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대디의 난생처음 셀프인테리어 #11 공정표 작성과 섭외
셀프 인테리어 준비과정에서 나 같은 '셀린이'들이 가장 난감해하는 부분이 인테리어 공정표(스케줄)를 작성하는 일과 작업자를 섭외하는 일이다. 인테리어를 업으로 하는 분들은 현장만 둘러봐도 대략적인 예산과 필요한 공정, 예상 일정이 바로 나오지만 나는 공정표 작성에만 대략 2주가량을 소요한 것 같다.
유명한 작업자의 경우 스케줄을 잡으려면 몇 달 이상 기다려야 하기도 한다. 어렵게 실력자를 섭외해도 스케줄링을 잘해야 하는데, 이전 공정이 미처 다 끝나지 않아 작업을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작업을 못해서 위약금을 물어 줘야 할 수도 있고, 더 최악으로 이후의 모든 일정들이 줄줄이 미뤄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실력 있는 작업자를 구하는 건 뒷전이고, 지금 이 작업을 끝내야 다음 공정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검증이 안된 작업자를 급하게 섭외해야 하기도 한다.
공정표를 제대로 작성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공정 순서를 먼저 알고 있어야 한다. 그 순서에 따른 작업자를 섭외하면서 공정과 공정 사이 여유로운 스케줄링을 짜야한다. 철거부터 시작해 순차적으로 다음 공정들의 일정을 꼼꼼하게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스케줄을 짜는 가장 간단한 일 같지만 각 공정들의 특징을 잘 이해하고 일정이 엉키지 않게 조율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이제부터 내가 공정표를 어떻게 작성했는지 이야기해보겠다.
42평 아파트를 전체 철거하고 올 리모델링을 한 공정 순서는 창호(발주&철거) → 철거 → 설비 → 창호(시공) → 전기 → 목공 → 도장 → 필름 → 욕실 → 마루 → 도배 → 주방 → 가구 → 조명 순이다. 크게 이슈가 없는 한 이 순서대로 진행하는 것이 좋은데 순서가 바뀌면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전기 작업자가 필요한 곳에 선을 빼놓고 그다음 목공 작업자가 마감을 해야 깔끔한 작업이 가능한데, 반대로 돼버리면 전기 작업을 하기가 굉장히 어렵고 목공 작업 한 곳을 뜯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되도록 이 순서는 반드시 지켜서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다음은 공정별로 소요되는 기간을 체크하는 일인데, 이 부분은 평수나 작업 내용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 집의 경우 철거 2일, 창호 2일, 목공 5일, 설비와 타일 6일, 마루 1일, 도배 4일, 주방 1일, 가구 1일, 전기와 조명에는 5일이 소요되었으니 참고하면서 준비하면 될 것 같다.
먼저 철거를 D-Day로 정하고, 대략적인 일정을 달력으로 만들어 놓고 작업자들을 섭외한다. 목공, 욕실과 타일, 도배 같은 작업들은 하루 만에 끝나는 작업이 아니라 최소 2~ 6일 정도 소요되는 중요한 작업들이니 이런 공정부터 먼저 스케줄을 정해둔 후 다른 공정들을 잡는 것이 편하다. 그중 인기가 많아서 섭외하기 어려운 작업자가 있다면 그 일정을 최대한 빨리 잡아두고 나머지를 잡으면 좋다. 섭외할 땐 작업 현장이 어디이고, 언제부터 시작하고, 어떤 작업을 할 것인지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소통이 더욱 편하다. 자세한 작업 내용은 현장 미팅에서 전달해야 하므로 현장 미팅을 먼저 잡아야 한다. 작업자들도 현장 미팅을 해봐야 공사기간과 정확한 견적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스케줄을 잡을 땐 앞서 말한 공정대로 잡되 절대 겹치지 않게 잡아야 하며 현장에서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니 너무 타이트하게 잡지 않는 것이 좋다. 나 같은 경우에도 타일이 끝나고, 하루 공백을 두었는데 이날 공백이 없었다면 마루 시공을 못할 뻔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 하겠다.
