‘단순 노무’를 도급하는 형태다. 이때의 ‘단순 노무’라 함은 주로 수공구의 사용과 단순하고 일상적이며, 어떤 경우에는 상당한 육체적 노력이 요구되지만, 기본적으로는 간단하고 반복되는 업무를 수행[6]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단순히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몸집을 키운 것이 우리나라의 간접고용 시장이다.


간접고용이 된 이상 노동자는 중간착취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 간접고용은 어떤 방식으로든 노동자에게 들어가는 돈을 줄이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을 지키는 이런저런 ‘장치’를 제거해야 한다. 조사를 하며 간접고용 구조에서 노동자가 겪는 피해를 직접적 피해간접적 피해로 나눠보았다. 먼저, 노동자가 겪게 되는 직접적 피해는 관리비 명목으로 노동의 대가를 갈취당하는 것이다.


코레일네트웍스는 코레일의 자회사로, 코레일로부터 주차 관리, 승차권 매표, 역사 운영 등의 업무를 위탁받는다. 대표들은 억대 연봉을 받아가지만, 직원들은 야간근무 수당을 포함해 190만 원에서 200만 원 수준의 임금을 받았다.


이를 취재한 《한국일보》에 따르면, 시중노임단가(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하는 보통 인부의 노임)을 적용했을 때,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에게 돌아갈 돈은 200만 원에서 300만 원 가량이지만, 사측이 해당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코레일네트웍스에서 근무하는 김호성 씨는 시중노임단가 협의를 통해 위탁비(일반적으로 위탁 조치를 받은 자가 위탁된 사무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말하며, 민간 시설 등에 지급되는 조치비)가 크게 늘었지만, 하청인 코레일네트웍스가 이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코레일네트웍스 측에 확인을 요청하니, “직원들의 인건비는 정부 지침에 따라 바로 전해 대비 4.3%까지만 인상할 수 있다”는 답변만 내놓았다.[7]


앞서 말했듯 용역업체는 자신들이 고용한 근로자들을 원청의 현장으로 보내 노동력을 사용하고, 원청으로부터 직접노무비를 받는다. 그리고 직접노무비에서 자신들이 노동자들에게 사용한 관리비, 복지비 등을 떼고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숱한 중간착취가 일어난다. 용역업체에 소속된 노동자에게 돌아갈 ‘돈’에 대한 제대로 된 법률이 없으니, 용역업체가 얼마를 떼어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된다. 코레일네트웍스는 적게는 30만 원, 크게는 130만 원 가량의 돈을 가져갔다.[8] 용역업체가 떼가는 임금의 절대적인 비율도 문제거니와, 그 돈으로 양질의 관리나 복지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은 더 심각한 문제다.


파견 근로자의 상황 역시 다르지 않다. 「파견근로자보호등에 관한 법률」, 소위 파견법은 파견직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임금 등을 규정하는 중요한 법률이지만, 결론적으로 중간착취를 허용하는 법으로 전락해버렸다. 파견법에는 중간에서 가져갈 수 있는 돈의 비율조차 적혀 있지 않아서 중간 관리자들은 원하는 만큼 노동자의 임금을 떼어갈 수 있다.


돈도 돈이지만, 목숨값을 떼이는 경우도 있다. 전주의 현대자동차 협력업체는 엔진 소재 설비를 유지/보수하는 일을 주로 맡는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김희원 씨는 “시도 때도 없이 분진과 철가루가 날리기 때문에 마스크와 같은 안전 장비가 중요하지만, 용역업체는 관리비 명목으로 받은 돈을 남기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성능이 떨어지는 마스크를 배부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원청과의 계약에서 안전 장비 구매비 명목으로 많은 돈을 받지만 이를 실제 노동자에게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20년 언론보도로 이 문제가 불거지자, 사측은 다시 고성능 마스크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용역업체가 말하는 관리비에는 노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용품들을 구매하는 비용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더운 날 경비 근무를 위한 선풍기나 에어컨, 추운 날 주차장 안내 근무를 위한 방한 용품,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먼지와 유독 물질을 막기 위한 3M 마스크 등이 있다. 하지만 앞선 협력업체의 예시처럼 노동자들의 손에 쥐어지는 것은 거의 없었고 용역업체들은 이 경비에서도 무언가를 떼고 또 떼서 자기 잇속을 불리고 있다.


