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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Jul 01. 2024

구름 속으로

<구름 속으로 > Colorpencil, watercolor on paper 2024



공주의 키가 두 뼘 정도 자랐을 때에 그녀의 하얀 새는 어느덧 날아갈 준비를 마쳤습니다. 날개는 하얀 눈처럼 하얗게 빛났고 부리는 호두껍질처럼 단단해졌습니다. 하지만 공주는 새를 새장에서 꺼내어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새벽빛이 침실이 닿자마자 새를 보기 위해 길고 넓은 복도를 달려 새장 안의 새를 본 후에야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도 그렇게 새를 보기 위해 달려갔고 공주의 작은 코에 늘 입을 맞추던 새는 창 밖의 푸른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눈조차 마주치지 않는 새를 보고 공주는 심술이 났습니다. 하녀들을 시켜 창 밖이 보이지 않게 크고 두꺼운 커튼을 만들게 했죠. 창 밖을 보지 못하는 새는 어느 날부터 새장 구석에서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습니다. 물도 먹이도 먹지 못하고 말입니다. 새는 점점 야위어져 갔고 공주는 그런 새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 붉은 커튼을 치고 창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하얀 구름이 마치 공주의 하얀 새 같아 보였습니다. 공주는 결심한 듯 새장으로 돌아가 금빛 철문을 열었고 하얀 새는 공주의 작은 코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공주의 작은 손에 올라탄 새는 열린 창 밖으로 날아갔습니다. 하얀 새는 그렇게 자신을 닮을 하얀 구름 속으로 날아갔습니다. 다음 날 공주는 접어신던 구두를 치우고 자라난 자신의 발에 맞는 구두를 신고는 긴 복도를 걸어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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