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대디의 난생처음 셀프인테리어 #9 자재 선택 ③ 욕실 & 타일
욕실 두 곳을 전체 철거한 후 새로 인테리어를 하기로 하고, 마음에 드는 타일을 찾기 위해 자재상 몇 곳을 돌아다녔다. 타일은 창호나 마루처럼 제조사라는 것이 딱히 없고 샘플을 볼 수 있는 곳 또한 다양하지 않은 편이다. 마루나 벽지처럼 샘플북이라는 게 있어서 내가 원하는 타일을 쉽게 찾을 수 있으면 편할 텐데 대부분은 타일상에 가서 진열돼있는 샘플을 직접 보고 선택하는 시스템이다. 타일은 컬러나 무늬만큼 가지고 있는 질감도 다양하기 때문에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면서 고르는 것을 추천한다.
내가 욕실 타일을 선택할 때 잡은 기준은 두 가지다. 600*600각의 대형 타일을 시공해 마치 호텔 욕실에 온 듯한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것과 최대한 거친 표면을 가지고 있어 아이가 욕실을 쓸 때 미끄럼 방지 효과가 있도록 하는 것이다.
타일을 선택할 때 하자를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되는 것이 타일의 종류다. 벽에 붙이는 용도로 나온 타일을 바닥에 깔게 되면 타일이 깨지는 하자가 발생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바닥용과 벽용 타일의 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주로 바닥은 자기질 타일을 사용하고, 벽은 도기질 타일을 사용한다.
자기질 타일은 높은 온도로 구워내기 때문에 자재의 강도가 강하다. 따라서 하중을 견디는 면적이 높아 바닥 또는 외장용으로 사용된다. 타일은 겉 표면의 질감처리에 따라 포세린과 폴리싱으로 나뉜다. 자기질 폴리싱 타일은 표면을 고르게 다듬어서 매끈한 광택이 돌도록 한 후 무늬와 컬러를 입혀서 만든 타일이다. 무늬와 컬러를 입힐 수 있어서 대리석과 비슷한 느낌의 타일을 만들 수도 있고, 무광 또는 유광으로 광택까지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표면이 매끄럽기 때문에 미끄러지기 쉬운데 아이나 노약자가 거주하는 가정이라면 사용을 고려해야 한다. 반면 자기질 포세린 타일은 표면의 질감을 별도로 가공하지 않아 다소 거칠다. 때문에 미끄럽지 않고 타일의 강점인 물 흡수율도 낮다. 그래서 포세린 타일은 욕실 바닥에 폴리싱 타일은 거실 바닥에 사용하면 좋다.
도기질 타일은 낮은 온도에서 구워내기 때문에 자기질 타일보다는 내구성이 약한 편이다. 그래서 주로 하중을 많이 받지 않는 주방과 욕실의 벽면에 부착한다. 높은 온도로 구워내고 표면 처리를 거치는 자기질 타일은 당연히 도기질 타일보다 가격대가 높다.
타일의 크기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진다. 300*300 타일보다는 300*600 사이즈가 가격이 높고, 300*600 타일보다는 600*600 타일이 비싸다. 타일의 크기를 타일 각이라고 하는데 타일 각이 작으면 작을수록 타일 가격은 저렴하고, 타일 각이 커지면 커질수록 타일 가격은 높아진다. 그리고 타일과 타일 사이에 줄눈을 메지라고 하는데 타일이 작아질수록 메지가 많아진다. 타일이 작으면 메지가 많아져 청소가 힘들고 메지 색깔에 따라 전체적으로 색상이 통일되는 것보다는 산만해 보일 수도 있다. 메지는 기본적으로는 흰색이지만 요즘에는 다양한 색상이 나온다. 타일에 맞는 메지 색상을 선택하면 더욱 완성도가 높아진다. 타일 메지는 아덱스 제품이 대세인데 아덱스 제품은 타일에 맞는 다양한 색상의 메지를 고를 수 있어서 좋다.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고 싶다면 욕실은 300*600각 정도의 크기로 하되 바닥은 자기질(포세린) 타일로, 벽면은 도기질 타일로 하면 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600*600각의 대형 타일 한 가지를 욕실 바닥과 벽에 시공해 좁은 욕실 공간을 더 넓어 보이게 하는 것이 트렌드다. 타일이 크기 때문에 메지 선도 줄어 전체적으로 산만해 보이지도 않고, 훨씬 개방감 있어 보이는 효과가 생긴다. 하지만 바닥에 도기질 타일을 사용할 수 없으니 비싼 자기질(포세린) 타일을 써야 되고, 비싼 자기질(포세린) 타일을 벽면에도 붙여야 되니 비용을 올라갈 수밖에 없다.