원청 역시 이 상황을 외면하고 있다. 원청과 용역업체의 계약 간에는 근로자에게 얼마만큼의 임금을 보장한다는 문구가 들어가지 않는다. 이는 노동관계를 규율하고 구축하는, 결론적으로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원청은 그저 가장 싸고 실용적인 용역업체의 제안을 입찰하기만 하면 된다. 이런 빈칸이 노동법을 ‘유명무실한 상징’으로 전락하게 한 원인이다. 노동자들은 원청과 하청의 무책임함, 때로는 잔인함 때문에 끝없이 중간착취에 시달린다.


노동법의 기본 원칙은 직접고용이다(조경배, 2001). 노동법 체계가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하며 간접고용은 제한적으로만 인정해주는 이유는 간접고용이 갖는 노동자의 불이익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의 노동법은, 용역과 도급을 규정하는 여러 세부 법률들은 노동자의 불이익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





4.노동자의 심장은 뛸 수 있는가?


노동자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피해와 위험이 있는 반면, 계약에서 노동자의 자리가 사라지거나, 노동자가 다치거나 죽었을 때에 비로소 가시화되는 간접적 피해도 존재한다. 간접고용은 노동자에 대한 안전관리와 고용승계 주장에 있어서 취약성을 갖는다.


1) 안전하게 일할 권리


현장의 안전 시스템은 용역과 직고용된 노동자를 가려 발동된다. 2024년 6월 발생한 아리셀 공장 참사 역시 속내를 들춰보면 불법파견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아리셀 리튬전지 공장은 사내하청업체 메이셀의 노동자를 사용했다. 사고 당시 탈출구가 되는 길목은 ‘정규직’ 노동자만 출입할 수 있었다. 하청 노동자들에게 이 사실은 전달되지 않았다.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은 23명 중 20명이 하청노동자였다. 이들은 파견을 빙자한 위장도급 형태로 노동자를 사용했고, 대부분 산재보험조차 들어있지 않았다. 물론 산재보험은 사고 이후 신청해도 소급하여 적용되기 때문에 이들에게 유족급여와 장례비는 지급되었다.[9] 하지만 목숨은 소급할 수 없었다.


아리셀 대표 이사는 「중대재해처벌 등에 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다. 이례적인 일이었으나 동시에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불법파견에 관한 건은 잘 처벌받지 않는다. 큰 사고가 나서 언론에 대서특필되지 않는 이상 기소하는 것도 어렵다. 노동부는 노동자들의 진정이나 근로감독을 통해 파견법 위반이 확인되면 사용사업주(원청)에게 파견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 지시해, 25일 이내에 이행하기만 하면 형사입건조차 하지 않고 ‘없던 일’로 만들어준다.[10]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시정하면 그만이고, 시정에 대한 기준은 노동부 훈령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정리되어 있지만, 이 규정은 ‘대외적 구속력’이 없다는 것이 법원의 태도다. 결과적으로 노동자 보호와 사고 예방이 불가능해진다. 사업주들은 적당히 버티다가 걸리면 시정하겠다는 태도로 임할 수밖에 없다.


산재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고 해도,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위험에 노출된다. 2024년 9월,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씨가 세상을 떠났다. 이유는 직장 내 괴롭힘 때문이었다. 오요안나 씨의 죽음 이후에도 MBC의 대처는 안일했다. MBC는 그가 MBC 소속 직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문제가 ‘프리랜서 개인의 문제’일 뿐이라며 사내에서 벌어진 참극을 외면했다. 새로 발견된 유서를 기반으로 사실 관계 확인을 요청할 시 ‘최단 시간 안에 진상조사에 착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지만, 「근로기준법」 76조의 3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 사측에서 ‘지체 없이’ 조사해야 한다. 약 4개월 뒤 MBC는 자체적으로 조사를 시작했으나, 여전히 사용자의 책임을 말하지는 않았다.


