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iting for
주희가 사는 집은 운이 좋게도 남향이어서 추운 겨울에도 따뜻한 해가 길게 들어왔다. 오늘은 아무도 오지 않는 날 중 하루였다.
어느샌가 아무도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는 집에 산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런 것에 익숙해졌다는 게 때로 가슴 한편은 쿡, 찌르는 듯했다. 하지만 눈물을 흘리거나 하진 않았다. 그전에 빠르게 그 고통을 피해 다른 것을 했기 때문이었다. 가령 벌떡 일어나 방바닥을 청소한다던가 화분에 물을 주는 일 같은 것 말이다. 그녀는 어느 때와 다름없이 일터에 나가기 전에 부지런히 머리를 감고 유자향이 나는 바디워시로 샤워를 한 후 딸이 준 크림을 얼굴에 바르고 식탁에 앉았다. 나가야 할 시각까지 10분여쯤 시간이 있었다. 식탁 위에는 크고 매끄러운 감이 놓여있었다. 지난주에 왔던 딸이 한 말이 떠올랐다.
"왜 안 먹고 이렇게 두는 거야?"
주희는 딸에게 곶감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대답했고 딸은 어느 세월에 곶감이 되냐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곶감을 사 먹으면 되지." 딸은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그런 말마저도 주희는 좋았다. 해가 잘 드는 집이어도 딸의 온기가 훨씬, 아주 많이 더 따뜻했기 때문이었다. 주희는 감을 보며 지난주에 헤어졌던 딸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이번 주에는 집에 올 거야?]라고 문자를 썼다가 지웠다. 주희는 조금 쪼그라든 감이 딸이 올 때까지 빠르게 더 말라갔으면 하고 바랐다. 곶감이 된 감을 보면 분명 딸도 좋아하리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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