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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와 지우개

닳는 희생에 대해

by 이지완

《비누》


문지르다 보면 알게 된다


다 살고 죽는 게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조금씩

죽어간다는 사실


죽음의 완성이 바로

인생이란 사실




《지우개, 청부삭제》


무심한 실수가 뒷목을 잡거나

어설피 지나간 사랑이 심장 할퀼 때

덜 아문 상처에 편두가 짓눌린다면


슬쩍 꺼내 갖다 대기만 해도

고통 삼켜주는 지우개 있다면

말끔한 뒤처리를 청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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