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잡러 0씨의 커뮤니티 운영
“여보, 정수리에 흰머리 생겼어”- 바빠서 숨도 못 쉬는 삶
퇴근 후 아내가 나에게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습니다. “여보 정수리에 없던 흰머리가 생겼어.” 그 말을 듣고서야 알았습니다. 내가 얼마나 지쳐 있었는지. 갑작스럽게 부서가 바뀐 것에 스트레스가 컸나 봅니다. 바뀐 부서는 업무가 많아 화장실 갈 시간도 없습니다. 회의는 길어지고 하나의 업무를 해결하기도 전에 또 다른 일이 터지기 일쑤입니다. 회사는 전쟁터라는 말이 실감 납니다. 그렇게 겨우 퇴근하면, 집에서는 육아라는 또 다른 전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요즘 들어 아기가 잠을 안 잡니다. 아기가 잠들지 않으면 아내도 잠들지 못합니다. 혼자서 육아를 버티는 아내를 보며 나는 피곤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힘들어도 피곤해도 그렇지 않은 척 웃어봅니다. 설거지하고, 기저귀를 갈고, 밀린 집안일을 합니다. (솔직히 아무리 회사가 바빠도 육아보다는 덜 바쁜 것 같습니다. 적어도 밥 먹으러 가고 커피 한 잔 할 시간은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집안일하다 문득 나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내가 이렇게 바쁜데, 앞으로 어떻게 커뮤니티를 운영하지? “, “ 책은 또 언제 쓰고, 강연 준비는 언제 하지?” 그리고 “나는 숨을 언제 쉬지?” 정말 마음이 답답합니다. 뭘 해도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내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이 귀찮아집니다.
중요한 일(커뮤니티 운영, 책 쓰기, 기획, 운동)을 하루 미루고 하루를 마무리하게 되면 나 스스로 못난 사람이 된 것 같아 기분이 더럽습니다. 그러면 또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고 무언가 시작하기 어려워집니다. 악순환의 연속입니다. 자연스럽게 “이제는 커뮤니티를 그만 운영해야 할 때인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9년이란 시간을 어떻게 커뮤니티를 운영했지, 생각해 봅니다. 그래도 시간이 좀 남으니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적당히 회사 일도 할만했으니, 에너지가 남아있고, 출퇴근 전후로 책도 쓰고 강연 준비도 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맞습니다. 너무 바쁘면 아무것도 하기가 힘들죠. 긴급하고 중요한 일들만 하기도 벅찬데 작가가 되고, 강연하고,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꿈같은 일들이 자꾸만 멀게 느껴집니다. 내가 하지 못한 무언가의 무게만큼 마음에 돌을 매단 것처럼 무거워집니다.
그런 마음이 생기면 더 조급해집니다. 회사에 다니고 퇴근 후 육아를 합니다. 그러면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몸은 더 상하게 됩니다. 나의 목표는 회사에서 일도 잘하고, 싶고 좋은 아버지나 남편이 되고 싶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고, 커뮤니티를 잘 이끌어가고 싶고, 강연도 잘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목표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보며 실망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