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대디의 난생처음 셀프인테리어 #10 자재 선택 ④ 주방 & 전기
주방 인테리어에서 크게 시공할 부분은 타일, 주방가구, 싱크볼과 수전, 싱크대 상판 등이 있다. 타일은 이전 글 타일 편을 참고하면 된다. 인덕션이나 식기세척기, 빌트인 정수기,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등의 주방 가전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해 주방 사이즈과 여건에 맞는 제품을 설치한다.
우리 집 주방 가구는 이케아 제품을 시공하기로 정했다. 이케아 주방이 아내의 로망이기도 했고, 사제 브랜드에서 맞춤 시공했을 때 내가 원하는 퀄리티를 구현해 낼 수 있는 작업자를 구하지 못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실력 좋은 작업자를 구하면 되겠지만 나에게는 그것 조차 비용이고 리스크였다. 주방 가구에 관련된 것은 내가 경험한 이케아 제품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겠지만 사제 가구라고 해도 주방가구의 구성은 비슷하니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이케아 주방은 상담, 실측, 도면 제작, 가구 및 부품 주문, 수령, 조립 시공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지금은 주방 자재에 대한 이야기이고 상세한 이케아 주방 설치 프로세스는 이후 글에서 담도록 하겠다.
이케아 주방은 사제 주방이나 일반 브랜드에 비해 설치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이케아 주방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오죽하면 누군가 '악명 높은 이케아 주방'이라고까지 했을까. 개인적으로 이런 이유 때문에 이케아 설치 대행업체가 많이 생긴 것 같기도 하다.
이케아 주방 시공을 원하는 분 중 이케아 매장이 있는 지역에 거주하는 분이 아니라면 권하고 싶지는 않다. 셀프 인테리어를 준비할 때부터 공사가 진행하는 중에도, 아니 셀프 인테리어가 끝나고도 이케아 주방 완성을 위해 이케아를 얼마나 자주 들렸는지 모른다. 이케아에 한번 가면 오고 가는 시간까지 하루가 꼬박 지나가버리는 게 다반사다. 이케아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온라인 주문으로 구입할 수 있지만 택배 비용이 59,000원이나 될 정도로 비싸다. 게다가 내가 원하는 제품이나 부품의 재고도 항상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입고 여부도 수시로 체크해야 하는데 이게 보통 스트레스가 아니다. 필요한 부품이 입고가 되는 순간만 기다렸다가 입고 알림을 받고 만사 다 제쳐두고 이케아로 달려 간 적도 많다. 아내의 로망은 소중하니까.
이케아 주방 시스템은 크게 메토드, 엔헤트, 크녹스훌트, 순네르스타로 나뉜다. 가장 많이 선택하는 시스템은 메토드 시스템으로, 원하는 대로 주방 가구의 내부 구성을 입맛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모듈형 주방인 크녹스훌트는 수납장이나 조리대, 싱크 등이 이미 구성되어 나오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좁아 잘 시공하지 않는다. 미니 주방인 순네르스타와 저렴이 라인인 엔헤트 시스템은 아예 고려하지 않았다. 나는 메토드 시스템의 북스토르프 도어 조합으로 주방가구를 선택했는데 매트한 화이트 컬러의 심플한 디자인이 계속 봐도 질리지 않는다.
메토드 프레임을 선택한 후에는 원하는 서랍과 선반의 수, 서랍 내부 구성, 레일 등을 선택하면 된다. 구성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도 이케아 주방 플래닝 상담 시에 직원이 빠짐없이 다 알려주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케아 주방의 경우 주방의 얼굴을 책임질 가구 도어와 상판의 선택이 가장 중요한데, 도어 제품 중 베스트셀러로는 내가 선택한 복스토르프, 베딩에, 보드뷘, 헤데비켄 등이 있다. 이렇게 도어만 먼저 선택하면 실측 후 담당 매니저가 해당 치수에 맞는 가구들을 제안해주고 장바구니에만 담으면 된다. 프레임과 도어 디자인을 정해두지 않으면 가구를 실측한 다음에도 정확한 견적이 나오지 않으니 반드시 쇼룸에 방문해서 원하는 프레임과 도어 디자인 정도는 미리 선택해두는 것이 좋다.