해당 사건 관련 특별근로감독 결과, 고용노동부는 괴롭힘은 있었으나 오 씨를 문화방송 소속 노동자로 보긴 어려워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오요안나 씨가 MBC 소속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가 겪은 괴롭힘을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게 핵심이었다.[11] 따라서 근로기준법 76조의 3, ‘지체없이’ 조사해야 하는 의무에서도 벗어나게 되었다.


결국 고용노동부, 그러니까 정부가 ‘프리랜서’의 노동자성과 MBC의 사용자성을 모두 부인한 것이다. 여러 번 언급했지만, 기업은 노동자의 노동력을 사용하는 대가로 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노동자를 부조리한 노동환경으로부터 지키는 것도 기업의 책임이다.


고용노동부는 “고인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적용되지는 않았으나, 위와 같은 조직 전반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개선계획서를 제출받고 그 이행 상황을 확인하는 등 적극 개선 지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요안나 씨가 사망한 지 8개월 만에 MBC는 9시 뉴스 앵커의 자리를 빌려 유감의 뜻을 전했다. 괴롭힘은 있었으나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었다는 것은 궤변이다. 노동자가 노동하는 곳이 바로 직장이어야만 한다. 오요안나 씨의 죽음 역시 분명한 산재다. 하지만 법 안에서 프리랜서는 직장을 가진 노동자가 아니고, 상시 고용된 정규직도, 계약 기간이 있는 계약직도 아니기 때문에 기업에 사용자성을 주장하기 힘든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2) 계속 일할 권리


고용승계권 역시 노동자가 주장하기 힘든 권리 중 하나다. 고용관계를 보호하기 위한 유일한 법적 규율 장치인 「근로기준법」 제23조는 직접고용 상시노동자를 상정하여 제정된 것이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나 다양한 형태의 비전형 노동자[12]를 포괄할 수 없다.


고용불안정성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옭아매는 끈질긴 사슬이다. 노동자들은 언제 고용이 중단될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노동에 임한다. 간접고용 노동자의 고용은 도급, 용역 기간이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이 계약이 해지되어도 법적으로는 원청의 해고 문제로 다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사용자는 해고제한 법규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되므로 고용조정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직접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노동법, 사회보험법상의 사용자가 되지도 않는다. 결론적으로 책임 없이 노동자를 사용해도 괜찮다.


사용자가 간접고용 노동자를 사용함으로써 얻는 이익만큼 그에 대한 대가로 고용불안정에 대한 일정한 의무를 분담해야 하지만, 기업은 요리조리 의무를 회피하며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목숨과 안전을 가볍게 여긴다.


현재 고공농성 중인 박정혜 씨 역시 이런 ‘중간착취’ 문제에 맞서고 있다. 박정혜 씨는 한국옵티칼 하이테크 소속의 노동자였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일본 니토덴코의 자회사로, LCD패널을 만드는 공정을 수행했다. 공장에 화재가 난 후 회사는 폐업을 선언했고, 관련 업무는 다른 지역의 공장으로 이관되었다. 노동자들은 고용승계를 요구했지만, 니토덴코와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그 말을 철저하게 외면했으며 농성이 진행되는 도중 공채 신입사원을 뽑기까지 했다.


겉으로 보면 회사가 폐업했으니 해고되는 건 당연한 게 아닌가, 싶겠지만 LCD 패널을 공급받았던 LG 디스플레이는 여전히 같은 회사로부터 똑같은 제품을 공급받고 있다. 현재는 같은 기업의 다른 공장에서 똑같은 일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박정혜 씨를 비롯한 노동자들이 그곳에서 일할 수 있게 해달라 요청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박정혜 동지의 고공농성은 지난 8월 1일 기준 583일을 돌파했다.