비내력벽을 철거하는 확장 공사를 할 땐 해당 지역의 구청에 철거 행위에 대한 행위허가 신청을 해야 한다. 행위허가 신청을 하려면 입주민 50%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철거를 하기 전 행위허가 신청이 완료되어야 철거를 할 수 있으므로 인테리어 시작 전 아파트 입주민 동의서는 필수다. 요즘은 입주민 동의서와 행위허가 신청까지 대행해주는 업체가 있어 조금 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보통 영업일 기준으로 10일 정도 걸리니 철거하기 전에 미리 챙기도록 하자.
보통 인테리어 공정의 시작은 철거부터라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창호가 가장 먼저라고 생각한다. 철거는 하루나 이틀 정도면 끝나지만 창호는 실측부터 철거, 제작과 설치까지 7 ~ 8일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창호 시공이 끝나야 다음 목공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철거보다 창호를 먼저 진행하는 걸 추천한다. 창호 스펙과 업체를 결정했다면 작업자가 현장을 방문해 정확한 제품 발주를 위한 최종 실측 과정을 거치게 된다. 실측 후 제작까지 5 ~ 6일 정도 기간이 소요되는데 그 기간 동안 철거를 진행하면 공사 기간을 조금 줄일 수 있다.
나는 철거를 한 가지 업체에 전부 맡기지 않고 욕실, 창호, 그리고 일반 철거로 나누어 진행했다. 창호 철거는 창호 시공 업체가 철거와 설치를 같이하는 것이 좋은데, 비용 절감은 물론이고 철거 시 이후 설치를 대비해 수평을 잡아 놓는 작업들도 미리 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루 역시 마루 시공업체가 철거하는 것이 좋다. 강마루는 바닥에 본드를 발라 시공하기 때문에 철거를 하려면 바닥과 마루가 딱 붙어 있어서 제거하기가 어렵다. 철거 위해서 별도의 장비가 필요하고, 철거 후 면이 고르지 못한 부분은 그라인더로 잡아줘야 하기 때문에 마루 철거는 마루시공 업체가 하루 날을 잡아서 하는 것이 좋다. 우리 집은 철거가 쉬운 강화마루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마루시공 업체가 아닌 일반 철거 업체에서 같이 철거했다.
욕실 철거도 욕실 시공을 담당하는 업체에게 맡겼다. 물 쓰는 곳은 누수의 위험이 있어서 항상 조심해야 하는데 그중에서 욕실은 가장 물을 많이 쓰는 곳이므로 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있어서는 안 되지만 만에 하나 욕실에서 누수가 생겼을 때 아랫집 천정에서 물이 떨어지면 우리 집 타일을 깨고 누수되는 부분을 찾아서 보수공사를 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그 전 작업자들에게 연락을 해야 되는데 철거는 A가 하고, 방수는 B가 하고, 타일은 C가 하고, 도기는 D가 붙였다고 하면 각자 자기 잘못이 없다고 발뺌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누가 가장 피해를 볼까? 바로 고객이다. 그래서 나는 하자 발생 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욕실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작업들은 한 업체에게 맡겼다.
그 외 발코니 확장, 주방가구, 벽, 천정, 문 등의 철거는 일반 철거 업체에게 맡기면 된다. 철거 업체도 현장 미팅이 필수인데 미팅 전에 작업해야 한 부분을 기획서로 미리 작성해놓고 만나면 편하다. 기획서를 인쇄해서 미팅 시에 미리 보여주면서 철거를 해야 될 부분과 건드리지 말아야 할 부분을 명확하게 전달해야만 커뮤니케이션 오류를 예방할 수 있다.
