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대디의 난생처음 셀프인테리어 #12 설계도면과 기획서 작성
나는 도면을 그릴 줄도 모르고 배운 적도 없다. 요즘은 도면 제작 프로그램의 종류가 다양해 어렵지 않게 도면을 그릴 수 있었는데 총 3차에 걸쳐 완성시킬 수 있었다. 내가 한 방법대로 하면 큰 어려움 없이 도면을 만들 수 있다. 본격적으로 도면을 만들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가서 해당 평수의 평면도를 받아오는 일이다. 이전 집주인이 이사를 나감과 동시에 현장 미팅을 잡고 철거 공정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 시점이 늦어질수록 입주가 늦어지고, 아까운 은행이자만 빠져나가게 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때문에 집주인이 이사하기 전에 인테리어 도면을 만들어 놓고 사전 계획까지 다 세워놓으면 현장 미팅 시에 발 빠른 스케줄링이 가능하다.
아파트 관리실에서 보관하고 있는 건축 도면을 참고하면 상세한 치수가 있어 간략하게 1차 도면을 만들 수 있다. 내력벽과 비내력벽도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확장할 계획이 있다면 이 자료를 토대로 철거하기 전 미리 구청에 행위허가 신청을 해놓을 수도 있다. 건축 도면을 열람하는 방법은 관리사무소 담당자에게 인테리어 사유로 해당 평수 평면도를 보여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2차 도면 수정은 철거 이후 다른 공정이 시작되기 전에 해야 한다. 아파트 관리소에서 받은 건축 도면에 치수가 나와 있지만 실제로 집을 비워두고 실측을 해보면 무조건 오차가 나기 때문이다. 마지막 3차 도면은 목공이 끝나면 수정이 가능하다. 목공 작업이 끝나면 치수가 변경될 일이 없기 때문에 최종 도면을 완성시킬 수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설계도면을 작성해보자. 도면을 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은 정말 다양하다.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바로 '스케치업'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유튜브에서 인테리어 업체들의 영상을 보면 3D로 된 도면을 종종 볼 수 있는데 바로 스케치업으로 만든 도면이라고 보면 된다. 2D 평면, 3D 입체 모두 볼 수 있으며, 소품들을 모델링해서 완성되었을 때의 이미지도 실제처럼 구현해 낼 수 있다. 스케치업을 사용하려면 워낙 기술적인 숙련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개인보다는 인테리어를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에서 주로 사용하는 편이다.
스케치업으로 도면을 작성하면 너무 좋겠지만 셀프 인테리어를 한번 하려고 스케치업 프로그램까지 배워야 된다면 하는 도중에 지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남은 힘은 공간의 레이아웃 변경이나 업체 선정하는데 쓰고, 도면을 작성하는 프로그램은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내가 사용한 것이 'Live Home 3D'라는 프로그램이다.
'Live Home 3D'( https://www.livehome3d.com )는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고, 초보자도 조금만 만져보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조작이 간단하다. 그리고 윈도우, 맥, iOS, 안드로이드 등 모든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기도 편리하다. 나는 설계 도면을 멋지게 만들어서 누구에게 자랑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간단한 조작으로 현재의 실내 구조에 가벽 위치나 방의 구성을 짜 보고 가구와 전자제품을 배치해보면서 최적의 레이아웃을 찾을 목적으로 도면을 그렸다. 도면 위에는 조명, 전기 콘센트, 목공 작업을 할 수 있는 정확한 위치를 표시해 정확한 시공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도면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는 나에게는 'Live Home 3D'가 딱 맞는 프로그램이었다. 'Live Home 3D'는 이름에 3D가 들어가 있는 것으로 눈치챘겠지만 완성되었을 때 이미지도 간략하게 볼 수 있다. 무료에서는 그 기능이 제한되어 있어서 스케치업 정도로 사실적이진 않지만 대략적인 배치나 느낌 정도는 알 수 있어서 유용하게 쓸 수 있다.