자회사에 ‘직고용’된다고 해도, 그 고용의 형태와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용역이든, 파견이든, 사내하청이든 벼랑 끝을 버티는 노동자의 처우는 달라지지 않는다. EU는 70년대부터 영업 양도나 분할과 같은 기업 변동이 생겼을 때 근로관계가 승계된다는 원칙을 세워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있다. 영국과 유럽에서는 노무도급 회사에 있어서 고용승계를 용역제공자 변경이라는 개념으로 입법화하여 근로관계의 자동적승계권을 명시한다. 한국은 아웃소싱, 인소싱 과정에 대해서 상법상 영업양도의 개념만 적용할 뿐 노무공급회사의 변경에 관해서는 어떠한 법적 토대도 없다. 더하여, 원청이 ‘사용자’로서 하청 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 개선에 힘써야 할 의무와 이를 방기할 시에 기업을 처벌하는 법률 역시 부재하다.


우리는 이 문제 앞에서 용역, 파견, 도급, 자회사 하청에서 발생하는 일관된 문제들을 살펴봤다. 노동자들은 간접고용된 즉시 착취당한다. 노동하고 또 노동해도, 저임금·산업재해·고용불안정에 시달린다. 결론은 간접 고용 시장을 규정하고, 사용자에게 제대로 된 의무를 부여하는 법률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5. 법 이야기는 재미없지만


다시 말하지만, 노동법의 기본은 직고용이다. 더하여 노동력 사용을 통해 이익을 얻는 사람이 노동력 활용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상식적이다. 하지만 간접고용은 직접고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책임을 면피한다. 이익은 취하고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것의이 사용자의 의지이고 그것이 간접고용의 목표가 되고 만다. 결국 기업들은 ‘간접고용’이라는 틀 안에서 ‘어떻게 하면 책임을 면피할 수 있을까?’를 궁리하게 된다. 그러니 노동자는 벼랑 끝에 서게 된다.


노동시장이 ‘착취 시장’의 형태로 기형화된 것도 간접고용이 원 목표에서 벗어나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인건비를 줄이는 도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간접고용 형태는 노동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노동자를 착취하는 꼴이 되고 만다. 그러므로 노동자들이 저임금, 산업재해, 고용불안정성에 시달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노동법 개정이 필요하다.


어쩌면 법률로 노동문제를 말하는 것이 구시대적으로 보일 수 있다. 법률 말고 다른 방식으로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노동자는 법으로 규정되고, 법률로 정해진 임금을 보장받는다. 따라서 당장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법률을 고쳐 노동자의 노동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노동법은 노동자의 삶을 규정하지도, 지탱하지도 못한다. 존재로서 의의가 되는 법보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법이 필요하다. 노동법은 더 이상 상징으로만 존재해서는 안 된다. 평생직장, 상시고용, 정규직 노동자라는 말에 가려진 수많은 노동자를 위한 새로운 법률 체계가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언급한 ‘중간착취’를 예방하기 위해 ‘중간착취 4법’이라 불리는 법률 개정을 제안했다. 박홍배 의원이 제시한 중간착취 4법은 ‘중간착취 방지법’(「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과 고용 형태로 인한 차별적 대우 금지 및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을 명문화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보장법’(「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이다. 「근로기준법」 제9조 “누구든지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득하지 못한다”가 있음에도 여전히 팽배한 중간착취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로 발의되었다.