주방 상판의 종류로는 천연대리석, 인조대리석, 목재, 엔지니어드 스톤(칸스톤), 세라믹 정도로 나뉘는데 가격은 목재 < 인조대리석 < 엔지니어드 스톤(칸스톤) < 세라믹 < 천연 대리석 순으로 천연 대리석이 가장 가격이 높다. 예나 지금이나 인조대리석을 가장 많이 선호하지만 최근에는 칸스톤(엔지니어드 스톤)이나 세라믹 같은 고급 소재도 인기 있다. 이런 자재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상판에 직접 칼질을 하거나 뜨거운 냄비를 올려도 될 만큼 기능성이 뛰어나다.
인조대리석
상판 자재 중 가장 대중적인 인조대리석은 천연 대리석 가루에 아크릴이나 시멘트를 배합해서 만들어진 소재다. 아크릴이 들어가 있어 현장에서 절단하고 접착하는 등 가공이 용이하다. 절단면을 사포로 샌딩하고 접착제로 붙이면 이음매 부분도 거의 티 없이 가공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수분, 세균, 얼룩, 오염에 강한 편이지만 김치 국물 같은 산성 물질이나 200도 이상의 뜨거운 것을 장시간 올려놓으면 변색되거나 자국이 남는다는 단점도 있다. 그리고 표면 강도가 높지 않아 흠집에 약한 편으로 도마 없이 칼질이라도 하게 되면 칼자국이 그대로 남게 된다. 인조대리석을 사용하다 보면 흠집은 어쩔 수 없이 나게 돼있는데 한 가지 팁이 있다면 어두운 색상의 인조대리석보다는 흰색 계통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인조대리석은 흠집이 나면 흰색으로 나기 때문에 어두운 컬러의 인조대리석은 금방 티가 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런 인조대리석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UV코팅을 하기도 하는데 연마하는 과정에서 분진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사 전이라면 입주청소 전에 하는 것이 좋다.
인조대리석은 LG, 한샘, 현대 리바트 등 대부분의 인테리어 브랜드에서 판매하는데 우리 집에 시공한 제품은 'LG 하이막스 오로라 블랑'이다. 주방은 전체적으로 화이트톤의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디자인을 계획했기 때문에 주방 상판도 화이트 계열을 원했는데, 단순한 흰색보다는 대리석 느낌의 마블링이 연하게 들어간 디자인이 오염이 돼도 티가 덜 날 것 같아 오로라 블랑을 선택했다.
원목
물을 많이 쓰는 주방 공간에서는 원목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선입견이 있다. 목재가 물기에도 취약하고 잘 찍히기도 하는 데다 관리를 잘못하면 세균 번식 문제까지 생기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런 단점을 감안하고서라도 원목 상판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세상의 그 어떤 소재로도 자연 그대로의 원목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이케아 주방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가 바로 원목 상판을 올린 북유럽 감성의 주방이기도 하다.
그러나 목재로 된 상판을 선택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목재는 인조대리석과는 다르게 이음매 부분이 티가 날 수밖에 없다. 나무를 아무리 붙인다고 하더라도 그 접합 부분을 없앨 순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무는 다른 소재들보다 특별 관리를 해야 되는 제품이라 손이 많이 가는 편이다. 이케아 제품들은 자체적으로 래미네이트 처리가 되어 있어서 내구성도 좋고 관리도 편하다고 하지만, 젖은 행주로 닦고 나서 꼭 마른행주로 물기 제거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광택과 방수를 위해 주기적으로 오일로 상판 전체를 코팅을 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엔지니어드 스톤(칸스톤)
엔지니어드 스톤은 인조대리석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제품이다. 앞서 말했듯이 인조대리석은 가공이 쉽고 별도의 관리도 필요 없을 뿐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흠집에 너무 취약하고 열에 변색이 잘되는 단점을 무시하지는 못한다. 이런 단점은 인조대리석이 천연 대리석 가루(석영)보다 아크릴의 비율이 더 높기 때문인데, 엔지니어드 스톤은 아크릴보다 천연 대리석 가루의 비중을 더 높여 이런 문제들을 해결했다. 때문에 표면 강도가 높아 흠집이나 파손의 위험이 적고, 수분 흡수율이 낮아 얼룩이 잘 묻어나지 않는다. 대신 아크릴의 비중이 낮기 때문에 가공하는 것이 어렵고 이음매 부분이 작업자의 실력에 따라 눈에 띌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가격은 인조대리석 대비 1.5 ~ 2배 정도 높은 편이다.