'Live Home 3D'에서는 가구나 전자제품들도 미리 배치할 수 있게 기본적인 아이템들을 제공해준다. 모양이 다양하진 않지만 치수는 간단하게 변경할 수 있다. 정확한 치수를 기입해 공간에 들어가는지, 어디에 배치하는 것이 좋은지를 정하면 도움이 된다. 이 프로그램의 장점 중 하나가 도면에서 거리를 잴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조명이나 목공 공정 시에는 정확한 치수로 위치를 잡아 놓지 않으면 원치 않는 곳에 조명이 달릴 수 있는데, 실측해 놓은 것을 기반으로 이 프로그램에 도면 작업을 해 놓으면 도면을 작업자에게 전달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정말 편리하다.
'Live Home 3D'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간단하게 무료로 프로그램 설치가 가능하고 프로그램을 열면 아래와 같은 초기화면이 나온다.
좌측 메뉴바에서 New Blank → New Blank 1:50 클릭을 하면 도면을 작성할 수 있는 빈 화면이 나온다.
관리 사무소에서 받은 건축도면을 보면서 벽부터 하나씩 그려보자.
상단에 Straight Wall을 선택하고 빈 화면에 클릭하면 벽을 그릴 수 있다. 메뉴가 영어로 나오더라도 겁먹지 말고 알려주는 대로 사용하면 도면을 작성하는데 크게 어렵지 않다.
Straight Wall을 선택하고 그려보면 위에 벽의 길이가 나온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받은 도면의 치수대로 방을 하나씩 만들어 보자.
잘못 그렸다면 위에 보이는 마우스 커서를 선택한 후 대상을 삭제 또는 크기 변경, 이동할 수 있다. 조작 방법이 간단해서 몇 번만 만져보면 알 수 있다.
왼쪽 메뉴에서 문이나 창문을 선택하면 간단하게 도면에 표시할 수 있고, 오른쪽에 있는 속성 창에서 폭(Width)과 높이(Height)를 수정할 수 있다. 그리고 문의 경우 문이 열리는 방향이 중요한데 속성 창 하단에 Flip 부분을 변경하면 쉽게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위에 있는 Dimension(치수) 버튼을 선택하면 도면 상에 있는 거리를 잴 수 있다. 건축 도면에 있는 치수를 참고해서 최대한 정확한 도면을 작성하는 것이 좋다.
Dimension(치수) 버튼을 클릭하면 마우스 커서가 변경되는데 도면에 클릭하면 치수를 잴 수 있다.
내가 만든 최종 도면이다. 도면을 그려봄으로써 주방에 있던 냉장고를 뒷 베란다 세탁실로 옮길 수 있었고, 그 결과 넓고 개방감 있는 주방을 갖게 되었다.
천정에 들어갈 3인치 다운라이트는 2 ~ 3개씩 모아서 타공한 뒤 여백을 많이 남겨서 깔끔하게 마감을 했다. 그런데 가끔씩 인테리어 랜선 집들이 사진들을 보다 보면 메인등을 없애고 다운라이트를 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다운라이트를 넓게 골고루 타공한 집도 보인다.
이것은 상업공간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공간을 골고루 밝힐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천정에 타공이 많아 깔끔해 보이지 않는 단점이 있다. 인테리어라는 것이 개인 취향이라 뭐라 할 순 없지만 이 사진을 보는 사람들이 각자 판단해서 조명 설계를 해보자.
나는 3인치 다운라이트를 벽에서 300mm 띄우고, 다운라이트 간격은 다운라이트 타공 중심에서 150mm 간격으로 타공 하는 것으로 도면을 그렸다. 확산형 전구를 벽에서 300mm 정도 간격으로 설치하니 벽에서 반사되는 빛 때문에 더욱 분위기 있는 조명이 되었다.
Dimension(치수) 버튼을 잘 활용하면 조명을 일직선으로 정렬할 수 있다. 다운라이트가 일직선이 아니라 삐뚤게 설치되면 전체적인 인테리어의 완성도를 떨어뜨릴 수 있으니 설계 단계에서부터 일직선이 되도록 그려야 한다.