자세한 내용을 짚어보자. 먼저 ‘중간착취 방지법’은 노동자들의 중간착취를 막기 위해 ‘수수료’ 혹은 ‘관리비’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중간착취’를 해소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파견근로보호법」 개정을 통해 파견사업주가 떼는 수수료 비율을 확실히 제한하고, 노동자 파견 계약 시 임금액과 산정 기준, 파견 수수료 등의 내용을 고시하도록 해 파견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보장법’은 기준을 마련하는 법이다. 고용형태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고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을 보장하는 내용을 통해 원청-하청 노동자 사이에 생기는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고, 파견노동자 임금 분리 지급 및 임금체불 방지법을 마련한다. 파견 수수료 제한에 관한 내용을 명시해 실질적으로 노동자의 임금을 보장한다.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서, 일정 규모 이상의 도급 사업에 대해 사업비에서 하청 노동자에 대한 임금 비용을 다른 비용과 구분해 지급하고, 이를 임금 지급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것을 통해 현재 노동시장에 존재하는 ‘중간착취’를 막겠다는 것이다.[13] 2025년 8월 14일, 이재명 정부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근로기준법」에 명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정부와 국회가 어떤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갈지 지켜봐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법률처럼, 원청-하청의 고용구조에 있는 시스템적 빈칸을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방지하는 것도 함께 가야 한다. 구조를 바꾸기 위해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일이다. 따라서 노동3권의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노란봉투법 입법이 시급하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 3조 개정안)을 통해 하청 계약 구조에서도 원청의 사용자성을 폭넓게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자의 노동력을 사용하는 데에 있어 사용자의 책임을 공고히 하고, 노동자들이 부조리한 환경을 바꾸기 위해 ‘쟁의’할 때 노동법은 권리를 제약하는 도구가 아니라 지탱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원청의 실질적인 사용자성이 확대된다면, 그리하여 원청이 하청의 근로조건을 감시하고 개선하는 방향이 된다면 중간착취 피해 역시 줄어들 것이다.


나아가, 노동자들이 기업에 고용승계를 주장하기 위해 고용승계권을 적법한 권리로 만들어야 한다. 기업이 노동자들을 고용하여 쓰다가, 영업을 종료하거나 사내하청을 위해 자회사를 만들겠다는 이유로 회사 폐업을 진행하는 경우 노동자들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는다. 삶의 기반이 사라지고 만다. 이때 고용 승계에 관한 어떠한 법률도 없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소송을 통해 기업에 책임을 물어야 하고, 그마저도 법 해석에 따라 소송 결과는 좌지우지된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에 기존의 근로관계에 있어 기업이 ‘포괄적 승계’라는 의무를 질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 개정이 필요하다. 촘촘하게 노동력 사용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규정해야 한다.


이쯤 되면 한 가지 질문이 머리 위를 떠다닌다. 법률을 바꾸고, 또 바꾸고, 또 바꿔서 모두가 안전하게 노동하는 사회를 향해 나아간다. 과연 이 모든 상상이 현실적으로 정말 가능한가? 직고용하면 모든 문제가 풀리는 것인가? 노동문제에 하나의 해법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복합적인 원인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아직 생각해 볼 지점들이 남아 있다.




6. 눈을 더 크게 떠야 하는 이유: 비전형 노동자?


현재 우리나라는 노동유연화가 가속되고 있다. 많은 회사가 정규직을 뽑지 않고 많은 인력을 외주화한다. 싼값에 노동력을 사들여 이윤을 늘린다. 노동에 책정된 낮은 가치, 그리고 노동자를 멋대로 사용하려는 기업의 악질적인 태도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단순히 모두를 ‘직고용’하는 것만으로 ‘중간착취’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문재인 정권 당시 많은 기대를 받았던 것이 ‘직고용’ 정책이었으나, 이 정책은 민간으로 뻗어나가지 못했다. 불법파견으로 120억 과태료를 물었던 현대제철 역시, 자회사를 만들어 사내하청으로 노동자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자회사 고용은 엄밀히 ‘직고용’이 아니다. 여전히 간접고용의 형태로 노동자를 사용하는 것에 불과하며, 이를 통해 노동자의 삶이 얼마나 개선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문재인 정부는 정부 공공기관의 일자리를 직고용 형태로 바꾸는 방식으로 ‘비정규직 제로’를 이룩하려 했지만, 사실상 비정규직 800만의 시대를 열었다. 코로나19 등의 특수 상황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평가가 존재하지만, 분명한 것은 무조건적인 ‘직고용’을 선언하는 것이 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표면적인 선언보다 내부적인 수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앞서 말한 하청, 용역 계약의 노동자들은 우리가 익히 아는 ‘비전형’ 노동자의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이 사회는 보다 많은 ‘비전형’ 노동자들의 힘으로 굴러가고 있다. 「근로기준법」 상의 ‘전형적 노동’에서 벗어나는 노동의 형태를 모두 ‘비전형 노동’이라 부를 수 있다. 예를 들어, 간접고용, 특수고용, 비정규 노동, 불안정 노동, 플랫폼 노동, 하청 노동, 균열 노동 등이 있다.[14]


