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술궂은 꼬마 마녀의 장난으로 딱딱하게 굳어있던 늙은 나무들이 마구 구불 거리는 밤이 왔다. 마녀에게 화가 잔뜩 난 나무들은 얼마 남지도 않은 나뭇잎들을 마구 털어냈다. 그 바람에 꼬마마녀의 집 앞을 지나던 늑대의 머리 위로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늑대는 마녀와 친한 친구였는데 구불거리는 나무를 보고 마녀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찬바람이 거세지는 이맘때가 되면 이 꼬마마녀는 종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곤 하기 때문이었다. 가령 다람쥐들의 도토리들을 탑처럼 쌓아버린다던가 여우의 꼬리들을 보라색으로 물들이는 마법을 부려놓기도 하고 낙엽들을 모조리 유령으로 바꿔서 숲에 오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렇게 장난을 한참 치고 난 마녀는 한동안 집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기에 늑대는 그런 꼬마 마녀를 걱정했다. 머리 위로 떨어진 나뭇잎을 털어내고 마녀의 집 앞에 다다랐을 때 마녀의 방이 있는 2층 창문의 불이 환하게 켜졌다. 불을 환하게 켰다는 건 집 앞을 지나갈 늑대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 "곁에 있어줘, 내가 불을 켰다는 건 무섭다는 말이니까. 꼭 찾아와 줘야 해." 꼬마 마녀가 늑대와 친구가 된 날 했던 말이었다.
늑대는 마녀의 집 앞에 쌓인 나뭇잎 위에 앉아 한참 동안 밤하늘을 바라봤다. 구불거리던 나무들은 조금씩 원래 모습을 찾아갔고 밤은 점점 더 깊어졌다. 찬 바람이 더 거세지고 늑대는 몸을 더 둥글게 말고 눈을 감았다. 그때 문을 열고 나온 마녀가 조용히 늑대 옆에 앉았다. 꼬마마녀는 작은 손으로 늑대의 차가워진 코를 쓰다듬었다. 따뜻하고 말랑한 꼬마마녀의 손이 닿은 늑대의 코도 따뜻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