욕실은 철거와 동시에 설비 공사가 진행된다. 나는 공용 욕실과 뒷 베란다 두 곳에 설비 작업을 했다. 공용 욕실에는 젠다이(세면대 턱)를 만들면서 세면대 배관을 바닥 배관으로부터 이동하는 작업을 했고, 뒷 베란다에는 세탁기 자리에 냉장고를 두기 위해 수도 배관과 배수구를 옮기는 작업을 했다. 하나의 팁으로 욕실 인테리어를 더 고급스럽게 만들고 싶다면 욕조, 세면대, 변기 이 세 개의 간격을 같은 간격으로 설치하면 좋다. 원래는 기존 공용 욕실의 세면대와 변기가 붙어 있었는데 이 위치를 바꾸는 작업은 젠다이 공사를 할 때 요청해서 변경했다. 젠다이 공사를 하지 않고 위치를 옮기려면 벽을 깨서 이동시켜야 하는데 그 판단은 사용자의 몫이다. 인테리어에서 안 되는 건 없다. 중요한 것은 완성 후 보기에도 좋고 사용성도 좋아야 되는데, 이왕 배관을 옮길 생각이라면 젠다이를 만들어 그 위에 욕실용품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추천한다.
내가 작업자를 섭외할 때 가장 공을 드린 공정이 바로 목공이다. 목공에서 집의 전체적인 틀을 잘 잡아두어야 그다음 마루, 도배 같은 마감이 붙었을 때 완성도가 높아진다. 경력이 없는 목수와 실력 있고 인기 있는 목수는 인건비도 차이도 제법 난다. 요즘은 인건비를 조금 더 주더라도 인테리어의 완성도를 더 높이려는 사람들이 많아 실력 좋은 목수들은 섭외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나는 운 좋게도 실력 좋은 목수 분과 스케줄이 맞아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셀프 인테리어 공정은 변수가 많기 때문에 스케줄을 잡을 땐 항상 신중하게 잡아야 한다. 우리 집의 경우도 처음엔 목수 네 분이 5일 동안 작업하면 충분하다고 시작한 공정인데, 작업 도중 변수들이 생기면서 공기가 더 늘어날 뻔했다. 다행히 마지막 날 서둘러 주셔서 예정된 5일에 마무리될 수 있었다. 어쩔 수 없는 변수는 그렇다 하더라도 공기를 제대로 맞추기 위해서는 작업하는 도중 요구 사항을 더 추가하거나 변경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작업 도중 요구 사항들이 바뀌면 한 두 번은 괜찮지만 계속되면 작업 속도도 늦어지고, 비용도 증가하게 된다. 그러니 현장 미팅 전까지 최대한 요구사항들을 꼼꼼하게 작성해서 전달해두자.
전기는 목공과 같이 들어와서 작업을 하거나 목공 전에 들어와 전기선을 미리 배선해 놓는 것이 좋다. 전기선을 미리 빼놓아야 목수들이 전기선을 빼놓은 상태를 보고 가벽을 치거나 천장을 덮기 때문이다. 어디에 콘센트를 더 만들 것인지, 조명 스위치 회로 분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작업하기 전에 미리 정해야 놓아야 작업이 빠르다.
사실 철거 후 휑한 집을 둘러보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막막할 것이다. 대충 여기에 에어컨이 들어가고, TV가 들어가니 이 정도쯤 콘센트가 있으면 좋겠고, 천정에 다운라이트는 이쯤에 달면 되겠지 정도로 머릿속에서만 그려보면 안 된다. 작업자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도면 상의 위치를 짚어주는 것이 좋다. 나는 여기서 더 나가서 실제로 줄자로 재서 정확한 치수로 도면을 만든 후 3인치 다운라이트가 설치될 위치의 정확한 좌표까지 찍어서 작업자에게 전달했다. 작업하시는 분이 도면을 보시고는 인테리어 업계에서 일하냐고 물으실 정도로 이렇게 해주면 작업이 정말 편하고 빨라져서 좋다고 해주셨다.