프리랜서지만 기업에 소속되어 일을 납품받고 노동의 대가를 받는 배달노동, 디자이너, 플랫폼 노동 역시 ‘비전형’적인 노동이다. 비전형 노동자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의 법률은 이런 노동자 모두를 포괄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 제2조 1항에 따르면,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법률만을 따지자면 비전형 노동 역시 이 근로자의 속성에 포함되는 것이 아닌가 싶겠지만, 실제 근로자를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종속성’이다. 근로자는 ‘종속적 관계에서 노동하는 자’이고, 상대방에게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노동을 수행하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아니라고 평가하는데,[15]이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울뿐더러, 법률상으로는 독립된 자영업자(프리랜서)로 보이지만 법원의 판단에 따라 기업에 종속된 노동자성을 인정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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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고개도 아니고, 터무니없는 구분법임은 틀림 없다. 소위 ‘클라이언트’에게 일을 받아 노동하는 수많은 노동자는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노동자’가 아닌 처지가 된다.


이것은 틀림없는 오분류다. 90년대의 ‘전형적 노동’에 갇힌 2025년의 노동자들은 어떠한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소득세를 부과받으며 살고 있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일하는 존재지만, 고용주도 정부도 이들을 보호해주지 않는다. 노동관계에 있어서 비전형 노동자들을 도울 방법은, 비전형 노동자들을 위한 특별법 제정, 혹은 비전형 노동자들을 위한 새로운 근로자성을 개발해 중간 지대를 확보하는 게 아니라, 노동자성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노동법을 개정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노동법은 확실히 한계에 다다랐다. 노동관계를 규정하고, 관계 안의 사람을 보호할 수 없으므로 많은 노동자가 회색지대로 떨어지고 만다. 빈칸을 메우기 위한 적극적인 입법과 개정이 없는 한 노동법은 구멍 뚫린 항아리와 다름없다. 구멍 뚫린 항아리에 특별법이든, 직고용 추진이든, 이런저런 정책을 도입해 봤자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을 포함한 노동법의 근본적인 대전환이 필요하다.


정부와 국회는 노동법의 빈칸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조사하여 전면적인 개정으로 이끌어야 한다. 사회 안전망에서 벗어나는 비전형 노동자, 특히 저임금이나 산업재해의 위험에 노출된 취약 노동자들을 찾아내 고용관계에서 이들을 안전히 보호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법률을 확립하고, 이들이 일방적으로 해고당했을 때 기업에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더하여, 사회가 지금 당장 노동의 유연화를 멈출 수 없고 노동자 역시 비전형적 노동에 기대 생활해야 한다면 사회안전망이 확충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자성이 확대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사회보험 및 실업급여의 혜택을 볼 수 있다. 노동자에게 ‘노동자’라는 이름을 붙이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노동자성의 확대, 노동자에 대한 성의 있는 분류와 정의가 필요하다.





+ 맺음 노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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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일단 마음을 가다듬고 시를 읽어보자.


어느 소도시에서 일을 마친 토목기사는 매일 저녁 똑같은 만둣가게에 간다. 만둣가게의 만두맛은 매일 다르다. 그건 세상에 똑같은 만두란 없기 때문이고 그건 어떤 재료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부추는 어떤 부추보다 더 달다. 어떤 돼지고기는 어떤 돼지고기보다 먼저 죽었다. 오늘 현장에서는 낙사 사고가 있었다. 각각의 사정을 토목기사는 알 수 없다. 그는 고기만두와 김치만두 사이에서 고민한다. 먹는 행위는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는 말을 들은 것 같지만 누구의 말인지 기억하지 못한다. 매일 점심때가 되면 그와 동료들은 묵묵히 밥과 찬을 먹고 그늘에 앉아 담배를 피운다. 그때의 현장이라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고 하지만 현장은 언제나 거기에 있다. 일이 끝나면 현장을 벗어나 멀리 떨어진 곳에 찾아가 홀로 저녁을 먹는다. 내가 만두를 좋아하는 사람인가? 토목기사는 생각해본 적 없다. 그는 만두를 씹으며 마음속으로 현장의 높이를 그려본다. 그는 동료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는 오늘 동료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 가게를 나선 토목기사는 담배를 피우며 조용하다. 내일은 좀 더 기름진 것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기회와 소음, 한여진