세라믹
세라믹은 100% 천연 광물로 제작된다. 수분을 흡수하지 않고 변형도 없는 고강도의 내구성과 불연성을 가진 소재로 하이엔드급 인테리어 자재라고 할 수 있다. 세라믹 상판은 도마 없이 바로 칼질을 해도 될 만큼 표면 강도가 높다. 그리고 뜨거운 냄비나 뚝배기를 받침 없이 올려놓아도 손상이나 변색이 되지 않아 높은 가격을 제외하고는 흠잡을 데 없는 최고급 자재다. 천연재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고급스럽고 모던한 인테리어를 연출하기에도 제격이다. 천연대리석은 코팅과 연마 등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하지만 세라믹 상판은 관리가 필요 없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은 자재다.
이케아 싱크볼은 넓이도 깊이도 좁은 편이다. 생각보다 물도 많이 튀고 실용적이지 않다는 의견들이 많아 타 브랜드 싱크볼을 찾아보다가 백조 제품을 알게 됐다. 내가 선택한 싱크볼은 '백조 그랜드 800' 제품인데 와이드 한 사각형의 디자인이 굉장히 모던하고 깔끔해 보인다. 싱크볼은 사이즈와 코팅 유무, 기타 옵션에 따라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이 나온다. 스크레치에 약한 스테인리스 싱크볼에 코팅을 하면 확실히 표면에 상처가 덜난다. 설거지할 때 소음을 줄여주는 흡음재를 부착한 싱크볼도 있는데 흡음재 유무에 따라 옵션이 다양하니 각자의 상황에 맞게 선택하면 될 것 같다. 나는 이케아 하부장의 너비인 800mm에 맞는 싱크볼 사이즈를 선택했다. 어차피 싱크볼은 사용하다 보면 흠집이 나게 돼있기 때문에 나는 비용 절감을 위해 코팅도 흡음재도 없는 제품을 골랐지만 항상 물기가 묻어있는 싱크볼이라 흠집이 전혀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수전도 국내 제품과 수입 제품 등 여러 가지 제품들이 있다. 그로헤, 아메리칸 스탠다드 같은 제품들이 인기가 있지만 가격대가 있는 편이다. 그로헤 제품 중 무광의 니켈 소재 제품이 멋스러워 보여서 비슷한 느낌의 제품을 찾아보다가 국내 브랜드인 수성바스 제품을 알게 되어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했다. 대체적으로 주방이나 욕실 수전들은 무광 니켈 소재 제품으로 선택하면 고급스럽고 어떤 주방가구와도 잘 어울려서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다. 예산을 아끼기 위해 국내 브랜드를 선택했지만 가격 대비 디자인이 고급스럽게 나와 만족스럽다.
이케아 주방가구 시스템에 빌트인 설치가 가능한 대표적인 주방가전으로 인덕션과 식기세척기가 있다.
인덕션은 디트리쉬 제품으로 선택했다. 삼성, LG 같은 국내 제품도 있지만 AS도 안 되는 프랑스 제품을 직구해서 산 이유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출력의 차이가 더 컸다. 다나와( http://www.danawa.com/ ) 기준으로 삼성 비스포크(NZ63B8708XH)는 84만 원에 소비전력이 3.4kW고, LG 디오스(BEI3MQT)의 경우 120만 원에 소비전력은 3.4kW였다. 내가 산 디트리쉬(DPI7572W) 제품은 해외직구 가격으로 70만 원 후반대고 소비전력은 7.4kW다. 가격은 국내 제품 대비 50% 이상 저렴한데 반해 출력을 좌우하는 소비전력은 두배 정도 높은 점이 마음에 들었다. 소비전력이 높으면 전기요금이 더 나오긴 하지만 출력이 좋아 높은 화력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품의 경우 인덕션을 220V 콘센트에 꽂으면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때문에 220V 콘센트가 사용할 수 있는 3.4kW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반대로 해외 제품들은 7.4kW까지 쓸 수 있는 대신 220V 콘센트를 쓰지 못하고 인덕션 단독 배선이 필요하다. 즉 별도로 전기작업을 해서 전용선과 차단기를 설치해야 최대 출력을 사용할 수 있다. 해외 직구를 할 때 추가 비용을 내면 1년 AS를 받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국내 제품에 비해서는 AS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출력이 탁월한 디트리쉬 인덕션의 매력은 요리를 취미로 가지고 있는 나에게 정말 없어서는 안 될 아이템이 되어준다. 인덕션은 화력이 약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디트리쉬를 만나고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식기세척기는 '식세기 이모'로 불릴 정도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이전에 살던 집에서도 싱크대 위에 올려놓고 쓰는 6인용 프리스탠딩 식기세척기를 사용했었는데 그대로 가져와서 쓰기엔 깔끔한 주방 인테리어를 망치는 것 같아 중고마켓에서 처분했다. 대신 삼성 12인용 빌트인 제품을 구매했다. 누군가 6인용 식기세척기는 누가 옆에서 도와주는 느낌이고, 12인용은 확실히 설거지 이모님이 대신해주는 느낌이라고 하던데 정말 공감된다. 12인용은 확실히 식기도 많이 들어가고 깨끗하게 씻기는 느낌이다.