나도 욕실 두 곳 모두 이 방식으로 시공했다. 따뜻한 아이보리 컬러에 거친 질감을 가진 600각 포세린 타일을 욕실 바닥과 벽에 시공하고 동일한 톤의 아이보리 메지를 사용해 좁게 나온 구축 아파트 욕실을 최대한 넓어 보일 수 있게 했다. 나중에 욕실 시공 편에서도 설명하겠지만, 호텔 욕실 같은 완성도 높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타일의 모서리를 45도 각도로 컷팅해 시공하는 졸리컷 시공을 했다. 비용은 예상보다 많이 들었지만 만족도는 최상이다. 우리 집 욕실에 들어서는 사람들마다 호텔에 온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메지 선이 줄어드니 청소하기도 쉽고, 대중목욕탕만큼 거친 타일의 표면 덕분에 아이가 맨발로 들어가도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다.
타일을 선택했다면 그 외의 욕실 자재들도 선택해야 한다. 변기, 세면대, 욕조, 샤워기, 수전, 휴지걸이, 수건걸이, 상부장, 욕실 바닥 청소용 스프레이 건 등 알아봐야 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타일상에서는 타일 외의 욕실 자재들도 함께 전시해서 판매한다. 이케아나 한샘, 리바트 등 규모가 큰 전시장이 아니라면 대표되는 제품 몇 가지만 전시하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라 현장에서 내가 원하는 제품을 볼 수 없을 때도 많다. 그럴 땐 비치되어있는 제조사별 카탈로그를 보고 원하는 제품들을 주문할 수 있다. 최근에는 많은 제조사들이 오프라인 매장에 자사 제품들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쇼룸을 오픈하고 있는데, 대부분 수도권 지역에 집중되어있어서 가보진 못했다. 카탈로그만으로도 세부 디자인과 치수가 상세히 나와있기 때문에 지방러인 나에게는 도움이 많이 됐다.
우리 집 공용 욕실에는 욕조를 두고, 안방 욕실에는 사워 파티션을 만들기로 했다. 타일을 제외한 나머지 제품들은 오늘의 집이나 인스타그램, 온라인 스토어 등에서 원하는 제품을 찾았다. 도면 그리기에서도 이야기하겠지만 직접 도면을 만들고 욕실 제품의 치수도 도면 속에 넣어보면서 딱 맞는 치수의 제품을 찾았다. 아무리 내가 원하는 제품이라도 우리 집의 크기에 비해 크다면 과감하게 제외시켜야 한다. 디자인이 아무리 좋아도 사용하는데 불편하거나 문에 걸린다거나 하는 불상사가 생기면 안 되기 때문이다.
추가로 주방 벽면 타일의 경우 상부장이 없어 격자무늬로 포인트를 주고 싶어서 작은 정육각 타일로 시공했다. 그리고 건식으로 사용하는 베란다는 홈카페로 활용하고 싶어서 테라코타 타일을 깔아주었다. 짙은 테라코타 타일과 화이트 메지 덕분에 화이트&우드로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거실의 포인트가 되어준다. 마지막으로 현관은 집의 첫인상이니 만큼 화사하고 따뜻한 느낌의 테라조 타일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