셀프 인테리어를 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작업자들은 그 분야에서 전문가들로 해당 작업의 마감을 깔끔하게 잘하는 분들이지 어떤 게 더 좋은 것인지 나 대신 고민해 주는 분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주시는 분들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구현하고 싶은 내용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정확히 전달해 두는 것을 추천한다.
필름은 도배나 도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마감이 깔끔하고 내구성이 좋다. 쉽게 오염이 되지도 않고 관리도 편한 마감재다. 시공 비용이 다소 비싸다는 것 말고는 흠잡을 데가 없는 마감재라 할 수 있다. 나는 어떤 용기였는지 모르겠지만 예산절감을 위해 필름 작업을 내가 직접 해보겠다 생각하고 작업자를 따로 구하지 않았다. 유튜브에서 셀프 필름 작업하는 걸 보니 왠지 나도 할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던 것 같다.
목공이 끝나고 바로 필름 작업자가 들어와서 작업을 마쳐야 그 후로 들어오는 마루, 도배, 타일의 마감이 깔끔해지는데 나는 목공이 끝난 후도 아닌 도배하는 날 뒤늦게 직접 필름을 시공한다고 호기를 부리다가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붙였다 떼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숨고라는 사이트를 통해 잘라둔 필름만 붙일 작업자를 급하게 구인해서 이틀에 걸쳐 작업을 했다.
결론적으로 예산은 절약했지만 실력은 생각도 못하고 급하게 구한 작업자라 그런지 필름 작업한 곳 군데군데 기포도 보이고 도배 후 필름 작업한 부분은 제대로 붙어 있지 않는 곳도 보인다. 필름은 붙이는 것도 실력이 좋아야 하지만 사전작업인 퍼티 작업이 더 중요한데, 경험상 일반인이 할 수 있는 공정이 아니니 절대로 셀프로 할 생각하지 말고 실력 있는 작업자를 섭외하도록 하자.
욕실과 타일은 섭외하고 싶었던 작업자를 구하는데 실패해 자재상에 소개를 받았다. 욕실 공정의 경우 다른 공정들과는 달리 일정이 겹치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다. (그래도 웬만하면 일정을 겹치지 않게 잡아야 작업자들이 편하게 작업을 할 수 있다.) 나는 욕실 시공 전 미팅에서 지금까지 잡힌 모든 공정 스케줄을 공유했는데, 작업자가 공정 스케줄을 참고해 공정이 비어 있을 때 수시로 들어와 욕실 철거나 설비 작업들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욕실을 전체 철거하고 리모델링을 할 계획이라면 작업자를 구할 때 방수는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꼭 물어보고 작업자를 섭외하는 것이 좋다. 각 작업자들마다 견해가 다르겠지만 내가 섭외한 업체의 경우엔 바닥은 액체 방수 3회만 시공하는 것을 주장했다. 내가 원하는 방수 공정은 액체 방수 3회는 물론 바닥 전체와 모서리까지 도막방수를 꼼꼼히 시공하는 것이었는데, 도저히 작업자와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업체에서 도막 방수제를 사 오고 내가 직접 도막방수를 시공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나는 액체 방수만 시공하면 나중에 누수가 생길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건축에 관련한 전문가들이 모여있는 한국패시브건축협회의 정보를 참고했는데, 시멘트(몰탈)에 방수제를 섞어서 하는 방법으로는 아무리 3차로 겹쳐 시공을 하더라도 탄성이 없어서 수축과 팽창, 아파트의 뒤틀림으로 인한 모서리 균열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스팔트계 도막 방수를 1차로 욕실 바닥 전체와 모서리, 배관 주변에 바르고 2차로 모서리 부분과 배관 주변을 다시 한번 더 발라줘야 제대로 된 방수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무시할 수는 없었다. 결국 직접 욕실 두 곳을 전부 내 손으로 발랐는데, 아스팔트 방수제여서 기름 냄새가 정말 심하게 났다. 바를 때 숨을 참고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는데 여간 고역이 아니었지만 하고 나니 세상 뿌듯했다. 내 집은 내가 지켜야 하니까.