빌트인 식기세척기는 싱크대에 설치하는 방법에 따라 풀 빌트인, 세미 빌트인, 빌트 언더 이렇게 나뉜다. 12인용 식기세척기는 부피가 커서 싱크대 하부에 설치되는데, 설치 마감을 싱크대와 동일한 마감재로 마감할 것인지 아니면 식기세척기 자체 도어로 마감할 것인지에 따라 나뉜다. 싱크대와 동일한 패널로 전부 다 가려서 외부에서 봤을 때 식기세척기가 완전히 안 보이게 하는 것을 풀 빌트인, 식기세척기의 디스플레이 부분은 노출시키고 하단에는 싱크대 패널을 부착하는 것을 세미 빌트인, 이런 싱크대 패널을 따로 사용하지 않고 자체 식기세척기 도어를 그대로 보이도록 설치하는 것을 빌트 언더라고 한다.
나는 풀 빌트인으로 주방을 한층 통일감 있게 만들었다. 이케아 주방 시스템에 풀 빌트인으로 적합한 12인용 식기세척기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어서 제품을 찾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치수가 얼추 맞긴 했지만 시공할 때 약간이라도 오차가 생기면 도어 패널을 절단해야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고, 싱크대 밑에 걸레받이 부분이 식기세척기 도어를 오픈할 때 걸려서 잘라내야 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극적으로 찾아낸 12인용 식기세척기는 다행히도 이케아 하부장 도어와 걸레받이에 맞춤처럼 설치되었다.
식기세척기에 대해서 덧붙여 이야기하자면 식기세척기 선반이 2단 보다는 3단이 더 좋다. 세척 날개도 가능한 많은 것이 좋으며 자동문 열림이 되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세척이 완료되고 문 열림이 되지 않는다면 물기 제거도 잘 되지 않을뿐더러 세균의 온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구매한 삼성 12인용 빌트인제품(DW60A5055BB)은 2단 선반에 자동 문 열림 기능이 있는 기본에 충실한 제품인데, 무엇보다 12인용 식기세척기가 60만 원대라는 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이라 만족하면서 사용 중이다.
흔히 조명을 인테리어의 꽃이라고 하는데 그건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집안의 분위기를 드라마틱하게 바꿀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타일이나 도장, 주방 시공과 같은 공정들은 최고급 자재를 쓰면 그만큼 결과물의 완성도는 높아지지만, 조명의 경우에 아무리 비싼 조명을 산다고 해도 공간에 대한 이해 없이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없다.
조명이 들어갈 공간에 대한 특징을 잘 이해하고 사용자의 입장에서 그 공간을 끊임없이 시뮬레이션해야만 빛이 강조해야 될 부분, 조도를 낮춰도 되는 부분, 적절한 조명의 컬러 등에 대해 알 수 있다. 비싼 돈 들여 인테리어를 해도 조명을 잘못 설계하면 돈 값을 제대로 못하게 되고, 반대로 조명 설계만 잘해도 저렴한 비용으로 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효과를 낼 수 있다.
나는 조명 계획할 때 이렇게 원칙을 정했다. 첫째, 모든 공간에 메인등을 달지 않는다. 둘째, 조명의 광원은 최대한 안 보이도록 한다. 셋째, 밝은 조도가 필요한 곳은 밝게 하되 크게 중요하지 않은 공간은 조도를 약하게 한다. 우리 집에 오늘 손님들 중에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집이 어둡다고 말씀하시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인들은 집에 들어서는 순간 호텔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바로 조명 때문이다. 조명 설치과 시공에 대해서는 후에 더 자세히 담아볼 계획이다.
