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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리 피디 Jul 18. 2023

검찰 특활비를 보는 아재의 시선

검사들의 목숨줄을 끊지 말라

매거진 '촌철살인미수범'은 세상 돌아가는 일들에 대해 아재의 시각으로 쓴 짧은 시사논평입니다. 극단주의자만 사이다를 날릴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양비론과 양시론, 회색주의와 냉소주의가 선사하는 기발한 쓴웃음을 즐겨주세요


검찰의 특활비가 논란이다. 왜 논란인지 도통 모르겠다.


검찰, 특활비 기록물 지웠나 (한겨레)


사건, 아니 해묵은 관행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검찰은 특수한 조직이므로 해마다 수십 억원의 특별활동비를 받는다. 이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누구도 잘 모른다. 영수증도 필요 없다. 그냥 쓴다. 몰래 쓴다.


사람들이 분개하고 있다. 전 검찰총장인 대통령도 부당하게 썼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의견은 매우 단순하고 어리석은 것이다. 왜냐?


우선, 검찰의 생리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검사들은 공무원이지만 엘리트들이다. 평생 대접받고 부러움 사며 살아온 인간들이 국민의 공복(公伏)이라니 말이 되는가? 백성을 다스리려고 시험에 통과했는데 백성을 섬기라니 말이냐 방구냐? 코딱지만한 월급이 그들의 성에 차겠는가?특활비라는 쌈짓돈이라도 있어야 겨우 자리를 지킬 만하다.


그들의 본전의식은 상상을 초월한다. 남들은 특권의식이라 하는데 내 보기엔 아니다. 검사들은 그렇게 권위적이지 않다. 합리적인 분들이다. 뭣 빠지게 공부하고 시험 쳐서 나름 법률 전문가 자격을 땄는데 그냥 공무원이라니 피가 거꾸로 솟을 거다. 특활비는 그들의 쌈짓돈이자 목숨줄이다. 끊으려 하지 말라.


본전의식에는 직위고하가 따로 없다. 이 특활비의 축복을 단비처럼 맞지 않은 검사는 없다. 단언컨대 단 한 명도 없다. 있었겠지만 전부 나갔다. 나가도 변호사를 하니 밥줄엔 지장이 없다. 나가서도 폭로하면 전관예우 챙기니 가만히 있는다. 전부 사법연수원 동기동창 선후배다. 말이 좋아 검사동일체의 원칙이고 기소독점권이지 정확히 말하자면 단결심 넘치는 이익공동체다. 이들의 단결권을 해치지 말라.


그렇다고 혈세를 마냥 이렇게 쓰게 하는 게 옳은가? 많은 문제가 있지만 우선 형평성부터 해결해야 한다. 게다가 시대가 바뀌었다. 직업의 귀천도 없고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노력으로 치자면 9급 공무원의 본전의식이 더 클 수도 있다. 그러므로 모든 공무원들에게 특활비를 줘야 한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고 특별하지 않은 업무가 어디 있겠나?

이렇게 목숨 걸고 숨기는데 어찌 목숨줄이 아니라 하겠는가?

행정 조직 이름도 검찰에서 배워 따라해야 한다. 자기들만 잘나서 대검찰청, 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 이런 조직을 만든다고 욕을 해댄다. 내 생각은 다르다. 욕설 대신 학습을 하자. 대산림청, 대통계청, 중앙기상본부 자긍심 뿜뿜의 네이밍을 구현하자. '일개 행정부 공무원 주제에~'라고 검사들을 폄하하지 말고 모든 공무원을 검사화하자.


관청부터 이런 민주화가 이뤄진다면 민간으로의 낙수효과도 기대된다. 나와 같은 범부라면 마누라 몰래 쌈짓돈 조성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것이다. 검사들의 특활비가 모든 공무조직으로 확대된다면 민간 영역에서의 비자금 조성도 다소 순조로워지지 않을까 기대된다.


그리고 검찰은 앞으로 뇌물 사건의 수사와 기소에서 손을 떼야 한다. 아무리 안하무인이어도 엘리트들인데 양심이 없겠는가? 그들이 가책을 느끼지 않게 배려해야 한다. 내로남불의 함정에서 꺼내주자. 뇌물공여와 수수, 공금횡령 범죄자들을 수사, 기소하면서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이 업무에서 배제해 주어야 마음 놓고 특수활동(무슨 활동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지 않겠는가?


PS. 아버지 욕하면서 닮아간다는 말이 있는데 범죄자 다루면서 비슷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검사들에게 윤리를 말하지 말자. 조직 범죄단을 닮은 그들의 비범한 카르텔 정신을 인정해 주자. 그리고 그 뜻을 받들어 널리 국민을 이롭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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