마루를 선택한 후에는 걸레받이를 선택해야 한다. 마루를 시공할 때 걸레받이를 같이 시공하게 되는데 걸레받이는 높이, 색상, 모양 세 가지를 보면 된다. 별도로 우리가 찾아봐야 할 자재는 아니며 시공업체에서 보유하고 있는 걸레받이 중에 선택하면 된다. 높이는 3, 4, 6, 7, 8, 9전(cm)이 있고 모양도 사각형이나 밑이 불룩한 모양까지 다양하게 있다. 걸레받이가 MDF 소재에 필름을 입힌 것이다 보니 색상은 같은 화이트라 하더라도 제조사마다 톤이 다르다. 푸른빛이 도는 화이트 색상도 있고, 노란빛이 도는 것 등이 있는데 하나만 보면 절대 알 수 없고 반드시 두 개를 같이 놓고 비교해봐야 알 수 있다.
걸레받이의 최근 트렌드는 두께가 얇고, 높이가 낮은 제품이다. 개인적으로 3전은 너무 낮은 것 같아서 4전으로 했는데 청소기가 지나가도 벽지에 청소기 헤드가 닿지 않아 만족한다. 그리고 벽지 선택을 앞두고 있다면 시공 업체에게 미리 걸레받이 샘플을 받아놓고 벽지 샘플에 대면서 고르면 걸레받이와 가장 어울리는 벽지를 선택할 수 있다.
설비나 방수 작업은 매우 중요한 공정이지만 인테리어가 다 끝나고 나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공정은 깔끔하게 하는 것보다 하자가 나지 않도록 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도배나 필름, 타일 같은 최종 마감 시공의 경우는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화이트 톤의 무 몰딩 도배를 하는데 거실 한가운데 벽지가 들떠 있다면 아무리 목공에서 수직 수평을 잘 맞추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인테리어의 완성도가 떨어지게 된다. 이런 최종 마감재의 경우 우리가 항상 보고 살아야 되기 때문에 하나의 티도 용납되어선 안 되는 아주 예민한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라 아예 티가 안 날 순 없다. 대신 얼마나 최소화하느냐의 문제이고, 그런 부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작업자가 실력자인 것이다.
검색해보면 실력 좋은 도배사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나도 몇 군데 마음에 드는 작업자가 있어 연락을 해봤지만 두 달치 예약은 이미 꽉 차있는 상태였다. 그렇다고 동네 도배 집에 맡기자니 무 몰딩 도배 시공이 가능한 곳은 아예 찾을 수 없었다. 수소문 끝에 같은 지역에서 무 몰딩 도배 시공이 가능한 분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분이라 이전에 작업하셨던 다양한 무 몰딩 도배 포트폴리오를 확인할 수 있어서 믿고 맡길 수 있었다.
도배 역시 현장 미팅을 거쳐야 정확한 견적이 나오는데, 일반 도배가 아닌 무 몰딩 도배 시공의 경우에는 더욱 현장의 상태가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다. 일반 도배의 경우 2 ~ 3일 정도면 끝나는데 무 몰딩 도배를 하면 여기에 1 ~ 2일이 더 늘어난다고 보면 된다. 도배 전 천정과 벽이 만나는 곳을 전부 퍼티로 직각을 잡아주는 것이 필수인데, 무 몰딩 도배의 퀄리티는 얼마나 이 밑 작업을 꼼꼼하게 하느냐로 판가름된다. 우리 집 같은 구축 아파트의 경우 철거 후의 벽면 상태가 심하게 고르지 못한 편이 대부분이다. 천정 몰딩을 뜯었는데 천정과 벽 사이에 공간이 너무 벌어져 있다거나 콘크리트 마감 면이 너무 울퉁불퉁하다면 밑 작업 기간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목공 작업 시에 무 몰딩 도배할 공간에 떡가베 작업을 해두었는데 이렇게 미리 면을 고르게 잡아줌으로써 도배 퍼티 작업은 하루 만에 끝낼 수 있었다.
