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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보호소인가, 강제 수용소인가

[시선; 겨울에서 가을을] 편집위원 다연

손목에는 수갑, 발에는 포승줄. 보호대를 씌운 머리에는 테이프가 감겨 있다.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모로코인 M씨의 모습이다. 묶인 손발이 뒤로 꺾여 결박된 자세로 그는 차가운 독방에 장시간 방치되었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는 M씨는 "(그들은) 나를 동물처럼 취급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29일,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일어난 이른바 ‘새우꺾기’ 가혹행위 장면이 공개되며 파장이 일었다. 약 1달 후인 11월 1일, 관할부처인 법무부는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인권침해 행위 등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허나 이 사건이 계속해서 공분을 사자, 법무부는 M씨가 시설물을 파손하고 자해를 시도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과 사진을 공개했다. 인과관계가 전혀 없거나 심지어는 당사자의 모습이 아닌 자료들도 함께였다. 언론마저 대대적이고 공식적인 2차 가해에 합세하자 시민들의 혐오와 비판은 이내 M씨로 방향을 틀었다.


M씨의 ‘난동’은 진정시킬 만한 상황임이 분명했지만 그의 분노에는 명백한 이유가 있었다. 지병이 있던 그는 5개월동안 의사의 진료를 받지 못했으며, 그가 병원에 가려면 샴푸나 비누를 먹는 등의 이상행동을 반복해야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보호소는 M씨를 특별계호[1]의 명목으로 감금했고, 그렇게 그는 독방 안에서 앞서 본 ‘새우꺾기’를 당한 것이다. 법무부가 문제 삼은 행위에 대해 M씨는 다음의 메시지를 전했다. “나는 난동을 부렸다. 인정한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겪은 부당한 폭력에 대항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는 것을 부디 잊지 말아 달라.”


외국인보호소에 입소하는 외국인은 국내에서 강제퇴거 처분을 받은 사람들이다.[2] 그들의 절대 다수는 ‘범죄자’가 아니며 M씨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감옥에서도 볼 수 없는 일들이 당연하게 일어난다. M씨는 ‘화성 관타나모'와 다름없는 그곳에서 매 순간 인권침해가 일어난다고 이야기했다. 보호소는 보호장비나 독방 구금에 대한 제대로 된 규정도 없이 이들을 통제하며, 정치적 박해 등의 이유로 본국에 갈 수 없는 난민신청자 역시 기약 없이 보호소에 갇혀 있는 실정이다. 이곳은 외국인 ‘보호'소인가, ‘강제 수용’소인가.


편집위원 다연 / mandy1423@naver.com


[1] 특별계호 시에는 특별한 경우 이외의 외부활동이 모두 제한되며 외국인들은 24시간 CCTV 감시 아래 생활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화성외국인보호소의 외국인들이 독방격리를 매우 빈번하게 경험했다며 독방 격리가 남용되지 않았는지 구체적인 확인을 권고했다.

[2] 강제퇴거 대상에는 우리나라에서 범죄를 저질러 본국으로의 송환을 기다리는 사람들뿐 아니라 체류비자가 만료된 사람들, 난민 자격 신청 중 체류 연장 기한을 놓친 사람들, 혹은 우리나라에서 현재 난민 재판이 진행 중인 사람들 등이 있다. 그리고 그 중 상당수는 체불된 임금을 받기 위해 귀국을 미루기도 하며 M씨도 그들 중 하나였다.


참고문헌

기사 및 온라인 자료

강은 (2021.11.16.). 인권위 "외국인보호소 ‘새우꺾기’는 신체의 자유 침해" 제도 개선 권고. 경향신문. Retrieved from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111161444001#csidx28a8aea1b71aad4bc85bc0a98b67bb9

공민경 (2021.09.29.). “‘손발 묶고 새우꺾기’ 외국인보호소 가혹행위”…인권위에 진정. KBS NEWS. Retrieved from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89679

박상연·이태권 (2021.11.16.). 인권마저도 묶어 버린 도 넘은 외국인보호소. 서울신문. Retrieved from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11117010022&wlog_tag3=naver

화성·이은기 (2021.11.01.). 외국인보호소 CCTV에 잡힌 ‘새우꺾기’, 무슨 일 있었나. 시사IN. Retrieved from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891

난민인권센터 (2021.11.18.). 외국인보호소인가 강제수용소인가 ‘새우꺾기’ 고문을 비롯한 인권침해 증언대회 [자료집]. 접속일 2021.11.18. Retrieved from https://nancen.org/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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