작은방 1은 베란다를 확장하고 서재방으로 만들었다. 조명은 구입 예정이었던 책상 중앙에 배치될 수 있도록 벽에서 400mm 간격으로 타공 했고, 반대편에는 깊이가 300mm 책장을 배치할 예정이라 400mm 간격으로 했다간 조명이 책장의 위쪽 부분만 비치게 되는 상황이 생길 것 같아 벽에서 600mm를 띄워서 타공 하는 것으로 도면을 잡았다.
침실에는 가벽을 만들어 내부엔 화장대와 드레스룸을 만들었다. 붙박이장과 벽이 만나는 공간은 곰팡이 방지를 위해 50mm 간격을 띄웠고, 통로는 800mm로 성인 한 명이 여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잡아주었다. 그리고 퀸사이즈 침대 두 개를 붙여 패밀리 침대를 배치할 계획이었는데 미리 구입 예정인 가구의 치수를 알아놓고 도면에 배치해 보면서 극적으로 문이 닫히지 않는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안방의 조명은 침대 헤드 쪽에 T5 간접 조명을 설치하고 3인치 다운라이트는 머리 쪽이 아닌 다리 쪽에 배치함으로 밤에 불을 켜더라도 눈이 부시지 않도록 했다.
우리 집에는 TV가 없다. 신혼 때부터 TV 없이 생활해서 그런지 지금은 TV가 없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아이가 태어나서도 책을 보거나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이 더 많아져서 TV가 없는 불편함은 못 느끼고 있다. 거실에 큰 TV가 있으면 아무래도 답답해 보일 수 있는데 TV가 없는 데다 화이트 톤의 무 몰딩 도배까지 해놓으니 거실이 갤러리처럼 깔끔해 보인다. 가끔씩 벽에 빔프로젝트를 쏴서 영화를 보는데 별도의 스크린이 없이도 크고 깔끔한 화질의 영상을 즐길 수 있다.
거실 천정 중앙에는 실링팬을 설치했다. 실링팬을 설치할 때는 천정을 목작업으로 보강해줘야 하는데 목수에게 작업을 요청할 때에도 이렇게 도면으로 정확한 치수를 알려주면 작업자들이 편하게 작업할 수 있다. 실링팬을 설치할 때 주의해야 되는 점이 실링팬 날개 끝에서 30cm 거리 사이에는 조명을 설치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날개가 돌면서 조명을 가리게 돼 조명이 깜빡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거실 천정 모서리 쪽에 3인치 다운라이트를 3개씩 모아 타공 했고, 커튼 박스에 T5 전구색으로 간접조명을 설치했다. 그래도 부족한 조도는 플로어 스탠드 조명으로 채워주었다. 거실에만 3개의 조명을 레이어드 함으로써 조금 더 입체감 있는 느낌을 만들 수 있다.
작은방 2는 아이 놀이방으로 꾸몄다. 이 방은 붙박이장이 들어갈 예정이어서 붙박이장 앞쪽 조명의 간격을 미리 조정했다. 그리고 도면상에 책장과 장난감 정리도구함, 놀이매트까지 배치해보고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가구들을 활용할지 처분할지를 계획할 수 있었다.
현관에서 복도로 이어지는 조명도 일직선이 되도록 줄을 맞췄다. 거실 한 편의 벽은 유럽 미장을 해서 포토존을 만들었는데 이 공간이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벽의 폭을 중심으로 조명을 배치시켰다. 조명을 하나씩 띄엄띄엄 타공 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필요 이상으로 천정에 구멍이 생기는 것 같아 최대한 2개씩 모아서 타공 했다.
커뮤니케이션엔 정답이 없다. 기획서는 누군가에게 내 의도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방법 중 하나인데, 나는 작업자와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60여 장에 달하는 셀프 인테리어 기획서를 작성했다. 미리 기획서를 만들어두면 작업자들과 더욱 명확한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험이 없는 '셀린이'라면 꼭 만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전 직장에서 웹 기획을 했었던 경험들이 인테리어 기획서를 쓰는데 큰 도움이 됐다. 웹 기획을 할 때는 내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들을 어떻게 하면 디자이너, 개발자, 퍼블리셔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가 늘 고민이었다.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퍼블리셔들은 각자의 업무도 다르지만 생각하는 틀도 전혀 다르다. 내가 기획서를 만들어서 보내주면 꼭 전화가 와서 이게 무슨 말이냐고 묻는다. 그들과 오랫동안 일하면서 어떻게 하면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잘할 수 있는지 터득하게 됐는데, 디자이너들은 말로 하는 것보다 비슷한 이미지들을 보여주면 이해가 빨랐고, 개발자나 퍼블리셔들은 이 작업이 왜 필요하고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면 쉽게 알아 들었던 것 같다. 거기에 부담을 갖지 않는 한도 내에서 커피 한잔 정도만 투자하면 그 조금 더 일처리가 수월했던 것 같다.
