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랜드가 아닌 나만의 데이터을 획득하기
“우리 대박 나는 거 아니야?”
첫 다운로드가 카운트 되던 순간, 사무실은 환호성으로 가득했다. 맥주를 따며 축배를 들었고, 이제부터 다운로드 수가 폭발하리라 믿었다. 그러나 일주일 뒤, 늘어난 건 지인들의 설치 숫자뿐이었다.
대신 첫 악플이 달렸다.
우린 당황해 메시지를 바꾸고 밤새 야근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이상하리만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상상랜드 속의 성공은 그렇게 쓸쓸히 출발했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한 건 ‘고객을 위한 마케팅’이 아니었다.
투자자와 외부에 잘 보이려는 보여주기 마케팅이었다. 내 관점에서 있어 보이는 스타트!
홈페이지는 멋졌지만, 고객은 오지 않았고
SNS는 꾸준히 올렸지만, 반응은 없었다.
보도자료는 화려했지만, 고객은 기사를 읽지 않았다.
겉으론 분주했지만, 정작 고객의 문제는 단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초기 목표가 ‘앱 설치’였던 것도 문제였다.
설치보다 중요한 건 사용하는 것이다. 포장을 뜯어 놓고 쓰지 않는 제품은 의미가 없다.
쓰는 제품이 되기 위해서는 핵심이 잘 전달되야 했다.
우리 제품은 신뢰가 핵심인데, 아쉽게도 초기에 우리는 그 본질을 외면했다.
결국 마케팅 비용은 고객을 위한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포장지에 투입된 것이다.
우리가 놓쳤던 건 단순했다.
고객 수가 아니라 고객이 실제로 변화를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한 명이라도 “와, 이거 덕분에 달라졌다”라는 아하 모먼트를 느껴야 했다.
그래서 제품 구조를 바꿨다.
원래는 데이터를 연동하고 하루 뒤에야 결과가 나왔지만, 첫 화면에서 작은 변화라도 바로 보여주기로 했다.
놀랍게도, 단순한 진행률 표시를 추가 한 것만으로도 이탈률이 현저하게 줄었다. 고객의 불만도 줄어든 것이다.
최선의 마케팅은 제품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한명 한명 늘어나는 설치수와 Daily Active User, 재방문 숫자 등을 보면서 마케팅 채널과 메시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고객은 결과보다 과정을 통해 신뢰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작은 개선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마케팅이 되었다.
두 번째 도전에서 우리는 다짐했다.
“모든 마케팅은 학습을 위한 도구여야 한다.”
시장조사를 위한 커피챗, 인터뷰, 랜딩페이지 클릭 테스트.
모든 활동을 ‘나만의 고객 데이터’를 쌓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단순히 시장이 있다가 아닌, '적극적 투자'를 통한 고객의 행동 변화 지표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세우고 데이터를 관찰했다.
고객 없는 상태에서 완벽한 계획은 의미 없다.
고객이 늘지 않는 정체를 외면하지 않고, 작은 실험을 통해 끊임없이 배우는 것.
이제 우리는 마케터가 아니라, 고객 문제 해결사가 되기로 했다.
영업도, 제품도, 개발도 결국은 고객 학습을 위한 도구였다.
이제 팀은 작지만 획득가능한 고객의 행동 지표를 얻고, 이를 통해 학습하는 방향으로 실행계획을 수립했다. 수많은 시간동안 마케팅과 신사업을 담당했던 전략가였던 나에게 필요한건 버튼을 눌러 시간을 투자하고, 결제 등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고객의 데이터다.
진짜 마케팅은 고객의 문제해결을 위한 나만의 데이터를 얻기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이다.
바로 성공할 줄 알았어요.
아주 순진한 생각이었지요. 그래도 그 생각랜드에서 축포를 터트렸던 그때를 잊을 수 없네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말 창업자가 갖춰야할 마케팅 마인드는 데이터와 학습이라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창업은 결국 데이터 싸움이고, 데이터 리터러시를 키우는 방향으로 발전해야합니다.
처음에는 데이터가 없는데 무슨 데이터인가 싶었는데, 데이터로 의사결정하는 회사의 시스템도 만들어보고, 데이터 분석도 정말 많이 했었고, 데이터 팀도 운영했었는데, 혼자 다시 시작하려니 모든 것이 리셋되더군요.
최근에 독서 클럽을 운영하면서 독서모임으로 선정한 알베르토 사보이아의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을 읽으면서 시작부터 데이터를 사용하는 방법론에 심취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작게 시작하는 방법. 작고 어설프지만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업을 키우는 방법에 대한 아하 모먼트였습니다.
마케팅을 위한 마케팅이 아닌 고객 문제해결을 위한 데이터 마케팅이 필요한 순간이 왔습니다.
이제는 실행할 단계입니다.
- Acquisition(획득)보다 Activation(활성화), Retention(유지)에 집중해야 성장의 불씨가 붙는다.
: AARRR Funnel (Pirate Metrics), Dave McClure, 2007
- 고객 없는 상태에서 Build에만 몰두하지 말고, Measure와 Learn을 반복해야 한다.
: 린 스타트업, Eric Ries, 2011
- 생각랜드에서 나와서 진짜 제품 출시 이전에 가짜 제품이라도 '적극적 투지'를 한 고객 반응을 '나만의 데이터'로 확보해야한다.
: 아이디어불패의 법칙, Alberto Savoia,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