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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Mar 17. 2021

부스러기

초여름의 술래

애매한 갈증이 찾아오면


아 이제 여름이 오려나 보다, 하며


모르는 사이 이마에 맺힌 땀을 쓱 닦는다.



어두운 밤은 초여름엔 없다.


해가 숨바꼭질하듯 숨어있는


여름의 첫 번째 밤 앞에 선다.



어지간히 지친 술래는


밝은 밤하늘을 이리저리 둘러보다


어렴풋이 잠시 눈을 붙인다.



끝내고 싶던 지난 계절들의


고약한 문제들을


작열하는 태양에게 던져버린다.



지구를 삼켜버릴 듯한 태양은


그것들을 다 집어삼켜


다시 눈 앞에 던져버린다.



더 밝게 더 강렬하게


거칠 것 없는 햇빛이


얕은 물에 비친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본다.


어디에나 있는 것이다.


초여름의 술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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