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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학생 노동자의 죽음

[시선; 겨울에서 가을을] 편집장 민철

지난 10월 6일, 특성화고 학생 홍정운 군이 현장실습 중 잠수 작업을 하다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실습계획서에 명시된 그의 업무는 ‘요트 정비 및 수리, (요트 탑승객) 서비스’였으나, 사고 당일 그가 맞닥뜨린 업무는 혼자서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를 떼는 일이었다. 그리고 잠수 자격증조차 없던 그는 다시 물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의 안타까운 죽음은 역시나 ‘인재’였다. 기업과 학교가 협의하여 작성하게 되어있는 실습계획서는 학교가 단독으로 작성한 것이었으며, 당연히 그 내용마저 지켜지지 않았고, 애초에 미성년자의 잠수 작업은 현행법상 금지되어 있었다. 더하여 교육부의 현장실습 규제 완화가 참사를 불렀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2017년 현장실습생 이민호 군이 프레스기에 깔려 사망한 이후 교육부는 교육청이 인증한 기업인 ‘선도기업’만을 대상으로 현장실습을 허용했으나,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업체 선정 기준을 간소화해 ‘참여기업’까지 그 대상을 확대했다. 기업의 참여가 적어 학생 취업률이 낮아진다는 이유였다. 참여기업은 선도기업과 달리 노무사 동행 점검 등의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데, 그가 일했던 기업 역시 참여기업이었다. 


그의 사망을 두고 교육계는 현장 실습을 폐지해야 한다는 쪽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나뉘었다. 그러나 이 둘 모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어 보인다. 현장 실습이 폐지된다 하더라도 학생은 졸업 후 어린 노동자가 되어 일터로 나가야 하며, 사고는 매번 제도의 허점을 뚫고 일어났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구조다. 지금까지 학교는 학생들을 일터로 보내 취업률을 올리는데 급급했고 기업은 이를 이용해 학생들을 저비용으로 착취해왔다.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본 것은 언제나 학생이었다. 이번 사건은 특성화고 학생들을 향한 사회의 시선을 여실히 드러낸다. 학생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으며,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을 방치하는 현 구조를 바꾸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들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 


편집장 민철 / a40034136@gmail.com


참고문헌

이유진 (2021.11.03.). [뉴스AS] 실습카드에 남은 홍정운군의 희망사항은 지워졌다. 한겨레. Retrieved from 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1015851.html

이하늬, 강한들, 이혜리, 박용근 (20201.10.14.). 이름은 교육, 실제론 노동 … 그 틈새로 사고 반복. 경향신문. Retrieved from https://m.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2110142115025#c2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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