이 시에서는 우리가 뉴스 헤드라인에서 마주치는 공사장 노동자의 낙사 사고가 등장하고, 그 사고를 무덤덤하게 바라보는 토목기사를 그리고 있다. 시에서처럼 어떤 불행은 끝내 이름이 없다. 많은 하청 노동자는 산재를 당해도 제대로 기록되지 않고 협상 테이블에서 사라지고 만다. 토목기사가 죽은 동료의 이름을 사후에 알게 되었던 것처럼, 우리가 익숙하게 접하는 누군가의 사고와 죽음은 단지 안타깝고, 불행할 뿐 제대로 호명되지 않는다. 뭉뚱그려진 죽음들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정규직이 아니라면, 계약직이 아니라면, 그저 간접 고용된 사람이라면… 죽은 노동자는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할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된다. 기계는 가동되고, 동료들은 죽음을 곁에 두고 정해진 시간 동안 일을 해야 한다. 이것은 현실이다.


죽음에 대해 오래 생각할 수 없는 토목기사와, 오래 곱씹어지지 않는 죽음이 전략적으로 교차하면서, 토목기사의 삶 속에서 슬퍼할 수 있는 기력이 얼마나 부차적인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누군가의 죽음에도 아이러니하게 만두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는 토목기사의 사고방식을 보여줌으로써 시인은 균열을 만들어낸다. 익숙하고 단조로운 풍경 속에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게 만든다. 이 담백하고도 간단한 시를 읽으면 자본주의가 얼마나 사람을 내몰 수 있는지, 그래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삶이 얼마나 대상화되는지 오래도록 고민하게 된다. 이름 모를 누군가의 죽음에 덤덤해지고, 자연스레 내일의 끼니 걱정을 하는 타인 혹은 나 자신을 마주할 때, 불행은 꼭 전쟁이나 참사가 아니어도 우리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끔은 이게 당장 ‘우리’의 이야기임을 피력해야 하는 순간이 싫다. “우리 모두 노동자입니다! 그러니까 관심을 가집시다!”라고 주장해야만 할 것 같은 순간. 우리가 평생 노동하지 않는다 해도, 어떤 생산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도 공감 ‘할 수 있어야’ 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러면서도 동시에 내게 찾아드는 것은 의심이다. 너무 쉽게 쓰는 것은 아닌가. 이들의 이야기를 내가 얼마나 착실히 듣고 있는가, 그저 옮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저 멀리 현장을 두고 겉핥기의 글만 쓰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무섭다.


지나치게 단조로운 일상에서 균열을 발견할 때. 혹은 균열 속에 있지 않은 내가 균열에 관해 쓸 때, 균열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할 때,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시달린다. 꼭 시소 위에서 묵직한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다. 쿵 하는 소리와 영영 정답이 아닌 세계로 던져질 것 같은 기분도 든다. 그런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글을 잇는다. 고치고 닦아본다. 의자에 앉았을 때와 일어날 때의 마음이 다르다. 앉을 때는 확신하고 일어설 때면 부끄럽다. 하지만, 이 글을 쓰자고 시작했던 때와 지금의 마음가짐 중 같은 것들도 있다. 휘청대지 않는 물음도 존재한다.


“우리는 왜 이름 없이 사라져야 하나. 노동자들은 왜 죽어야 하고, 죽은 노동자들은 조용히 사라져야 하나.”

