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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May 10. 2024

5 o'clock train


Pastel, colorpencil, watercolor on paper

2024



구두의 둥근 앞 코에 붙은 밑창은 벌어졌고 그 틈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신발의 제 기능을 잃어버린 낡은 구두를 바라보며 남자는 마침내 결정을 할 수 있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5시 기차를 타기 위해 덜렁거리는 구두를 끌며 기차역으로 향했다. 기차역은 조용했다. 역무원이나 기차를 기다리는 다른 승객도 찾아볼 수 없었다. 기찻길 건너편에 세워진 시계탑에는 시간도 초침도 없었기에 남자는 자신의 코트주머니에 넣어둔 시계를 꺼내어 시간을 확인했다. 4시 45분을 이제 막 지나고 있었다. 남자는 멍하니 기차역을 천천히 두리번거렸다. 누군가 이곳에 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을 하기도 했다가 누군가 온다면 덜 무서울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아무도 오지 않기를 바랐다. 기차역의 바닥은 꽁꽁 얼어있는 호수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빙판길로 되어있었는데 투명하게 얼어붙은 그 빙판길이 푸른 새벽하늘 때문에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멀리서 어슴푸레하게 기차가 다가왔고 남자는 뿌연 안갯속에 느리게 들어오는 기차를 바라봤다. 기차 위에는 커다란 부엉이가 올라타고 있었는데 그 부엉이가 남자를 보고는 말했다.

" 다음 기차는 아침이야. 그리고 아주 따뜻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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