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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orama

by 콩두부
Colorpencil, collage on paper


풀잎을 밟는 작은 인기척에 날아가는 새 처럼 노인의 시간도 그랬다.
이미 그 존재를 알아차리는 순간 이미 떠나고 없는 새 처럼 노인에게 시간이란 그런 것이었다. 마른 들판은 점점 생기를 잃고 묵묵히 내리쬐는 햇빛을 겸허히 받아들였다. 노인의 얼굴 또한 그랬다. 그는 기다려주지 않는 것들을 생각했다. 그중에는 젊은 날의 자기 자신도 있었다. 며칠이 흘러 물기가 마른 빵처럼 거친 그의 손바닥, 그리고 손가락 사이로 마른 가을바람만 왔다가 가기를 반복했다. 노인은 끝없이 이어지는 것 같은 들판 너머를 바라봤다. 흐려진 눈 위로 까만 새 무리가 크게 곡선을 만들며 날아갔다. 얼마 동안 먼 곳을 바라보던 노인은 해가 눈을 감을 무렵 천천히 발걸음을 돌렸다. 노인이 서 있던 자리에 눌려있던 풀들이 바람에 걸쳐 조금씩 다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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