한여진은 시에서 ‘세상에 똑같은 만두’가 없다고 말했다. 그것처럼 노동자도 모두 다른 개인이다. 그러나 간접고용이라는 기형적인 노동관계 안에서, 노동자들은 ‘파견’, ‘용역’, ‘하청’ 근로자 등으로 불리며 열악한 처우를 견딘다. 각각의 사정으로 일을 그만두지 않고, 지나가는 누군가의 죽음을 기억하고 또 되새기며 때론 동료를 위해 투쟁에 나선다. 지금도 수많은 노동자가 투쟁 중이다.


모두가 노동자의 정체성을 가져야만 이 문제에 공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것은 목숨에 관한 이야기다. 잇고 싶은 삶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의 공통된 관심사라고 설득하고 싶다. 담백하게 생각하자. 우리 모두가 너무 쉽게 죽거나 다치지 않을 권리가 있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값을 받을 권리가 있다. 노동 환경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런 권리 위에서, 함께 주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지 않은가.


편집위원 서연 | waveandwavy@korea.ac.kr




[1] 고용노동부에서 실시한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에서의 정의를 사용함.

[2] 조돈문 외 (2021). 다시쓰는사용자책임. 36.

[3] 국가인권위 (2018). 간접고용노동자실태조사. 37.

[4] 고용노동부 (2019). 근로자파견 판단 기준에 관한 지침.

[5]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① 파견대상업무 외의 업무(출산, 질병, 부상 등으로 인한 결원 및 일시적·간헐적 사유로 파견한 경우 제외)에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경우, ② 결원 및 일시적 사유가 없음에도 동 사유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경우, ③ 절대파견금지 업무에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경우, ④ 파견대상 업무에 파견사업주, 사용사업주, 파견근로자간 동의 없이 1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경우, ⑤ 파견대상 업무에 파견사업주, 사용사업주, 파견근로자간 합의로 파견기간을 연장 → 파견기간(기간연장 전 포함 최장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경우, ⑥ 출산·질병·부상 등으로 인한 결원의 해소에 필요한 기간을 도과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경우, ⑦ 일시적·간헐적 사유로 파견하였으나 파견사유가 해소되었거나, 파견근로자 등의 합의없이 3개월을 초과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경우, ⑧ 일시적·간헐적 사유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였으나, 3개월 이내에 파견사유가 해소되지 않아 파견사업주, 사용사업주, 파견근로자간 합의로 파견기간을 연장 → 파견기간(기간연장 전 포함 최장 6개월)을 도과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경우, ⑨ 파견사업허가를 받지 않았거나, 허가받은 사항 중 중요사항의 변경허가*를 받지 않고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하는 자로부터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경우 등이 있음.

[6] 표준직업분류책자 (고용노동부)를 참고함.

[7] 남보라 외 (2021). 중간착취의 지옥도. 145.

[8] 같은 글. 145.

[9] [단독] 아리셀 사망자 23명 중 하청노동자가 20명 (2024.06.27). 한겨레.

[10] 툭하면 없던 일, 불법파견 [한겨레 프리즘] (2024.10.10). 한겨레.

[11] 노동부는 기상캐스터가 △문화방송 노동자가 통상적으로 수행하는 행정, 당직, 행사 등 다른 업무를 하지 않은 점 △일부 캐스터는 외부 기획사와 전속 계약을 하거나, 엔터테인먼트사에 회원 가입을 하고 자유롭게 다른 방송에 출연하는 한편 개인 영리활동을 한다는 점 △문화방송 정규직의 구체적 지휘·감독 없이 업무에 상당한 재량을 갖고 자율적으로 하는 점 등을 들어 노동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12] 법률상 전형 노동자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을 말함.

[13] 매달 기본급 150만원 눈앞에서 뺏긴다"···중간착취 방지법, 동일노동 동일임금 보장법 발의 (2024.11.06). 노동과 세계.

[14] 비전형 노동과 노동법의 대응 (2024.11.07). 오마이뉴스.

[15] 같은 글.





참고문헌

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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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진 (2023). 두부를 구우면 겨울이 온다. 문학동네.


논문 및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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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2023).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고용노동부 (2024).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 국가인권위원회 (2019).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인권 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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