셀프 인테리어 기획서를 쓰기 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우선 공부만 했다. 단열, 방수, 창호, 확장 등 관련 업계의 지식들을 내가 알고 있어야 눈 뜨고 당하지 않는다 생각하고 6개월 정도의 기간을 공부와 자료수집을 했다. 그렇게 공부를 하고 나니 내 나름대로의 시공 기준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것을 토대로 우리 집 인테리어를 기획할 수 있었다.
경험상 느낀 바로는 목공이나 타일 전문 작업자 분들은 자세한 치수나 작업설명 하기보다 비슷한 느낌의 레퍼런스 이미지를 보여드렸을 때 굉장히 수월히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다. 이것저것 하고 싶어 너무 디테일한 작업 지시를 하면 경력이 많은 작업자 분들에겐 다소 실례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에 적절한 의사 전달과 조율이 필수다.
반대로 전기나 조명, 창호 작업자분의 경우엔 내가 원하는 정확한 치수와 스펙을 자세히 적어서 전달해주는 것을 선호하셨다. 공간에 따라 필요한 자재나 원하는 시공방법, 레퍼런스 이미지 등을 꼼꼼히 넣은 기획서를 작성하다 보면 나도 작업 내용들을 더 잘 숙지할 수 있고 혹시나 빠진 것은 없는지 현장에서도 수시로 체크할 수 있다.
작성한 기획서는 여러모로 활용할 수 있는데 사전 미팅 시 작업자에게 전달하면 정확한 견적과 공사 기간들을 정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기획서를 프린트해 현장 곳곳에 붙여두면 작업자들이 수시로 확인하면서 작업할 수 있는 현장 가이드의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현장에서는 작업상 편의를 이유로 의외로 기본적인 것들이 잘 안 지켜지는 경우가 많은데 꼭 해야 하는 작업들을 기획서로 한번 더 강조해주면 잘못 시공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욕실의 경우, 욕조를 설치할 때 욕조의 하단부에만 구조물을 받치고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제대로 하려면 욕조 상단부에도 브래킷을 고정해서 하중을 분산시켜줘야 오랫동안 튼튼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정보를 공부를 통해 알게 되었다면 기획서에 꼼꼼히 기록해 작업자들에게 요청해두면 좋다.
위치를 이전해야 하는 공사가 있다면 기획서에 정확히 기록해두어야 한다. 우리 집은 냉장고를 주방이 아닌 뒷 베란다 세탁기 자리로 옮기고 세탁기는 보일러실 쪽으로 이동하는 작업을 했는데 세탁기를 옮길 때 배수구와 냉, 온수 배관도 같이 이동하는 설비 공사를 했다. 이때 세탁기 쪽에서 냉장고 쪽으로 물이 넘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조적으로 턱을 쌓았는데 이런 부분은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이렇게 그림을 그려서 설명하면 이해가 빠르다.
전기와 조명, 창호의 경우 내가 원하는 위치, 치수, 스펙 등을 제대로 적어주면 일처리가 빠르다. 이렇게 공정별로 기획서를 작성하다 보니 파워포인트 60페이지가량의 분량이 나왔다. 이 기획서는 6개월 간 피땀 흘려 만든 결과물이다. 뒤돌아 보면 내가 처음 셀프 인테리어를 준비할 때 이런 기획서 샘플이 있었다면 준비 시간을 엄청나게 단축시켜줬을 것 같다. 조만간 내 글을 보시는 분들의 시간을 단축시켜드리기 위해, 내가 작성했던 모든 기획서 자료는 템플릿으로 만들어 각자의 상황에 맞게 수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 배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