그리고 도배 일정은 마루가 끝나고 잡는 것을 추천한다. 마루를 시공할 때 자르고 붙이는 과정에서 엄청나게 분진이 나오기 때문이다. 만약 도배를 먼저 하고 마루를 시공한다면 그 분진이 화이트 벽지에 전부 달라붙어 청소에 애를 먹게 된다. 또 마루 시공 시 걸레받이도 함께 시공하는데 걸레받이 위에 도배 벽지가 붙으면서 마감되어야 깔끔한 마감이 완성되는데, 도배를 먼저 하고 걸레받이를 붙이면 그 사이에 빈틈이 생겨 실리콘으로 이음매 부분을 마감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마감의 완성도가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내가 도배 일정을 잡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이 도배를 할 수 있는 날짜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작업자들은 보통 이 현장이 끝나면 바로 다음 현장으로 이동해 새로운 작업을 하기 때문에 작업일 변동이 쉽지 않다. 언제나 내가 원할대로 작업일정을 변경할 수 없다는 말이다. 철거, 설비, 창호 같이 공정의 앞단에 있는 것들은 작업할 수 있는 날짜를 크게 무리 없이 바로 정할 수 있는 편이다. 하지만 인테리어의 거의 마지막 공정인 도배는 다르다. 인테리어 공정이 뒤로 가면 갈수록 이 작업이 언제 끝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데다 변수도 많이 생기기 때문에 도배 날짜를 정해버렸다가 다른 공정이 겹쳐버린다면 작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도배는 공사 기간도 4일이나 걸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나도 일정 잡는 것이 그만큼 쉽지 않았다. 나처럼 이런 경우라면 현장 미팅 때 대략적으로 도배 작업이 가능한 날짜를 이야기해두고 다른 공정들이 마칠 때마다 수시로 도배 작업자 분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애써 섭외한 실력자를 놓치지 않도록 조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주방을 이케아 제품으로 시공했다. 이케아 주방을 시공했다고 하면 대부분이 비용을 궁금해한다. 비용을 이야기하면 대부분 비싸다는 반응이다. 맞다. 이케아 가구는 결코 저렴하지 않다. 자잘한 인테리어 소품들이나 핫도그처럼 가성비 좋은 제품들의 인상이 워낙 강해서 그렇지 가구들은 평균 이상의 가격을 가진 제품들도 많다.
그런데 이케아 가구를 써보면 안다. 그 가격이 결코 비싸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이케아 주방 하부장에서 가장 내구성을 필요로 하는 서랍의 경우, 하드웨어(서랍을 열고 닫는 것)는 유명한 Blum사의 부품을 사용해 세게 닫아도 부딪치지 않는 댐핑 기능을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있다. 내가 시공한 METOD 주방 시스템(주방 가구 프레임)은 소재의 기술 결함에 대해 25년 품질 보증까지 해주고 있어 더욱 신뢰가 가기도 한다. 긴 시공 준비, 어려운 재고 확보, 조립 등의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이케아를 찾는 사람들은 바로 이 이유 때문이 아닐까.
주방 시공은 이케아 주방을 기준으로 설명해보겠다. 사제 주방 시공의 공정은 업체 섭외, 현장 실측, 제품 선택, 설치 순으로 일반적인 진행과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이케아 주방 시공을 하려면 조금은 복잡한 프로세스를 알고 있어야 한다. ① 상담, ② 실측과 도면 제작, ③ 제품 주문, ④ 제품 수령, ⑤제품 설치 이렇게 5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이케아 주방을 설치할 수 있다.
