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김없이 뺏는 인간

아낌없이 준 나무로부터

by 이지완

《남김없이 뺏는 인간》


너희들이 강제이주 시켰잖아

답답하고 시끄러운 길가에

매연 먹고 산소를 토하라고

삭막함의 무대에서

청량감의 쇼를 하라고


그러다 너무 자라 앞을 가린다며

곱게 키워 뻗은 팔다리

무참히 잘라냈잖아


홧김에 내 몸통에 발길질

먹은 더러움 발치에 게워내고

너희들이 밟아 으깬 내 새끼들

냄새난다며 멀리 돌아다녔잖아


어제 너희들이 들고 온 기계소리

너무 무서웠어 숨쉬기 힘들었어

날카롭게 벼린 칼날이

내 몸 깊숙이 파고들 때

호흡조차 빼앗기는 아픔

비명조차 삼켜지는 슬픔


다 견디었다고

다 참아냈다고


이제 밑동만 남은 나는

무얼 해야 될까

혹시 버스 기다리는 네가

내 그루터기에 피곤함을 맡긴다면

딱 한 번만 생각해 줘


너희들 곁에 있었던

너희들 위해 살았던

곧았고 높았던 마음을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