조명 작업의 순서를 간단하게 말하면 철거 후 목공 전에 배선을 하고 목공 후 타공, 그리고 도배 작업 후에 조명 설치의 순으로 이루어진다. 때문에 전기 사장님에게 정확한 도면과 설치 위치를 알려주는 것이 중요한데 그렇지 않으면 천정에 불필요한 타공 구멍이 나게 되거나, 배선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이 생길 수 있다. 만약 도배나 타일 마감이 다 된 상태에서 수정하려고 하면 추가 비용은 물론 외부에 전선이 보이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기존에 방마다 있었던 큰 LED 메인등은 조도는 밝지만 천정의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어서 인테리어를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였다. 그래서 이것들을 모두 없애고 전부 3인치 다운라이트로 시공했다. 메인등을 없애니 무 몰딩 도배를 시공한 거실과 주방 쪽은 더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다운라이트를 선택할 땐 크기, 색상, 조명 타입 등을 선택하고 플리커 프리 제품인지 절연 컨버터가 있는 제품인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
다운라이트는 2 ~ 8인치까지 있는데 크기가 커지는 만큼 타공 구멍의 크기도 커지고, 조도도 밝아진다. 5인치 이상의 다운라이트는 밝은 대신 타공 구멍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주거 공간보다는 층고가 높은 매장 같은 상업시설에서 주로 사용된다. 반면 주거 공간에서는 3인치 혹은 4인치 다운라이트가 주로 사용되는데 다운라이트의 크기가 작으면 작을수록 타공 사이즈가 작아서 천정이 깔끔해지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2인치까지 설치하는 사례도 있긴 한데 그렇게 되면 조도가 너무 낮아지기 때문에 2인치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된다. 나는 전부 3인치 다운라이트(6W)로 통일시켰는데 타공 사이즈나 밝기도 적절한 것 같다.
다운라이트 색상은 크게 주광색(백색), 주백색(아이보리색), 전구색(주황색)으로 구성되어 있다. 색상도 사용 목적에 맞게 선택했는데 아늑한 분위기의 거실, 주방, 욕실 공간에는 주백색을 기본으로 하고 포인트는 전구색으로 줬다. 공부를 하거나 작업을 해야 하는 공간에는 밝은 주광색 다운라이트를 설치했다. 그리고 조명은 빛이 퍼지는 확산형과 집중형으로 타입을 나눌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확산형으로 공간을 밝히고, 벽이나 그림 같이 포인트를 줘야 되는 부분에는 집중형을 쓰면 좋다.
눈 건강을 위해 플리커 프리 제품을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전등은 우리 눈이 느끼지 못하지만 미세한 깜빡거림이 있는데 여기에 장시간 노출되면 두통, 시력저하가 올 수도 있다. 플리커 프리 제품은 다른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가격이 조금 높긴 하지만 우리 가족의 눈 건강을 생각한다면 전혀 아깝지 않은 비용이다. 마지막으로 절연 컨버터가 있는 제품인지를 꼭 확인해야 된다. 플리커 프리 제품이라면 대부분 절연 컨버터가 있을 텐데 이 부분이 있어야 화재와 감전사고도 예방할 수 있고 과전류를 막아줘서 오랫동안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접 조명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빛을 공간에 직접적으로 쏘면 조도가 밝아지는 대신 눈이 피로해진다. 반대로 빛을 벽에 쏘게 되면 빛이 반사돼서 오기 때문에 조도는 떨어지지만 빛이 퍼지면서 오묘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집에서 간접조명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은 거실의 커튼 박스, 욕실의 상부장 하단과 측면 벽, 침대 헤드, 주방 상부장 하단 등이 있다. 이렇게 간접 조명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T5라는 제품을 사용하면 되는데 T5는 300mm부터 1,200mm까지 설치하는 공간의 길이에 따라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다. 단, 물기가 있는 욕실에서는 누전을 방지하기 위해 방수 LED라는 특별한 제품을 사용해야 된다.
주거공간은 다운라이트, 간접조명 만으로도 충분히 깔끔하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조금 더 포인트를 주고 싶다면 실린더형 다운라이트를 사용하면 좋다. 집중형 다운라이트지만 실린더가 있어서 앞뒤로 약간은 각도 조절이 가능한 제품이다. 나는 주방 아일랜드 식탁 위에 실린더형 다운라이트(전구색) 2개를 설치했는데 완성된 요리를 식탁으로 옮기기 위해 잠깐 아일랜드에 놔뒀을 뿐인데도 조명 덕분에 더 맛있고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것 같다. 이렇게 사용자의 필요와 목적에 맞게 그 공간에 빛으로 포인트를 준다면 인테리어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