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보이지 않는 아이의 꿈은 조각가였습니다. 처음 그 아이에게 조각가가 되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거 참 멋지겠는걸''이라고 말하고는 다른 말을 생각해 내고자 굳은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데 아이의 동그란 볼에 밝은 미소가 걸렸습니다. 나는 미안해하는 내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아이는 작은 손으로 차가운 허공을 휘휘 더듬었습니다. 그러자 아이의 손에 별 하나가 걸려들어왔습니다. "자 보세요 아저씨, 제가 조각하는 걸 보여드릴게요!" 작은 은빛 망치를 쥐고 둥근 별을 조심스럽게 쳐내는 아이의 손을 보며 나는 혹시라도 다치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이었습니다. 걱정 어린 표정을 보지 못하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아이를 믿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러웠죠. 별을 조각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차가운 행성에 뜬 더 차가운 별을 만지는 건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죠. 나는 혹시나 말을 한다면 집중이 흐트러져 아이가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만히 아이가 별을 조각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는지 아이의 또래로 보이는 한 아이가 다가와 말했습니다.
"별을 조각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네가 하나의 별을 조각할 때에 저기 저 조각가들은 벌써 수백 개를 조각했다고, 게다가 정말 예쁘기까지 해."
그 아이는 서툴게 별을 조각하고 있는 아이의 옆으로 다가와 과자부스러기같이 모아진 별조각들을 아까워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돌아갔습니다. 아이는 별을 조각하던 작은 손을 멈추고 나를 불렀습니다. 나는 여기 있다며 아이를 안심시키고는 또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지 생각했습니다. 차가운 별 부스러기가 잔뜩 묻은 아이의 차가운 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내가 사는 곳에서는 별들이 쏟아지는 걸 보기 어렵단다. 한 자리에서 빛나는 별들은 늘 볼 수 있지만 쏟아지는 별들을 보는 걸 우리는 행운이라고 말하곤 해. 그러니까 이렇게 모아진 별 부스러기는 아주아주 크고 많은 행운이지!" 아이는 내가 있을 것 같은 곳을 바라보다가 맺힌 눈물을 세차게 닦고 내 손에 별 부스러기를 담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아이와 나는 검게 빛나는 하늘에 별부스러기를 후 하고 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키우는 달토끼와 함께 마구 흩어지는 별 부스러기들을 바라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