① 상담
이케아 주방을 시공하기 위한 상담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사전에 예약을 해야만 받아볼 수 있다. 이것 또한 주말은 예약이 꽉 차있으니 미리 서둘러야 한다. 상담 후 주방 현장 실측을 위한 방문이 필요한데 이 비용은 12만 원으로 유료 서비스다. 물론 나중에 주방 시스템을 결제하면 실측 비용 12만 원을 기프트 카드로 돌려주긴 하지만, 가볍게 비교견적을 받아보기 위해 알아보는 입장에서는 12만 원이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다.
② 실측과 도면 제작
상담을 받을 때 실측 서비스는 철거가 완료된 상황에서 실측을 하면 된다고 안내받아서 그 말만 철석같이 믿고 철거 다음날로 실측 일정을 잡았다. 우리 집의 경우엔 주방 철거를 하면서 단순히 가구만 철거한 것이 아니라 벽면의 석고보드와 단열재까지 전부 철거를 했었는데, 실측을 하려면 주방의 벽면 타일까지는 마감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어 당황했다. 석고보드와 단열재, 타일까지 붙이고 나면 그만큼 주방 공간의 사이즈가 줄어들어 실측한 사이즈와 오차가 생기기 때문이다. 주방 벽면의 단열재까지 전부 철거할 계획이 있다면 목공과 타일이 모두 끝나는 날에 맞춰서 이케아 실측을 받자.
일반 사제 주방가구와 이케아 주방가구의 실측은 그 목적이 다르다. 사제 가구는 실측을 통해 공간에 딱 맞는 맞춤 가구를 제작하기 위함이고, 이케아는 기본적으로 치수가 정해져 있는 기성품을 실측한 공간에 효율적으로 조립하기 위함이다. 이케아는 실측이 잘못되어 설치 당일에 제품 설치가 안된다고 해서 공간에 맞춰 제품을 제단 해주지 않는다. 설치를 못한 제품은 반품을 해야 하는데 무거운 부품을 싣고 이동해 반품하는 것도 온전히 내 몫이다. 반품 후 공간에 맞는 제품을 추가로 구입했다 하더라도 추가 설치비를 지불하거나 내가 직접 설치해야만 한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반드시 타일까지 마감된 후 정확한 현장 실측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실측 비용 12만 원을 기프트 카드로 돌려주는 것은 1회에 한하기 때문에 이후에 다시 실측을 부르는 건 무리였다. 그래서 내 경우엔 콘크리트 벽면까지 철거한 상황에서 단열재와 방수 석고, 타일을 붙였을 때의 치수를 대략적으로 예측해서 1차로 도면을 그리고, 타일까지 마감된 후 내가 직접 실측을 해서 최종 도면을 완성시키기로 했다. 실측 후 공간의 사이즈만 나오면 이케아에서 바로 완성된 도면을 그려주고, 도면만 나오면 정확한 견적 확인이 가능하다.
③ 제품 주문
주방 벽타일 마감이 다 되고 나서 내가 직접 실측한 사이즈를 전달하고 나서야 최종 도면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최종 도면이 나오면 도면 속 제품을 구매해야 되는데 이것도 온라인에서는 할 수 없고 날짜를 예약해 매장에 방문 후 결제해야 한다. 이케아 주방을 설치하는 일은 귀찮고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구매 날짜와 시간이 정해지면 그 시간에 맞춰 주방 상담을 했던 곳으로 가면 되는데, 예약한 시간에 가면 최종 도면을 기준으로 구매해야 할 제품 목록을 알려준다. 결제 시에는 제품을 수령할 날짜를 정하는데 늦어도 설치 하루 전에는 모든 제품들이 도착해 있어 한다는 점을 감안해서 결정해야 한다. 주문하는 제품의 재고가 있다면 배송비는 한 번만 지불하면 되지만 내 경우엔 부산점과 광명점 두 곳에서 배송을 받아서 배송비를 두 번 냈다. 게다가 몇 개 부품은 전부 품절이어서 수시로 입고를 체크하면서 직접 매장에 방문해서 제품을 구매했다.
