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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Nov 09. 2024

Only God above crown

<only God above crown> Colorpencil on paper 2024


수많은 왕들이 신의 광장으로 몰려들었다. 왕들은 모두 각각의 힘과 능력, 외모나 명예를 강력한 무기인 듯 들고 온 듯했다. 광장에 모인 왕들은 신의 선택을 받길 원했다. 그들 중에는 서로에게 미소를 짓는 부류도 있었지만 그것이 결코 선한 진심은 아니었다. 신의 광장에서는 모두가 솔직하지 못했다. 그들은 그곳에 신의 빛이 떨어질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조차 까맣게 잊고 있는 모양이었다. 몇 세기에 걸친 세월 동안 신의 빛이 떨어진 적은 없었지만 만약 그곳에 빛이 떨어진다면 그들의 얇은 머리카락 하나 찾아볼 수 없을 것이었다.

왕들 중 제일 똑똑하다고 판명난 왕은 신의 빛은 떨어질 수 없고 신은 왕들에게 관심이 없는 존재라고 말했다. 그의 말이 떨어지자 수많은 왕들은 웅성거리며 광장에 모인 왕들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져버렸다. 혼란에 빠진 그들의 값비싼 옷들이 서로 마찰하며 내는 소리가 광장을 넘은 양들의 들판까지 퍼졌다. 소란스러워진 상황이 몹시 언짢았던 힘이 센 왕이 칼을 뽑아 들고 똑똑한 왕의 목을 향해 겨누었다. 소란을 잠재우지 않으면 당장 목을 베어버리겠다고 말했다. 똑똑한 왕은 다른 왕들을 진정시키는 말을 했고 이내 조금씩 다시 분위기는 차분해졌다. 뜨거운 해가 저 편으로 조금씩 넘어가려고 하자 어떤 왕들은 신의 선택을 받을 필요는 없다며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러 어두운 밤이 찾아오자 광장에 남은 왕은 다섯 손가락 안으로 좁혀졌다. 그들은 서로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불빛 하나 없이 어두워진 광장은 고요했다. 멀리 있는 숲에서는 늑대 울음소리가 들렸고 정체 모를 소리도 들려왔다. 왕들은 조금씩 지쳐가기 시작했다. 그때 광장 근처를 지나던 젊은 청년이 그들을 발견했다. 청년은 농사일과 목장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기에 몸에서는 가축냄새와 더러운 흙이 잔뜩 묻어있었다. 그는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왕들에게 자신의 집에서 식사를 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왕들은 청년의 모습을 보고는 단번에 거절했다. 신하가 먹을 것을 들고 오고 있다며 코를 막았다. 청년은 자신의 옷에서 냄새가 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아차리고는 집으로 가 깨끗하게 씻고 깨끗한 옷을 입은 후 자신이 구운 빵과 물을 가지고 다시 광장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광장은 텅 비어있었다. 청년은 자신이 늦은 것을 안타까워하며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 신은 청년의 머리 위로 왕관을 씌웠다. 보이지 않는 왕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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