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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들에게

부스러기의 꿈

by 콩두부

과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과자 부스러기가 유난히 더 맛있다고 느껴지는 때가 종종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특히 짭짤한 과자를 먹은 후에 남아있는 부스러기는 왠지 더 맛있다. 아쉬운 마음으로 부스러기까지 다 먹고 난 후에 나는 내 인생이 이 과자부스러기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별 볼일 없는 부스러기 같아도 누군가에겐 맛난 감초가 되어주는 인생. 그 바람이 꿈이라면 나는 생을 사는 내내 조각가이지 않을까. 거대한 인생의 돌덩어리를 이리저리 깎아내고 부수고 긁어내며 점점 형상을 만들어가고 미완성으로 끝나기도 완성하기도 할 조각가.


창대하고 빛나는 꿈. 바라지 않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가슴에 손을 얹지 않아도 내게 창대한 꿈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진 못할 것이다. 누구보다 빛나길 원하고 멋진 인생을 살고 싶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꽤나 좋은 인생을 조각하고 있다는 것처럼 느껴질 때는 내가 만든 어떤 형상에 집중했을 때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내 인생이 아름답다고 느껴질 때는 아주 사소한 부스러기 같은 순간들이었다. 먹고 싶었던 것을 먹기 위해서 돈을 모아 먹었을 때라던가 별 것 아닌 농담에 동료들과 웃음이 터져 한참을 웃을 때 같이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미 멋지고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비록 슬픔이 먹구름처럼 몰려와 조각하던 인생의 형상이 보이지 않아 엉뚱한 곳을 긁어내다가 이상한 모양이 되어버릴 때도 있겠지만 나의 슬픔으로 인한 깨진 조각의 부스러기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면 한 사람의 마음에 온기를 더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꿈을 이룬 것일 테다.


브런치에 직접 쓴 짧은 소설들과 그림을 올리면서 나는 그 부스러기들을 더 사랑하게 됐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의 부스러기들을 모아 쏟아질 것 같이 아름다운 은하수처럼 풀어놓고 싶다. 우리는 모두 인생의 조각가이다. 조각의 부스러기 또한 색깔도 질감도 형태도 다 다르겠지만 그래서, 그래서 아름답다. 앞으로도 그 부스러기들을 소중히 모아서 천천히 잔잔히 펼쳐내고 싶다. 그러니까, 실패한 조각가는 없다고 당신의 부스러기도 아름답다고 말해줄 수 있는 작가이자 화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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