④ 제품 수령
이케아 주방 가구와 부품은 설치 하루 전날까지는 배송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하나의 이케아 주방을 완성하는데 필요한 가구와 부품의 가지 수가 생각보다 많다. 거의 거실 한 공간을 꽉 채울 정도의 제품이 배송된다고 보면 된다. 때문에 상품 수령일부터 설치 당일까지는 다른 공정과 겹치게 일정을 잡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내 경우엔 어쩔 수 없이 도배 마지막 날과 제품 수령일이 겹치게 됐었는데 사전에 도배 사장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거실에 이케아 제품들을 둘 테니 그전에 거실 도배만큼은 완료하기로 협의를 해서 조율이 가능했다. 다행히 오후 늦게 도배 장비를 치우는 시간쯤 이케아 제품들이 도착해서 도배 공정을 수월히 진행할 수 있었다.
⑤ 제품 설치
설치는 세 명의 작업자가 아침 9시부터 17시까지 하루 종일 이루어졌다. 이케아 주방 시공은 제품을 수령하는 날은 물론 설치할 때도 마찬가지로 다른 공정과 겹치면 안 된다. 설치 당일이 되면 한쪽에서는 이케아 제품을 발 디딜 틈 없이 바닥에 벌여놓고 조립하는 동시에 다른 쪽에서는 주방 벽 보강작업이 진행된다. 그야말로 공간이 이케아 주방 가구들로 꽉 차게 되기 때문에 이케아 주방 시공만 단독으로 진행해야 한다.
설치하는 것을 직접 보니 유튜브에서 이케아 주방을 셀프로 직접 설치하는 일반인 분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설치를 위한 장비도 많이 필요하고, 수도 배관 같은 곳은 일일이 톱으로 따줘야 하는데 옆에서 보기만 해도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싶다. 처음에 나도 유튜브를 보고 셀프로 설치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이케아 주방은 무조건 설치 서비스를 받도록 하자.
이케아 주방 설치팀은 이케아 제품이 아닌 것은 설치해 주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대신 주방 후드와 후드 배관 가리개 부분은 비용을 지불하면 같이 설치해준다. 주방 후드는 이케아 주방 시공할 때 꼭 설치해야 되는데 이케아에서는 후드 배관이 주방 후드 뒤쪽이 아니라 측면에 있을 경우 주방 가구 소재와 같은 패널로 그 후드 배관을 가려주는 후드 배관 박스를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침니형 후드를 설치했는데 후드 배관이 측면에 있어서 이케아 가구와 동일한 패널로 박스를 제작해 이 배관을 가렸다. 후드까지 설치를 완료하면 이케아 주방 설치는 끝이 난다.
붙박이 가구는 모두 한샘에서 제작했다. 한샘 가구는 특별할 건 없지만 기본에 충실하고 합리적인 가격이 마음에 들어 선택했다. 안방과 작은방 두 곳의 붙박이장과 화장대, 현관 신발장 펜트리의 도어, 그리고 앞 베란다 창고 도어의 제작을 맡겼다. 한샘은 이 전에 이케아 주방을 경험해봐서 그런지 너무 수월했다. 딱 한번 쇼룸에 방문해 자재 종류와 컬러를 선택하고 현장 실측 날짜를 잡아서 제품 발주 넣고, 설치하기까지 담당 매니저가 있어 상담부터 설치, 감리, 결제까지 전부 도맡아서 진행해주었다. 고객이 매장에 두 번 이상 방문할 필요가 없어서 편했다. 한샘의 붙박이 가구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붙박이장은 어차피 외부에서 보이는 것이 아니어서 가장 기본적이고 저렴한 제품으로 선택했다. 설치 일정은 도배가 끝나고 입주 청소하기 전에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일정을 잡는 것도 수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