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탄다

계절의 캐리어에 실려

by 이지완

《가을 탄다》


공허한 허공으로 떨어지는

미끄럼을 탄다

속절없음에서 하차하면

부끄럼으로 갈아탄다


하늘이 바람으로 구름으로

쳐놓은 덫에 무참히 사로잡히고

가을이 잎 떠가는 냇가에

뿌려논 빛에 손쉽게 농락당한다


내가 가을을 타는 게 아니라

가을이 헐거워진 날 태운다

그것이 데려가는 곳은

깊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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