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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권하는 사회

[시선; 봄에서 겨울을] 편집위원 상민

지난 1월 6일, 코스피가 장중 3000을 넘으며 13년 만에 ‘삼천피’ 시대가 열렸다. 코로나19의 여파로 1457.64까지 내려왔던 코스피는, 이 폭락을 기회로 보고 매수한 ‘개미’(개인투자자)들을 원동력으로 3000 고지를 밟았다. 개미들이 막대한 현금을 주식시장으로 끌고 들어온 것은 많은 전문가들이 말하듯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가격 폭등 때문이다. 월급을 받아 은행에 넣어두기만 해서는 도저히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니, 이들이 약간의 리스크를 감당하더라도 다른 투자처를 찾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또 설사 집을 살 돈이 있다 하더라도, 가만히 있기만 해도 몇 억씩 오르는 집을 쉽사리 팔려는 사람도 없다 보니 갈 곳 잃은 현금들은 모두 주식 시장에 몰렸다.


코로나19로 인해 실직 혹은 소득감소를 겪은 이들 역시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다. 기본적인 ‘시드머니’(종잣돈)만 있다면 다른 일용직에서 일하는 것보다 주식을 하는 편이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으니, 다른 일을 찾기보다는 그 시간을 투자하는 데 사용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주식은 단연 2020년 최대 ‘열풍’ 중 하나가 되었다. 이에 언론 역시 ‘동학개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 ‘주린이'(주식 어린이[1]) 등의 신조어를 만들고, 또 그대로 받아적으며 이 신드롬을 열심히 퍼뜨리고 있다. 이런 열풍 속에서 이제는 주식을 하지 않으면 바보 취급을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국민들을 웃게 할 수 있는 것은 상승하는 주식 시장뿐이다. 그러나 이 상승장이 하락장으로 돌아설 때, 언제일지는 몰라도 반드시 오기는 올 그때, 가장 큰 피해자는 ‘영끌’해서 ‘빚투’한 소시민들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개미’들에게 불리한 공매도[2]를 제한하는 조치를 연장하였으며,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의 기준을 주식 10억 원 보유자에서 3억 원 보유자로 낮추는 조치의 시행은 ‘동학개미’들의 반발을 수용한 여당의 주장으로 2023년까지 유예하였다.[3]


지금 포털 검색창에 유력 대권 주자로 언급되는 이들의 이름을 입력해보면 그 바로 밑에는 ‘OOO 관련주’라는 연관검색어가 나온다. 정치인들이 내놓는 공약과 국가비전은 더이상 그 자체로는 유의미한 것이 아니다. 그저 주식 시장의 여러 ‘호재’나 ‘악재’ 중 하나일 뿐. 국가의 실종, 정치의 종말이다.



편집위원 상민 / poursoi0911@gmail.com


[1] 어떤 분야의 초보를 ‘O린이’라고 부르는 조어법이 아동을 미성숙하고 배워야만 하는 존재로 바라보는 아동혐오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주요언론은 아무런 자성 없이 사용하고 있으며 아예 이런 표현을 달고 나오는 책까지 등장하고 있다.

[2] 공매도는 어떤 주식 종목을 보유하지 않은 채 빌려서 판매한 다음, 가격이 떨어졌을 때 사서 갚는 투자기법이다. 정보가 빠르고 큰 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기관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공매도는 지난해 3월 16일 6개월 금지되었고, 이후 두 차례 금지조치가 연장되었다.

[3] 주식양도세 대주주 요건 10억 유지. (2020.11.03.). 매일경제.



참고자료

단행본

염승환 (2021).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 메이트북스.

기사 및 온라인자료

김동은, 임성현, 윤지원. 주식양도세 대주주 요건 10억 유지. (2020.11.03.). 매일경제. Retrieved from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20/11/1129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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